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에게 마지막으로 충고, 아니 강력히 권고한다.
피와 악으로 점철된 당신의 생애, 아니 민주주의의 아비의 생애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악한 일이 아닌(그렇다고 절대로 선한 일은 아님)일을 한 번 해 보시기를 권고한다.
내 여러 차례 당신에게 권했건만 모르쇠로 일관했는데, 그 피와 악으로 점철된 당신의 앞날도 이제 얼마나 남았겠나?
이번 광주지법의 당신 재판!
하늘과, 땅과, 5천만과, 광주시민과, 5,18영령들이 당신에게 베푸는 마지막 기회이자 은전이다.
두말 말고 그 재판에 성실히 임 하시게나!
재판 전날 민주주의의 어미와 두 손 꼭 부여잡고 두 사람의 거친 삼베옷과 거적 하나 챙겨가지고 광주로 내려가시게!
광주로 내려가는 즉시 5.18국립묘지를 찾아 삼베 옷 걸치고 묘지 앞에 거적 깔고 둘이 무릎 꿇고 엎드려 그 두루주머니 같은 머리통으로 맨땅에 방아질을 해서 이마에서 검붉은 피가 솟구치고 눈물이 마를 때까지 손가죽이 다 벗겨지도록 싹싹 빌며 사죄를 하시게나.
그리고 일어나 찬물을 한 바가지 씩 들이켜 눈물샘에 눈물이 흥건히 고이도록 하고 나서 내친걸음에 아직도 피 냄새가 다 가시지 않은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으로 가서 5.1묘지에서 했던 것처럼 또 한 번 하시게나!
광주시민들이 절대로 당신의 죄는 용서치 못 하더라도 가련하게는 생각할 것일세!
어떤가?
그러고 나서 다음 날 재판에 임해 모든 죄를 사실대로 이실직고 하시게나!
뭔 설명이 더 필요한가?
막내아우 같은 내 말이라고 흘려듣지 말고 곱씹으며 읽고 마음을 정리하시게!
당신이 이생에서 지은 죄 만 분의 1이라도 목숨이 붙어 있을 때 참회하고 씻어 조금이나마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옥으로 가기를 바라는 이 아우의 충고를 절대로 가벼이 생각지 마시게!
이렇게 참회하지 않고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당신의 죄 몽땅 끌어 앉고 죽으면 이 삼천리금수강산에는 당신의 뼛가루조차 뿌릴 공간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시게!
그렇게 해서 홀가분한 기분으로 얼마 남지 않은 여생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좋아하는 골프 마음껏 즐기다 지옥으로 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