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계신 곳, 그 곳에 가고 싶다] 9일 새 성당 봉헌하는 대전 원신흥동본당
‘땅 한 평, 건물 한 평’ 봉헌하며 공동체 마음에 성전 세워
- 6월 9일 성전 봉헌식을 거행하는 대전 원신흥동성당.
“터를 마련하고 성전을 짓기까지 어려운 시간도 많았으나 오롯이 주님의 사랑과 은총에 의탁하여 지혜를 구하고 마음을 모으며 희망을 찾아 오늘 기쁜 마음으로 주님의 영광을 노래하나이다.”(대전 원신흥동본당 성전건립 감사 기도문 중)
2011년 1월, 92세대 245명으로 출발한 대전 원신흥동본당(주임 이상욱 신부)이 6월 9일 교구장 유흥식 주교 주례의 성전 봉헌식을 통해 본당 설정 7년 만에 명실공히 공동체의 ‘기도하는 집’을 하느님 앞에 내어 드리게 됐다. 부지를 사고 설계를 통해 성전을 짓는 약 2년의 세월은 순간순간이 공동체의 기도와 희생, 봉헌의 과정이었다.
부활절 선물
본당 신설 후 모본당인 유성본당에서 더부살이를 하다 조립식 임시 성전을 지었던 공동체는 본당이 소재한 도안 신도시 지역 유입 인구가 늘어나면서 교중미사 참례자 수도 늘어나는 상황을 맞았다. 자리가 비좁아 미사 참례자 다수가 성전 밖에서 빔프로젝터로 영상 미사를 봉헌하는 처지에 이르자 성전 건축은 본당 공동체에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
- 원신흥동성당 내부 정면.
마땅한 종교부지는 물론 유휴지를 찾지 못해 고심하던 중 2015년 주님 부활 대축일을 즈음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종교부지가 나타났다. 이후 건축위원회가 조성되고 모든 일정이 차근차근 진행됐다. 그로부터 1년 후 2016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는 기공식을, 1년 뒤 2017년 주님 부활 대축일에는 성야 미사를 신축 성전에서 봉헌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이상욱 신부는 이 과정을 ‘부활절의 선물’이라고 했다.
종교적 엄숙함과 편안함의 공존
성전 건축이 본격화되면서 이 신부를 비롯한 건축위원들은 서울·대전·수원교구의 ‘비교적 잘 지었다’는 성당 18곳을 답사했다. 비슷한 규모의 성당을 찾아 장점을 살피고 피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들인지 자세히 조사했다. 장동현(비오·수원교구 용인본당)씨를 성미술 디렉터로 선정해 제대 십자가와 성모상, 스테인드글라스 등 성미술 전체 부분을 조율한 점도 특별하다. 장씨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건축 작업에 참여, 성전의 전체적인 건축 흐름과 성미술의 균형을 조율했다.
대지면적 2561㎡, 전체면적 3346.66㎡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새 성전은 도심 안에서 종교적인 엄숙함과 편안함이 공존하는 성당 공간으로 평가 받는다. 고대 성당의 회랑을 현대적인 형태로 재해석해 폐쇄적인 공간이 아닌 공동체 및 도시의 열린 공간으로 유도한 점 등이 눈에 띈다. 설계에서부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역시 ‘대성전’이다. 바닥에 경사를 두어 신자들이 제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고 말씀이 선포되는 장소인 만큼 음향 및 소리 부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성미술 작업은 ‘자연스러움’에 초점이 맞춰졌다. 모던한 형태의 성당에 맞도록 불필요한 선들을 과감히 없애고, ‘장소’에 스며드는 작품 설치에 노력한 모습이 두드러진다. 조수선(수산나) 작가가 제작한 14처의 경우 중요 부분만을 확대한 형식으로 단정함을 주고 있다. 성전 건물은 지난해 10월 제19회 대전광역시 건축상 민간건축물 부문 은상에 선정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오즈앤엔즈 건축사사무소 최혜진(소화데레사) 소장이 설계했고 삼양건설산업(주)(대표이사 이종성)이 시공했다. 총공사비로는 120억 원이 소요됐다.
- 성당 마당에 세워진 성모상.
공동체의 노력
어느 본당이든 새성전 신축 과정은 건축기금 마련에서부터 수없이 많은 난관의 연속이다. 건축위원장 남성수(요한 세례자)씨는 성전 건축이 시작되고 이에 대한 신자들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신자들 반응이 더 뜨거웠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야말로 ‘우리의 성전을 짓자’는 열화 같은 성원에 힘입어 두 달 만에 부지 매입비 상환을 완료했던 일 등은 공동체의 힘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건축기금 조성은 자체적으로 이뤄졌다. ‘땅 한 평 봉헌하기’, ‘건물 한 평 봉헌하기’ 등을 펼친 것을 물론, 이자 없이 목돈을 본당에 맡기고 필요할 때 찾아가는 ‘은혜 기금’ 등으로 자금을 모았다. 스테인드글라스와 성물, 장궤틀도 신자들 봉헌으로 마련했다. 각 구역 반원들은 물품판매를 통해 수익금을 건축헌금에 보탰다. 성전 제대는 어린이에서부터 어르신들까지 공동체 전체가 1년간 돼지저금통을 모아 제작했다.
성전 봉헌을 위한 내적인 기도도 병행했다. ‘묵주기도 100만 단 봉헌하기’는 평일 미사와 묵주기도 때마다 묵주알을 하나씩 봉헌한 후 기도 숫자가 모두 채워졌을 때 신자들이 묵주를 직접 만들어 선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 신구약 성경 권수인 73명의 신청을 받아 권별 필사 후 입당 감사미사 때 봉헌하기도 했다.
성전 봉헌식을 맞아 올해는 지난 3월 11일부터 6월 10일까지 91일간 ‘새가족 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성전 봉헌뿐만 아니라 새 신자를 하느님 앞에 봉헌하면서 우리 이웃과 본당 공동체의 복음화를 이루자는 뜻이다.
- 제단 위 십자고상과 스테인드글라스.
말씀 공부도 시작했다. 전 신자 대상의 ‘성서 40주간’ 교육이 지난 3월부터 매주 두 차례 열리고 있다. 현재 약 400명이 참여하고 있다.
성전 봉헌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중요 결정 사안이 생길 때마다 각 단체장을 비롯한 본당 대표자들에게 의견을 묻고 의논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계는 물론 카페나 성전 앞마당 명칭을 정할 때도 공모를 통해 전 신자가 생각을 모을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새 성전은 본당 공동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지은 ‘하느님 집’이 됐다. 아직 부채가 남아있는 상태지만, 이 역시 그간 공동체가 보여 온 저력을 바탕으로 이른 시간 안에 해결해 갈 수 있다는 의지가 충만하다. 이상욱 신부는 “새성전 건축을 위해 모두가 함께했던 지난 여정은 하느님 보시기에 더 좋은 신앙공동체를 만드는 은총의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기도와 친교를 나누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신앙의 터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본당은 성전 봉헌식을 맞아 원신흥동성당 건축 전 과정을 소개한 자료집, ‘성당건축이야기’를 발간했다.
[가톨릭신문, 2018년 6월 10일, 이주연 기자, 사진 신동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