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칠갑산
일시 : 2009. 8. 1. 토. 갬
인원 : 홀로
위치 : 충청남도 청양군
안내 : 없음
코스 : 한티마을(대치리)-자비정 (팔각정)-정상-천장호, 출렁다리-마치고개(칠갑산휴게소)
소요시간 : 3시간 35분
어떤 부랑아
(경부선철로에서)
모처럼 천안행 무궁화호에 몸을 실어
칠갑사로 가는 어느 토요일 오전
김천 지나 영동으로 향할 쯤
내가 탄 3호차 통로에는
느닷없이 떠돌이별 두 낱이 나타나더니
“자네 없으면 내 못살아” 하며
꼬리를 물고 통로를 배회하는 그들은
남루한 옷차림과 낮술에 취한 눈동자이나
한명이 “대전 역에 내리면 소주 한 병 사 주겠소”하네
뒷좌석에 앉은 내가 그 소리를 들으니
둘의 우정이 너무 바보스러워 딱하네
다시 두 별은 술 힘으로
“사랑이 뭐 길래”-소리치니
내 가슴이 아프다
순간 나도 녀석 말에 맞장구를 치며
사랑은 다들
만인에게 평등하고 노래 부를 가치와 권리가 있잖니
지금 그리운 사랑 찾아 내가 산하를 즐기듯
내 눈앞에 일렁거리는
저 두별도 사랑 찾아 전국을 헤매는가 보다
이때 통로의 검표 인이 다가와
“소란스러우니 조용히 하십시요” 라고 하니
“제발 우리 화내지는 맙소사” 하며 이내 잠든다
이를 물끄러미 본 내가 어찌
불쌍한 저들도 남의 자식 아닌 내 사랑 동족이지
오늘 내 칠갑산에 올라 인자하신 부처님께
하늘보다 더 순한 저들 좀 살려 달라고
절대 삼배 합장 각오를 하니
어느새 창밖 구름하늘도 하얀 소녀 얼굴처럼 웃고 있었다.
엊그제는 s산악회에 접수한 칠갑산행은 “손님이 너무 적어 취소하니 이해 바란다”는 통보를 받고 어차피 한번 가야할 것, 더 연기할 수 없어 자유를 찾아 나선 길은 충청도 땅이다.
신비로운 자연의 그 속삭임 느낌을 찾아-
경산역에서 07시 04분, 평소 출근하는 통근차에 몸을 실어 내린 곳은 아마 처음 일게다. 천안역에서 택시를 갈아타고 시외버스정류소에 내리니 피서인파들이 술렁인다. 난 여기서 30여분을 더 기다려 아산, 예산을 경유하는 청양 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21번 국도를 달려 창밖에 펼쳐지는 신도시 아산의 매력에 몰입하다보니 로 변엔 “수박 3통 만원” 이라 쓰인 천막촌이 듬성듬성 보인다. 서서히 아산 버스 정류소에 도착하니 마침 차내 라디오에선 “해변으로 가요” 노래가 분위기를 띄운다. 버스는 조금 더 달려 자그마한 신례원 정류소에 들러 12:18 예산 역 종합터미널에 도착하니 난 벌써 시장 끼가 돌아 터미널 가게에 들러 빵, 우유 한 통을 사서 버스에 오르니 32번 국도를 달린다. 어느새 대로변에는 “예산 사과” 대형광고판이 보이니 청양군에 다 온 듯하다. 버스가 2차선 지방도 70호선을 달리자 양길 가엔 야트막한 산이 보인다. 전국의 명품 청양고추가 여기에서 생산되다니... 그래서 일까. 가로등도 붉은 고추로 디자인 설치됐다. 하지만 길가에 심은 고추는 볼 수 없어 섭섭하네.
13:00 청양읍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나는 다시 칠갑산행 버스에 오른다. 여기서는 얼마 안 가 13:25 산행 기점인 대치면 대치리 한티마을에 도착, 아스팔트길로 향하니 승용차들이 따라온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오르니 바람 한 점 없으나 그늘숲이 좋다. 13:50 아치형 칠갑산 터널을 지나 배낭을 추스르니 정상까지는 3km 거리다. 여기서 큰 안내판을 보고 있노라니 한 여성가이드가 권한 코스는 정상에서는 천장으로 내려오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 육산 비포장 길은 도보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걸으니 14:25 자비정 (팔각정)에 잠시 올라 더위를 식혀 걸음을 옮기니 벌써 14:45 칠갑산 정상이다. 막상 여기 오르니 햇빛에 바람 한 점 없는 산정, 산 꾼들만 한두 명씩 오락가락 하네. 어디서 날아왔을까 빙빙 허공을 도는 잠자리 떼들만 나의 시름을 달랜다. 여기서 등나무 그늘 의자에 앉아 김밥을 먹으니 내 곁에 어느 충청도 아저씨가 친구한테 전화를 건다. “야! 너 지금 어디에 있지?”하고 친구가 여쭙자. 그는 “ 아! 내 지금 칠순노인잔치에 칠갑 옷을 입은 칠순 산에 와 있어” 라고 농담을 한다. 나는 충청도 특유의 느린 말씨에 매력을 느끼니, 아저씨는 또 “그러지 마라” 며 한마디 던지니, 내 어찌 안 웃으랴. 그들과 함께 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으나 난 15:40 하늘을 보며 “잠자리 떼여. 안녕!” 하며 가이드가 권한 천장호 출렁다리로 향했다. 여기서 그 곳은 3.7km. 비교적 수월한 길. 슬슬 내려오니 16:40 한 시간 여 만에 천장호 출렁다리가 보이니 예상 밖 인파들로 북적거린다. 알고 보니 현수막에는 2009. 7 .28 개통되었음을 홍보하니 사람들로 들끓나 보다. 다리 교각 앞에는 대형 황금색용과 호랑이 상이 인상적이라 마치 내가 중국 어느 명소에 온 것 같다.
붉은 청양고추 다릿발이 세워진
물살 푸르른 출렁다리 지나오니
칠갑산 그늘도 물에 잠기네
오늘도 술 취한 나그네들
칠갑산호수에 시름을 날리며
흔들흔들 물살 타고 건너오네
여기서 자유와 낭만을 더 즐기려니 해는 저물고
다리건너 언덕길을 넘어오니
숲속에 가린 호수는
구절구절 전설속의
콩밭 매는 여인이 누웠을까
지나가는 눈길 유혹하네
17:00 숲길을 힘내어 오르니 마치고개정상(칠갑산 휴게소)가 보인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유성으로 돌아오는 길. 난 글을 흘린다.
오늘 돌아 본 전국의 산하는 넓고 푸르니 /도시 정류소마다 인산인해라/이 뜨거운 성하의 계절은/누구의 눈길을 유혹 하는가/어느 철인이 말했든가/ 관조적인 삶을 살 때 인간은 신과 가장 가까워진다 /라고... 마치 드라마처럼 펼쳐진 한반도 산하는/ 어느 해변의 귀여운 수많은 옥돌 같아라/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유성 구암역에 내려 지하철을 갈아타고 대전역을 찍고 동대구를 지나가야겠네. 늦은 밤 집에 도착하니 23:00. 오늘 피로여! 별빛 푸른 새벽이 오면 가시리...
첫댓글 좋은 글을 읽으면서 산행을 함께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