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박 치박!”(여러분, 안녕하세요? 라는 수단 인사말)
지구 반대편 하늘엔 온통 먹구름이 가득하다. 전파가 먹구름에 막혀 위성을 통해 전달되는 영상과 음성은 끊김이 잦아 답답하다. 잦은 끊김만큼 인터넷 영상통화를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엔 애간장이 끓는다.
‘치~치지직~~’
“여보세요? 여보세요?” 상대방을 부르는 문희종 신부(교구 복음화국장)의 음성이 안타까움에 떨린다. 함께 자리한 교구 사제들은 올 4월 수단 룸벡교구에 파견된 동료 사제들을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졸이며 제발 연결되기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다릴 뿐이다. 한순간 기다림과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는지 스크린과 스피커를 통해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반가운 영상과 음성이 메아리친다.
“안녕하세요? 수단입니다. 하하하…” 이승준 신부와 한만삼 신부의 반가운 목소리가 영상과 함께 터지자 “와아~” 하는 기쁨의 함성과 박수가 대강당에 우렁차게 울려 퍼진다.
지난 10월 28일 교구 사제연수 첫 날 저녁 8시 아론의 집 대강당. 저녁기도를 마치고 문희종 신부가 준비한 깜짝 이벤트는 수단 파견 선교사제들과의 영상 통화였다. 자칫 현지 기상 상태가 좋지 않아 이루지 못할 뻔 했던 영상통화가 기적처럼 이루어졌다. 보고 싶은 얼굴, 듣고 싶은 음성은 일순간 모든 걱정과 염려를 날려버리는 재회의 벅찬 감동 자체였다.
“치박 치박!”(수단어로 ‘여러분, 안녕하세요?’란 말) 사제단의 아버지 수원교구장 최덕기 주교가 인사말을 전하자 울먹이듯 응답이 들려온다. “치박 치박! 으흐흐흑” 차마 잇지 못하는 말과 함께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화답에 모든 사제들이 위로와 환호를 보낸다.
수신 상태가 고르지 못해 불과 5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이어진 영상통화. 아쉬움이 더 많았지만 선교의 불모지인 수단 땅에 아들이요 형제를 보낸 사제단의 가슴 속엔 오직 하나 건강하기만을 바라는 마음 뿐이다. 주어진 길을 가야할 따름이지만 사제 공동체의 형제적 연대감과 미안함은 단순한 걱정을 넘어 깊은 사랑의 나눔이다. 그간 쌓인 이야기들이야 둘째 치고 그저 건강하게 잘 있어 주기만을 바라는 간절함이다.
현재 아프리카 수단에는 이날 교구 사제단과 영상 통화를 가진 이승준 신부와 한만삼 신부, 그리고 김태호 신부가 파견돼 활동하고 있다.
김재현 수원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