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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전시내 중앙로와 곳곳의 도로에 연등(燃燈) 이 설치되어 있어요.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4월초파일이 부처님이 이 세상에 태어나셨던 날이라는 건 다 알테죠 엊그제 저녁에는 저희 구청 현관에도 부처님 오신날을 경축하는 연등을 설치하고 스님과 불자들이 함께 봉축의식을 하더라구요. 저야 불자가 아니니 가만히 구경만 했지만요. 저희 구청에는 구청장님과 국장님 두분, 과장님이하 직원분으로 가톨릭신자가 40명 입니다. 공무원 사회가 직급과 직위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데, 저는 40대 중반의 일천(?)한 나이이지만, 영세 받은 지 33년이 지났기에 대전지역 공무원신자들 모임인 새한밭교우회에서도 신자 경력으로는 고참 축에 든다죠. (ㅎㅎㅎ) 물론, 신앙 가진지 오래되었다고 덕을 더 쌓은 건 아니지만요. 저희 구청에는 4월 초파일 무렵에는 연등이 있고, 12월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트리를 설치하죠. 행정과 종교가 구분되는 거지만,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기리는 성인(聖人)을 위한 정성은 다하는 게 좋겠죠. 마침, 충남도지사님도 우리 신자신데... 대전시청 현관은 안 가봐 모르겠구요. 개신교 신자이신 대전시장님도 협조 해 주셨으려나? 4월초파일이 불자들에게는 석탄일이라는 석가모니가 되신 고타마 싯다르타께서 세상에 태어나신 뜻 깊은 날인데, 역시, 이 4월초파일이 저희 가정에도 특별히 기억되는 날입니다. 지금은 천국에 가신 제 선친의 생신이 1933년 4월 8일(음력)이셨거든요. 바로 초파일이었죠. 그래서 저희가 불교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가정이었지만, 해마다 저희는 아버님의 생신으로 행복을 느끼는 날이었어요. 술 주정이 좀 심했고, 가족들을 힘들게 하셨지만 그래도 선친의 생신날인 4월 초파일은 오랜만에 쇠고기국을 먹고 맛난 떡과 음식으로 영양분을 보충하는 특별한 날이었거든요. 가난한 살림살이로 설날 추석이나 부모님 생신과 저희들 생일날에나 쇠고기국을 먹어봤던 어린 시절 이야기. 그때 부자가 아닌 대부분 서민들의 삶이었을 거여요. 목욕을 하도 안하여 손등이 갈라터지고 땟국물이 흐르는 데, 그래도 열심히 뛰어 놀았던 저와 저희 또래 였어요. 몸에는 이가 득시글해서 등잔과 호롱불 밑에서 내복 벗어 손톱으로 눌러 톡톡 피 튀기며 죽이던 날들이 있었는 데... 요즘 애들은 이가 뭔지 아려나요? 하긴, 얼마전에 서울의 초등학생 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서캐가 많이 서식한다하여 충격을 줬었어요. 지금은 어떤 지 몰라도... 명절을 앞두고 거국적으로 이발과 목욕을 하면서 까마귀가 백로가 되는 의식도 했구요. 동네 목욕탕이 멀은 친구들은 물 데워 목욕하느라 고생이 더 많았다죠. 연등은 연꽃을 상징하는 거지요. 심청전에서는 인당수에서 빠져죽은 심청이가 연꽃 속에서 홀연히 나타나 왕비가 되어서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고 왕비가 되어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데... 연꽃은 진흙탕 속에 깨끗하지 못하고 오염이 많이 된 곳에서도 피어난다죠. 석가모니께서 연꽃을 보고 미소를 지었을 때, 다른 사람들은 깨닫지 못했어도 가섭이란 제자만은 그 의미를 알고 미소로서 답했다는 이야기(= 염화미소와 이심전심이라죠.)가 있어요. 