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리듬이 이상하고 맞지 않아요." "가사가 이상합니다." 1992년 어떤 그룹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자 가요 관계자들은 지금까지와는 너무나 다른 리듬과 가사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논평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난 알아요. 이 밤이 흐르고 흐르면 누군가가 나를 떠나 버려야 한다는…'
서태지의 노래 '난 알아요'를 듣고 가요 관계자들은 이상하다는 평가를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서태지는 '난 알아요'라는 노래로 단번에 신인상과 대상을 휩쓰는 이례적인 전례를 남겼고, 그 노래가 들어간 앨범 전곡이 가요차트 50위에 들어가는 기록도 남겼다. 그 앨범은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꾸어놓았다. 중학교 때 반에서 꼴찌를 할 정도로 공부하고는 거리가 멀었고, 고등학교 때 자퇴를 하고 음악의 길을 선택한 서태지. 4집까지 발표하며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시절 갑자기 은퇴를 선언해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더니, 이후 서태지는 은둔 생활을 하며 몇 년에 한 번씩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어떻게 보면 어려운 장르에 속할 수도 있는 그의 컴백 앨범들은 여전이 파워를 발휘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철저히 대중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생활하고 있지만 알려진 바로는 곡 작업을 할 때는 몇 달씩 작업실에서 꼼짝하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고 집중한다고 한다. 같은 건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도 서태지가 한 건물에 있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이다. 어쩌면 자신의 일에 미치도록 몰입하기 때문에 대중들은 오랜 세월 지치지 않고 서태지를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코 자신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서태지가 대충 음악을 만들었다면 사람들이 여전히 그를 사랑했을까? 그는 음악에 있어서 완벽주의자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몰입하여 마음에 들 때까지 다듬기로 유명하다. 사실 세상에 그저 대충해서 되는 일이 있던가? 몰입하고 집중해야 어느 정도의 단계를 이룰 수 있다. 그래서 '미쳐야 미친다'는 말도 있다. 미치도록 몰두하고 파고들어야 비로소 원하는 단계에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