요즘 어쩔 수 없이 국어 어법을 공부하고 있는데 할때마다 스트레스네요. 우리가 하는 글을 읽고 쓰고 이해하는 능력을 테스트해는게 아니라, 국어 어법 그 자체를 법조문과 판례를 외우는 것마냥 외워야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직능과의 연관성은 ㅈ도 없습니다. 국어국문 전공한 분들도 애먹을 겁니다.
규칙자체도 많은데 예외는 훨씬 더 많아서 결국 다 외워야할 지경입니다. 일관성이라는게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아니 없습니다. 그냥 국립국어원이 지들 꼴리는 데로 하는걸로만 보입니다.
하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모자라다'. 이게 형용사일까요? 동사일까요? 국립국어원이 제시한 분류기준은 그저 상태를 표현하면 형용사고 동작을 표현하면 동사라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형용사겠네? 아니랍니다. 동사라고 하네요. 이른바 예외라는 겁니다.
한번 이 링크를 타고 '모자라다'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답변을 보시기 바랍니다. '구분하는 방법은, 가지고 계신 문법 서적의 내용을 참고'. 당신들도 모르면 대체 누가 아는건데? 대체 시험은 무슨 근거를 가지고 정답이네 아니네라고 내는건데?
https://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230968&pageIndex=1
그렇다면 '낡다'는 형용사? 아니요. 2017년부터 동사로 바뀌었답니다. '늙다'와 '젊다'. 둘 다 형용사? 아니요. 늙다는 동사지만 젊다는 형용사라고 합니다. 이런식으로 내가 원칙을 따라가면 예외들이 튀어나와서 틀리게 만드는 겁니다.
심지어 어떤 단어들은 쓰임에 따라 동사이기도하고 형용사이기도 합니다. 이걸 구분하는 방법이요? 원칙같은거 없습니다. 그냥 외우는 수밖에. 시험에 나오면? 저는 맞출지 장담 못하겠습니다.
오죽하면 사교육업체가 자체적으로 분류하는 방법들(그것도 완전하진 않은)을 개발해서 강의비 12만원에 팔아먹고 있을 지경입니다. 이것도 책만보면 못알아보게 책을 써놔서 인터넷강의 12만원을 반드시 사게끔 만들어놨고요. 심지어 더 악질적인 것은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하는 방법이라고 써놓은 3가지 방법이라고 책에는 씌어져 있는데, 실제 강의를 들어보면 맨 마지막 3번째 방법은 쓰지 말라고 합니다 만약 제가 12만원에 강의를 안들었다면 3번째 방법도 적용한 탓에 문제를 틀렸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달에 12만원이나 지출했기 때문에 가뜩이나 엥겔지수가 높은 주머니 사정이 더욱 악화되어 반찬마저 부실해졌습니다. 그래선지 늘 배고프고요. 근데 시험준비로 인해 다음달에 또 확정 10만원은 지출해야합니다.
그런데 이걸 맞춰내느냐 못맞춰내느냐에 따라 생사가 달려있으니 안할수도 없습니다. 시험에 떨어지면 더이상의 시간은 없으니 쿠팡 물류창고에서 일할겁니다. 그리고 나이 50쯤엔 짤리고 그땐 답도 없게되겠죠. 심지어 저는 군에서 허리까지 다쳤으니 신체는 좀 더 빨리 망가지는데, 앞으로 부모님은 병치례를 하실테니 그에 따른 지출은 더 늘어만 갈거고요.
이런 일관성도 없고 지들 ㅈ대로 하는 짓거리에 내 인생이 달려있다니 너무나도 화가 납니다. 게다가 하려는 일도 막상 현직자분들은 처자식이 있어서 그렇지 나가지 못해 아우성이니 딱히 앞날에 대한 기대도 없습니다. 고통 뒤에는 또다른 고통만 나타나겠지요. 이걸 깨달은 제 친구는 먼저 가버리기도 했고요.
아무튼 ㅈ같은데 어디 풀데가 없네요. 에휴.
첫댓글 시험 준비하시나요? 요즘 나랏돈으로 입에 풀칠좀 하고 살려고 공부중인데, 비문학을 제외한 국어의 모든 파트가 다 거지같아요. 국어 공부하다 영어 보면 힐링이 될 지경.
