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내부의 공천 관련 반발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전날까지 공천에서 탈락한 호남권 의원 6명 전원이 반기를 든 데 이어,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 지도부 내의 이견도 격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박지원-이인영-박영선, 공개 비판
박지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우리 민주당은 개혁공천이라 자랑하지만 국민과 언론은 감동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 당의 공천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고치고 반성하는 모습도 보여야지,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면 총선 결과는 누가 책임질 건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최고위원은 "지도부와 공천심사위원회, 특히 총선기획단의 적극적 활동을 주문한다"면서 "기왕에 총선기획단에서 감동을 주는 총선전략을 짜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민주당의 공천실상과 새누리당의 공천허상을 매일 국민 앞에 밝히고 보고해 이해를 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이 최고위원은 "공천혁명의 과정에 대한 중간평가는 싸늘하다"면서 "민주당의 과반수 총선 승리의 가망성, 운명이 절체절명의 고비에 접어들었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이 최고위원은 공심위와 총선기획단으로 이원화된 현재 민주당의 총선전략이 "한계에 봉착했다"면서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체제로 조기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나아가 야권연대 타결을 전제로 당 내부와 외부를 아우르는 '민주진보진영 연합 선대위' 구성을 제안했다.
박영선 최고위원 역시 "공천 후유증으로 여의도가 시끄럽다"면서 "공천은 늘 그래 왔다고 덮기엔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달라 보인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공천 기준이 무엇인지 확실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천심사의 무원칙성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김정길 "무엇으로 표를 달라 할 것인가"
이같은 지도부 내의 비판에 이어 부산 진구을 지역 단수후보로 확정된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공정하지 못한 기준에 (의해) 탈락한 후보에게는 재심과 경선 기회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김 전 장관은 "오만하고 긴장할 줄 모르는 정당에게 미래는 없다"면서 "4.11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이 행하고 있는 공천과정을 보면서 민주당원임이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과연 무엇으로 표를 달라고 구걸이라도 할 수 있을지 구차해진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공천은 '감동'은커녕 새로움도 희망도 없는 '한풀이 공천', '패거리 공천', 원칙도 기준도 그리고 투명성도 없는 '갈지(之)자 공천'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국민들이 애써 차려준 밥상을 스스로 걷어차려 하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동대문갑 예비후보, 최고위 난입해 "억울하다" 읍소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된 일부 지역구의 예비후보들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이와 관련된 작은 소란이 일기도 했다.
전날 당 지도부에 의해 전략공천지역으로 확정된 서울 동대문갑 선거구의 서양호 예비후보는 회의 전 한명숙 대표에게 지도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입장을 전하려 했으나 당직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서 예비후보는 "대표님, 너무 억울해서 왔습니다. 이게 민주주의입니까, 이게 김대중 노무현 정신입니까?"라면서 "경선을 돌려주십시오"라고 외쳤지만 한 대표는 이들의 입장을 담은 글을 받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지나쳤다. 회의를 시작한 한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야권연대의 중요성과 제주 강정마을 현안에 대해 언급했을 뿐 공천과 관련해서는 입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