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LPG 차량의 일반 판매가 허용됐다. 이에 맞춰 기아차는 K5 2.0 LPI와 K7 3.0 LPI 모델의 판매를 시작했다. LPI 모델은 가솔린 모델 대비 저렴한 가격, 낮은 운용비용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야 일반 판매를 시작해 낯선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런데 기아차 K5의 2.0 가솔린과 2.0 LPI 모델을 면밀히 비교해보면 LPG차의 이점이 확연히 보인다.
기아 K5 라인업의 핵심은 2.0 가솔린 모델이다. 1.6 가솔린 터보, 1.7 디젤, 2.0 LPI,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모델이 있지만 2.0 가솔린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고 있다. 비결은 ‘탁월한 무난함’에 있다. 연비에 초점을 맞춘 디젤, 배기량 대비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가솔린 터보, 좋은 효율과 친환경성을 자랑하는 하이브리드와 달리, 2.0 CVVL 가솔린 엔진은 모든 부분에서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인다.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20㎏·m의 성능은 1,455㎏의 무게를 무난하게 이끈다. 직렬 4기통 2.0L 자연흡기 엔진인 점을 고려하면 준수한 수준.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12.3㎞/L의 복합 연비를 낸다(16인치 타이어 기준, 도심은 10.7㎞/L, 고속도로는 15㎞/L). 적당한 성능과 무난한 연비로 다방면에서 장점을 발휘하는 ‘올 라운더’(All Rounder)형에 가깝다.
한편 2.0 LPI 모델은 실속파에 가깝다. 2.0 LPI 엔진의 최고출력은 151마력, 최대토크는 19.8㎏‧m로, 2.0 CVVL 가솔린 엔진과 비교하면 최고출력 12마력, 최대토크 0.2㎏‧m가 낮다. 그러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가솔린보다 더 낮은 rpm에서 나와 실제 주행에선 두 모델의 힘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느긋하게 달릴 때도, 빠르게 가속을 보챌 때도 2.0 가솔린 엔진과 별 차이가 없다.
주행 성능은 비등하지만 연비 및 유류비에선 차이가 있다. 2.0 LPI 모델의 복합 연비는 9.4㎞/L로, 도심은 8.3㎞/L, 고속도로는 11.3㎞/L다(16인치 타이어 기준). 2.0 가솔린 모델 대비 연료 효율성은 약 76%. 하지만 LPG 가격이 훨씬 저렴해 유류비로 차이를 메운다. 오피넷(Opinet)의 5월 13일 평균 유가에 따르면 가솔린은 1,524원, LPG는 849원으로, 휘발유에 비해 LPG가 44.2% 저렴하다.
복합 연비를 기준 삼아 100㎞ 주행 시 2.0 가솔린 모델은 1만2,390원이, 2.0 LPI 모델은 9,031원이 든다. 같은 거리를 달릴 때 약 27% 정도의 유류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 따라서 연간 주행거리가 많은 편이라면 LPG의 경제적 이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트렁크의 LPG 탱크 때문에 적재공간이 줄어드는 약점이 있지만 경제성의 이점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다.
K5 2.0 LPI. 실주행에서의 성능은 2.0 가솔린과 다를 바 없다
2.0 LPI 모델의 또 다른 이점은 저렴한 차량 가격이다. 프레스티지 트림을 두고 비교하면 2.0 LPI는 2,326만원. 2.0 가솔린은 2,498만원으로, LPI 모델의 값이 172만원 저렴하다. 가장 인기가 많은 노블레스 트림은 2.0 가솔린이 2,705만원, 2.0 LPI가 2,571만원으로 역시 LPI 모델이 134만원 싸다. 물론 두 모델의 트림별 사양은 조금 다르다.
2.0 가솔린은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풍부한 장비를 고를 수 있다
2.0 가솔린에는 프레스티지 트림부터 전방 충돌방지 보조, 전방 충돌 경고, 차로 이탈방지 경고 및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등 드라이브 와이즈(Drive Wise)의 기술 일부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드라이브 와이즈를 추가하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정차 및 재출발)과 전방 충돌방지 보조(보행자) 기능을 누릴 수 있다. 노블레스 트림은 하이빔 보조, 235/45 R18 타이어, 다크 스퍼터링 휠, LED 헤드램프, LED 안개등, 앞좌석 통풍시트, 풀오토 에어컨 등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LPG차는 생활 반경에 충전소가 있으면 편리하다
2.0 LPI 모델에는 드라이브 와이즈가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2.0 가솔린 모델 최상위 트림인 ‘인텔리전트’의 장비 일부를 ‘노블레스’ 트림에 기본 적용해 균형을 맞췄다. 가솔린 모델과 마찬가지로 많이 판매될 주력 노블레스 트림의 가치를 높인 것이다. 2.0 LPI 노블레스 트림은 전방 주차 보조 시스템,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운전자세 메모리 시스템, 운전석 이지 억세스, 후진연동 하향 사이드 미러, 동승석 파워 시트 등의 편의장비를 두루 달았다.
K5 LPI(왼쪽)와 가솔린 모델은 외관상 차이가 없다
따라서 K5 가솔린이냐 LPI냐의 선택은 운전자의 가치 평가에 달렸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선호한다면 가솔린 모델을, 운용 단계에서의 경제성과 각종 편의장비를 합리적인 가격에 원한다면 LPI 모델을 고르는 쪽이 유리하다. 이제 일반인도 LPG차를 살 수 있게 된 만큼 K5 2.0 LPI의 인기는 손쉽게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K5의 장점인 훌륭한 가격 대 성능비와 뛰어난 장비 구성은 가솔린과 LPI 어느 쪽을 골라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등 장거리 주행이 잦고 주행거리가 많다면 K5 1.7 디젤 모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34.7㎏‧m의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에 자동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맞물려 효율성이 아주 뛰어나기 때문이다.
유지 단계에서의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면 K5 1.7 디젤도 좋은 선택이다
1.7 디젤 모델의 복합 연비는 16.1㎞/L다. 도심 연비는 15㎞/L, 고속도로 연비는 무려 17.8㎞/L에 이른다(16인치 타이어 기준). 오피넷 기준 5월 13일 경유의 평균 유가가 1,391원이니 복합 연비로 100㎞를 달린다면 8,639원이 든다. 가솔린 모델보다 유류비가 적게 드는 2.0 LPI와 비교하더라도 약 9.5%의 유류비를 더 절감할 수 있다.
K5 1.7 디젤은 풍부한 옵션과 안전 장비를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장거리 주행이나 연간 주행거리가 많다면 1.7 디젤도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디젤 모델은 노블레스 트림부터 전방 충돌방지 보조 및 경고, 차로 이탈 경고, 하이빔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등 드라이브 와이즈의 일부 기능을 기본으로 달며, 44만원의 드라이브 와이즈 옵션을 추가하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정차 및 재출발 기능 포함)과 전방 충돌방지 보조(보행자) 기능도 누릴 수 있다.
K5는 2.0 가솔린, 2.0 LPI, 1.7 디젤, 1.6 가솔린 터보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고를 수 있다
정리하자면, 평범한 운행 환경에서 여러 옵션이 탐난다면 2.0 가솔린이 무난하고, 운행 단계에서의 경제성을 따지면 LPI와 디젤을 고려해볼 수 있다. 여기서 차 값을 올리는 각종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별로 필요치 않고 가솔린 모델처럼 조용한 차를 원한다면 LPI 모델이 매력적일 것이다. 반면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좀 있더라도 장거리 운행이 잦거나 운행 단계에서의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디젤 모델이 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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