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위 전세권 또는 선순위 임차권(주택, 상가건물)은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경매절차에서 배당에서 제외되고 위 전세권 또는 임차권의 부담이 매수인에게 인수된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선순위 전세권자가 배당요구를 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경매부동산을 낙찰 받아 전세금을 전부 날린 사례이다. 전세권자가 혼동의 법리를 이해하지 못한데 그 이유가 있었다.
추후에 이와 같은 피해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위 사례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1. 경매와 선순위 전세권자의 입찰 몇해 전 지방에서 한 아파트가 낙찰되었는데, 낙찰 받은 주인공은 그 아파트에 1순위로 전입신고와 함께 전세권설정등기를 한 세입자이었다.
최근 전세대란이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까지 확산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세입자들의 최대관심사는 내 집 마련이 아닐까 생각된다.
위 전세권자도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가 경매로 나오자 이 기회에 내 집 마련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입찰한 것으로 판단된다.
어려운 시기에 경매를 통하여 매매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아파트를 매수하였다면 축하를 보낼 일이다. 그러나 위 낙찰자 에게는 축하를 보낼 수 없는 참으로 안타까운 사태가 발생하였다. 전세권자 본인이 직접 낙찰 받음으로 인하여 자신의 전 세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전세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게 되었을까. 그 근본적인 이유는 전세권이 혼동으로 소멸하였기 때문이다.
이유를 좀 더 상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각된 위 아파트의 사실관계와 전세권자에 대한 배당 및 혼동의 법리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에 관한 내용을 아래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2. 위 선순위 전세권자가 낙찰 받은 사례(2010타경14037) (1) 위 아파트의 권리관계 위 선순위 전세권자가 낙찰 받은 아파트의 권리관계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 매각절차 및 결과 본건 아파트는 감정가가 2억 2천만 원이었는데, 1차 매각기일에 유찰되어 2차 매각기일에 위 아파트의 최선순위 임차인이면서 동시에 전세권자인 갑이 감정가의 85%(1억 8,650만원)에 낙찰 받아 매각대금을 납부하였다.
갑은 본건 아파트에 입찰하면서 매각대금 중 일부는 자신의 전세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잔액만 대출받아 납부하려고 입찰계획을 세운 것이다.
문제는 갑이 선순위 전세권자임에도 불구하고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본건 아파트를 낙찰 받았다는 데에 있다.
이 경우 전세권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가? 또한 전세권자 갑은 본건 경매절차에서 전세금을 회수할 수 있는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3. 위 전세권의 소멸 여부와 혼동의 법리 (1) 전세권의 소멸 여부 최선순위 임차권이나 전세권은 그 권리자가 배당요구의 종기 까지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경매절차에서 배당을 받을 수 없다. 이는 그 임차권이나 전세권의 존속기간이 만료되어 있는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우 그 임차권이나 전세권은 매각으로 소멸하지 않고 그 부담이 매수인(낙찰자)에게 인수되어 그가 그 임차보증금이나 전세금을 반환하여야 한다.
위 사례의 경우 전세권자 갑이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매절차에서 전세금반환채권을 배당을 받을 수 없고, 매수인이 위 전세권의 부담을 인수하게 된다.
문제는 본건 사례의 같이 배당요구를 하지 아니한 선순위 전세권자가 직접 낙찰을 받았을 때이다. 이러한 경우 전세권의 부담을 낙찰 받은 전세권자 본인이 인수하게 되는데, 사정이 이러할 때에는 그 전세권은 혼동으로 소멸하게 된다(이 법리는 임차권의 경우에도 같다).
(2) 혼동(混同)의 법리 혼동(混同)이란 서로 대립하는 두 개의 법률상의 지위가 동일인에게 귀속하는 것을 말한다. 혼동에는 물권의 혼동(동일물 건에 대한 소유권과 제한물권이 동일인에게 귀속되는 것)과 채권의 혼동(동일 채권관계에서 생긴 채권과 채무가 동일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있다.
본건 사례를 이해하기 위해서 혼동에 관한 법리를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물권의 혼동에 관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A 소유의 아파트에 B가 전세권설정등기를 한 후 거주하고 있다가 전세권의 존속 중에 A 소유의 아파트를 B가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다면 그 아파트의 전세권자인 B가 동시에 소유자에 해 당한다.
이 경우 소유자가 된 B가 자신의 소유가 된 아파트에 전세권을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므로 전세권을 소유권에 흡수시켜 소멸시키는데, 이를 물권의 혼동이라 한다. “내 집에 내가 전세권을 가지고 있다”는 건 좀 우스운 일 아닌가.
이처럼 소유권과 전세권이 동일인에게 귀속되면 전세권은 혼동에 의하여 소멸하는 것이 원칙인데, 다만 그 전세권에 저당권이 설정되거나 가압류 등이 되어 있는 경우 또는 전세권보다 후순위권리자가 있는 경우에는 전세권은 혼동으로 소멸하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채권의 혼동에 관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A 소유의 아파트에 B가 임차권을 가지고 거주하고 있다가 임차권의 존속 중에 A 소유의 아파트를 B가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다면 임차인 B가 임대인 A의 지위를 승계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임차권이 혼동으로 소멸하는데, 이를 채권의 혼동이라 한다. 임차권은 채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임차권이 제3자의 권리의 목적인 때에는 혼동에 의하여 소멸하지 아니한다. 예를 들어 위 임차권에 대하여 제3자에 의한 압류, 가압류, 가처분 등이 있거나 임차권보다 후순위 권리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임차권은 소멸하지 않는 것이다.
4. 맺 음 본건 아파트의 경우 선순위 전세권자(동시에 대항력있는 임차인)인 갑이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서 경매절차에서 전세금에 대한 배당을 받을 수 없음은 물론 자신의 전세권과 임차권은 혼동으로 소멸하여 전세금의 회수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건 아파트를 낙찰 받은 전세권자 갑은 전세금 1억 4천만원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직접 입찰한 전세권자 본인의 부주의 내지 법률적 지식의 부족에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위와 같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당요구를 하고 입찰을 하였어야 하는데, 위 낙찰자는 전세권이나 임차권의 인수에 관한 법리, 배당요구의 법리, 혼동의 법리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입찰한 결과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들어 아파트나 다세대빌라 등 주거용 건물을 중심으로 세입자들의 입찰이 증가하고 있는데, 본건 사례와 같이 자신이 세입자로서 거주하고 있는 건물에 대하여 입찰하고자 할 때에는 입찰에 필요한 지식을 충분히 쌓은 후 입찰하거나 전문가 의 도움을 받아서 입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