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9일, 전남 담양 명옥헌과 소쇄원, 식영정으로 목백일홍을 만나러 천하장군 이백서른네번째 정기답사를 다녀왔습니다.
더운 여름이었지만 그나마 여행을 떠난 날이 폭염의 막바지라 더위에 크게 지치지 않고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한여름에 피어나는 붉은 꽃, 목백일홍입니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고풍스러운 누각 마루에 걸터앉아 한줄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름다운 정원에 피어난 붉은 목백일홍을 감상하며 아름다운 한 때를 보냈습니다. 오랜 단골회원의 팔순생일을 축하하며 떡케잌을 나눠먹었던 정겨운 시간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서울을 출발해 처음 도착한 곳이 전남 담양의 명옥헌입니다. 명옥헌은 1625년 오이정이 그의 아버지 오희도를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로, 주변경관을 차경으로 도입한 자연순응적인 조선시대 전통정원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명옥헌은 정원 중앙에 위치한 연못 주위에 수십 그루의 목백일홍 꽃이 만개할 때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지요.
일년 중 명옥헌이 가장 아름다운 때를 만나기 위해서는 가장 더운 여름날의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여행도 명옥헌 목백일홍 개화시기에 맞춰 더위에도 불구하고 8월 초순을 선택한 것이지요.
버스에서 내려 마을길을 십여 분 걸어, 드디어 우리 시야에 명옥헌의 붉은빛이 들어오는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옵니다. 이렇게 고우면서 아름답고,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정원이 있을까요.
회원들은 저마다 붉은 꽃의 아름다움에 반해, 정원을 거닐며 꽃을 구경합니다. 사진기를 든 사람들은 연신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없습니다. 연못 옆을 지나 명옥헌 정자에 올라 누각마루에 앉으니 아름다운 목백일홍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에 시원한 바람도 솔솔 불어옵니다. 오래도록 누각에 앉아 한여름 아름다운 경관에 취해 여유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심식사는 지실마을 안쪽에 있는 목백일홍 계곡이 좋은 정갈한 식당에서 퓨전한정식으로 먹었습니다. 식사 후에는 식당 마당 평상에 앉아 시원한 수박으로 입가심을 하니 더위쯤은 다 이겨낼 듯 기운이 납니다.




소쇄원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린 조선시대 정원으로 잘 알려진 곳입니다. 1519년 기묘사화 이후 스승 조광조의 죽음을 목격하고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낙향한 양산보가 한생을 지낸 곳이기도 합니다. 초입의 울창한 대나무숲과 계곡물이 마당으로 그대로 지나도록 담장을 뚫어 물길을 잇는 자연미, 자연풍광에 어우러진 광풍각과 제월당의 배치는 가히 일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8월이면 소쇄원의 계곡물이 참 시원하고 좋은데, 우리가 간 날은 연이은 폭염에 비가 온지 한참이라, 물이 적더군요. 하지만 아름다운 정원과 누각, 붉게 피어난 목백일홍은 우릴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송강 정철이 전원생활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성산별곡’을 지은 누각, 식영정에 들립니다. 찻길에서 바로 계단을 올라 만나는 작은 정자지만 뒤로는 멋진 솔숲이 펼쳐지고, 멋진 소나무 한 그루 당당히 서있고, 앞으로는 광주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입니다. 목백일홍도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 아름다운 식영정 정자에서 목백일홍과 소나무, 광주호를 둘러보며 한여름의 담양 여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답사는 유난히도 더웠던 폭염 중에 떠나는 여행이라 회원들이 더위에 고생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운 좋게 더위도 견딜만했고 기대했던 목백일홍도 아름답게 만개해 모든 것이 순조로웠습니다.
여행하며 알게 된 사람들이 이제는 친구가 되어 서로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더운 여름 수박 한 쪽 나눠 먹으며 여행길의 동료로 거듭나는 천하장군의 여행문화가 참 보기 좋았습니다. 오래도록 이런 전통이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원 없이 본 담양에서의 목백일홍의 아름다움이 아직도 눈앞에 아스라합니다. 붉은 목백일홍의 아름다운 풍경, 바람 솔솔 불어오던 정자마루에 걸터앉아 쉬던 편안함과 정겨움을 기억하며 남은 여름도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지금보다는 한결 시원해질 가을의 길목에서, 경북 군위로 떠나는 9월 답사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천하장군 정지인
첫댓글 명옥헌 목백일홍 개화시기를 아주 잘 맟춰서 답사날짜를 잡으셨습니다.
꽃피는 시기가 항상 들쑥날쑥하여 힘드시지요.
덕분에 당분간은 목백일홍 꽃은 그립지 않게되었습니다.
늘 이렇게 좋은 곳으로 안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벌써부터 다음 답사가 기다려집니다.
늘 기대치 이상의 좋은곳을 찾아 안내해 주시는 천하장군께 감사드립니다.
"바람소리"에서의 점심도 일품이었습니다. 천하장군을 오게 된것이 행운입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누구 못지않게 여행을 즐기는 천하장군 회원들의 열정과 천하장군에 보내는 성원 덕분에,
저도 즐거운 맘으로 새로운 여행지를 찾고 도전하며, 기획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