속세인 세상이 아무리 혼탁하고 시끄럽다해도 너희들은 깨끗한 연꽃처럼 고귀하고 아름답게 자라라는 뜻이었다죠. 불자들이 흔히 말하는 성불(成佛)의 경지를 이루라는 말씀이셨나? 저는 군대시절에 “연등”을 만든 일이 있었어요. 광주 상무대에서 근무할 때 였죠. 지금은 제가 근무했던 상무대가 장성군 쪽으로 옮겨갔고 상무지구 아파트 단지 택지지구로 바뀌었다더라구요. 상무대 부대내 산 아래에 불교사찰이 있었어요. 사찰 이름은 까먹었지만, 지금도 그 사찰이 잘 있나 궁금하네요. 그런데, 1984년 봄날 그해 4월초파일을 보름정도 앞두고 부처님오신날에 사용할 연등을 급히 만들어야 한다며 부대원 차출 협조가 와서 저는 어쩌다 보니 가톨릭 신자임에도 불교의 연등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죠. 부대원 4명과 함께 였는 데, 주간 근무는 평소처럼 다 하고서 저녁에만 연등 만드는 거였어요. 근무 다 하고서 하는 거니, 말 그대로 개인 자유시간에 해야하는 봉사활동이었죠. 노력 봉사활동 나오신 보통 보살이라 부르는 여신도들과 함께 였었어요. 아가씨는 하나 없고 완전히 뱃살 나온 보살님들만 있어서 별 재미는 없었지만, 그래도 군대내에서 여자 보기가 쉬운 건 아니고 함께 일한다는 건 더더구나 어려운 일이니 그런대로 재밌던 보름간이었습니다요. (헤헤헤) 처음하는 일이라 서툴렀지만, 그래도 불심을 갖고 정성껏 하는 분들보다는 못해도 최선을 다해 작품을 잘 만들었어요. 연등 재료에 풀칠하고 꽃 모양을 만들어가야 하는 데, 까딱 잘못하면 찌그러진 짱구 머리 같은 불량품이 되거든요. 제가 불심은 없지만, 주(主)님을 위하는 정성으로 배워가며 잘 만든다고 칭찬받을 정도로 만들었는 데, 제가 천주교 신자임을 밝히니까 스님과 보살님들이 더 고마워 하셨어요. 그분들이 지금도 그 사찰에 계시고, 광주에서 열심히 살고 계시려는 지...? 하여튼, 군대시절에 강원도 양구, 경북 안동, 전남 광주로, 2사단, 201특공여단, 군지단 등 소총수에서 행정병까지 두루 섭렵해 본 제가 불교의 연등을 다 만들어 봤으니 색다른 경험 한 거죠? (하하하) 덕분에 그해 석탄일은 더 거룩하게 잘 지냈답니다. 제가 불교집안으로 장가가게 된 것도 어쩌면 부처님의 가호가 있었는 지도 모르겠구요. 전국의 불교 스님과 불자님들께도 다음 주일(15일)이 부처님이 오신날인데, 미리 축하인사 드립니다. 제 장인장모님은 용화동네의 사찰에서 자식들과 사위인 저를 위해 부처님께 기원하시겠죠. 저희야 물론, 성령강림대축일을 맞아 성당에서 그분들을 위해 기도드려야죠. 저희 대전교구청 사이트를 보다 보니까 교황청에서도 경축인사를 하셨더라구요. 종교간 화합 차원에서도 서로를 위해 주는 게 좋겠죠. 오늘은 5월 12일. 질병과 싸우는 환자분들과 행복을 꿈꾸는 분들이 소원을 이루는 좋은 날이시길 바랍니다. 파이팅!!! (추신) 저희 집에서 오늘 저녁 8시에 우리 본당 한아름구역 남성3반 소공동체모임이 있어요. 그래서 아무래도 내일 글은 제 신앙의 글이 되겠네요. 종교적인 색채가 너무 지나치다는 분들이 있어, 저의 내일 글은 우리 신앙에 관계되는 카페(사이트)에만 글을 올리겠으니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일반카페라 해도 기독교(천주교)방이 별도로 있는 곳엔 변함없이 올리구요. 저는 제 신앙생활이 여러분들께 부담드리길 원치 않습니다. 다만, 어떤 믿음이라도 좋으니, 기왕에 종교를 가진 분은 믿음생활을 더욱 열심히 하시고, 아직 무종교이신 분은 믿음을 갖고 착하게 살고자 노력하시길 부탁드려요. |
첫댓글 구구절절 좋은말씀들 감사히 잘보고 갑니다...용화사랑님도 축복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네, 솔이님과 모든 가족들 행복한 주말 주일 멋지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