네. 시험준비중입니다. 나랏돈이건 사장돈이건 결국 남의 돈이고, 남의 돈 앞에서 나의 자유는 없다는 건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자유라는건 헌법의 잉크자국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숫자도 말 하나하나에 따라 금액이 차이나기도 하죠. 노사규칙, 급여, 회계나 세법 등도 결국은 규칙(회계기준 )과 법이라는 곳에서 나온 것인데 그 기간이 되는 '법' 자체만큼 언어쪽에 있어서 까다로운 게 없죠.
상기하신 문제도 법령 학설 판례 등등을 분명히 문언대로, 법령의 입법취지대로 외우셨어도 인출이 그 문법(우리가 흔히 쓰는 문법이 아닌 법쪽의 언어)에 어긋나면 결국은 시험에 못붙으니까요. ;;
근데 뭐 저거의 극한이 결국은 법기술이라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거 이겨내시고 저걸 본인 것으로 소화시키시면 뛰어난 변호사가 되실 겁니다. 확실히 일하면서 마주치는 분들은 우리같은 일반인들 보다는 저런것을 캐치하는 능력이 완전 다르던데요.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다만, 변호사나 노무사쪽이 아니라서 원칙과 판례 이야기는 비유입니다. 비문학와 문학문제를 제외하면 맥락과 상관없이 말 그대로 국어어법 그 자체를 맞춰야하는 유형의 시험입니다. 맞춤법이니 띄어쓰기니 발음기호니 밑줄은 어떤 품사냐 따위를 맞추는 겁니다.
어법 원칙이 있긴한데(원칙의 숫자도 많고) 예외가 워낙 많다보니 애먹고 있네요. 차라리 비문학 비중이 훨씬 많았다면 저에겐 유리했을 겁니다.
@cjs5x5 그렇군요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은 진짜 답이 없지요;;;
그거 국립국어원이 지들 꼴리는 데로 하는걸로만 보이는게 아니라, 실제로 지들 꼴리는 데로 하는 거에요ㅋㅋ
굳이 변호하는 입장으로 사안을 파악해보자면 한국어는 현대언어학 기준으로 정립되고 정형화된 기간이 기타 서방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짧은것이 이유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구한말에 언어 정립 따위 누가 알바였겠으며 일제강점기는 말할 필요도 없죠. (오히려 일제강점기가 한국어 정립 의지를 불러 일으켰을 수도 있겠지만) 그나마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부터 태동되었다 하더라도 전근대시기 국가의 강압적 규제가 불가능한 시대로 넘어와 버린 대한민국에서 이미 통용되고 있는 중구난방의 규칙들을 통일 시키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원칙은 당연히 정했겠으나 예외조항이 많은 개판이 되버린 것이 아닌가 조심히 추론해 봅니다 ㅋㅋ;;; 시험으로 접하는 입장에서는 지옥도 그자체죠.
주제넘게 조언을 드리자면 시험이라는건 '합격'이 가장 중요한 만큼 다른 사안들은 부차적인 겁니다. 요새 유행하는 '알빠임?' 이 그대로 적용되는 거죠. 이해는 합격후에 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더욱이 직렬이 그쪽과 상관없다면? 가나다라 외우듯 그냥 드립다 외우는게 멘탈관리에 적합 할 수 있습니다. 걍 암기가 이해하는 것보다 쉬울 수 있어요
요즘 늘 배고픈데 공부하는건 역겨울 정도로 지엽적이라 좀 신경이 날카로워지나 봅니다. 마치 스팀이 차오르는 압력밥솥이 있는데 구멍이 막혀서 터질것 같은 상황이랄까요. 어디 하소연할데가 없었는데 말씀 감사합니다.
어찌됐건 그냥 해낼 수 밖에 없지요. 못 해내면 언젠가 굶어죽는 것밖에. 아무튼 결과만이 중요하니까 일단은 해보려 합니다. 뭐 떨어진다면 그건 국가가 날 원하지 않는거니까 저도 국가의 녹봉에는 안 매달리렵니다. 특히 군대는 악연이기도 했는데 악연하나가 더 쌓일뿐이고요.
고해상도 위성사진으로 잠수함 IMINT나 실컷 보고싶어 뛰어든 여정인데 참 고달프네요. 그러고보면 군무원이 된다해도 그런일을 할 보장도 없었는데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