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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아침이 오지 않는 곳. 영원한 어둠만이, 달빛만이 허락된 곳.
모든 뱀파이어들의 ‘왕’이 다스리는 중심, 밤의 왕국의 수도 크로스.
원래대로라면 햇볕이 내리쬐고 있을 태양의 시간. 하지만 그 곳, 크로스는 특유의 힘으로 모든 햇볕이 차단된 채 아직도 달빛만이 존재하는 밤보다는 어둡지는 않지만 어둠만이 존재하는, 흔히 그들이 얘기하는, 인간들이 사는 ‘밖’으로 일컬으면 저녁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크로스의 대로 한 복판, 한 눈에 보기에도 밤의 일족의 상층부인 존재가 타고 다닐 것만 같은 마차가 마부의 손놀림에 의해 말로 인해 거세게 달리고 있었다.
보통 이 시간이면 어느 누구라도 바깥출입을 하지 않은 채 숙면을 취하는, 인간으로 따지면 밤과 같은 시간이었지만 마차는 다른 곳에서 성 쪽으로 신속히 향하고 있었다.
“…….”
하지만 밖에 마부의 손놀림으로 거세게 마차가 시끄럽게 달리는 와중에, 마차의 안은 유난히 침묵에 휩싸여있었다.
마치 기분이 아주 불쾌한 듯 차갑고 싸늘한 표정을 한 채로 팔짱을 낀 카인. 그리고 그런 말없는 카인의 분위기에 짓눌린 듯 카인을 쳐다보고 있지만 말을 꺼내지 못하는 노엘.
「노엘. 너도 알고 있겠지? 헌터들은 곧 우리가 있는 곳을 눈치 챌 거야. 난 몰라도, 그들 입장으로선 뱀파이어가 된 너를 이성을 상실했다는 명목을 붙여 살해하면 그만일 거야.
그러니까―. 인간의 영역은 위험해. 조만간 이곳을 떠나 내가 있던 곳으로 가야돼.」
겨우 몸을 추슬러서 거동을 불편함 없이 맘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회복되었을 때, 조금은 망설이듯이 한 카인의 말.
‘하지만……. 카인이 있던 곳이 도대체 어디고, 여긴 어디지?’
그러나 목적지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카인의 태도에 노엘은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상급 뱀파이어, 즉 헌터들이 그 이름을 듣고서 놀랄 정도의 뱀파이어 중에서도 상층부에 속한 것이 분명한 카인. 그리고 보통 상급 뱀파이어라 불리는 혼혈의 귀족이 아닌, 인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완전한 뱀파이어인 카인.
하지만 이제 막 뱀파이어가 된 데다가, 헌터로서 뱀파이어 사회에 대한 깊은 지식이 필요 없었던 헌터였던 노엘은 ‘크로스’에 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카인.”
어떻게든 분위기가 안 좋은 카인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노엘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미안, 노엘. 조금 후 도착하면 모든 것을 말해줄게.”
팔짱을 끼었던 손으로 턱을 괴고는 카인은 싸늘한 태도로 노엘의 말문을 막아버렸다. 그에 노엘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카인은 묘하게 신경이 날카로워있었다. 그토록 긴장하고 왠지 모르게 무언가를 걱정하는 느낌. 그런 느낌에 노엘은 긴장하고 말았다.
“그곳은 말이지. 무서운 곳이야. 그러니까 절대 나한테서 떨어지지 마.”
자신을 늘 바라보던 그 눈길이 아닌, 날카로운 얼음과 같이 차가운, 무서운 눈길. 그 어떤 감정도, 마음도 보이지 않는 눈길.
‘무서워. 평소와의 카인이 이토록 달라지면서까지 경계하는 곳. 분명히 좋은 곳은 아니야. 그토록 그곳에서 괴로워하면서 긴긴 어둠속에서 넌 무슨 생각을 하면서 버텨왔던 거야?’
자신을 바라보면서도 간간히 보이던 쓸쓸한 표정과 그의 마음 속 상처, 그리고 고독이 가득한 모습. 그곳에서 카인이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일을 해왔는지 모르지만 노엘은 그의 차가운 눈길에서 왠지 모를 아픔이 전해져오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더 이상 혼자 두지 않을게. 긴 어둠속에서 너와 함께 하기로 결심했으니까―.’
자신이 한 결심을 다시 되새기며 노엘은 다시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마부의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고는 열린 마차 밖으로 나서는 카인을 따라 그녀, 노엘은 옷차림을 단정하게 한 후 따라나섰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채.
◈◈◈
아직은 옅은 푸른빛이 자리 잡은 저녁의 하늘. 그리고 아직은 완전히 깔리지 않는 어둠덕분에 역시 흐릿하게 보이는 은빛의 보름달.
더없이 아름답고 감탄을 자아내지만 아무런 인적도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정적만이 감도는 분위기. 완전한 어둠이 깔리지 않은 초저녁인데도 싸늘할 정도로 소름끼치는 냉기가 흐르는, 음습한 성.
순백의 빛깔로 압도적으로 커다랗고 웅장한, 자세히 바라보면 아주 정교한 세공으로 지어진 것임을 알 수 있는 성.
“카인 왕자님. 도착했습니다.”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마차의 문을 열리며 마부 석에 앉아 말들을 다루며 이곳에 온 마부가 ‘복종’의 예로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예를 갖추고, 마차에서 내린 ‘주인’을 맞이했다.
“수고했다.”
감사의 의미가 담긴 말이었지만, 그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는 답례의 목소리. 낮고 깊은 그 목소리가 마차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뒤에 내릴 상대를 에스코트하기위해 손을 내민 순간.
“돌아오심을 경하 드립니다.”
일제히 옆으로 비켜 마부와 같은 ‘복종’의 예를 취하며, ‘주인’인 카인보다는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이는 자들이 나섰다.
카인은 그들을 감정 없는 눈길로 한 번 훑어본 후, 마차의 문에서 약간의 주춤거리며 나서는 노엘의 손을 잡아 안전하게 마차에서 내리도록 해주었다.
“아.”
마차에서 내리고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노엘은 무진장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카인을 향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노엘은 조금 그들이 무서운 지 뒷걸음쳤다.
“그만 예를 거두세요.”
심장마저 얼어붙게 하는 목소리로 카인이 일어나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일제히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 카인을 응시했다.
이윽고 카인을 바라보던 그들은 카인의 옆에 있는 노엘을 보고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그 특유의 무겁고 매서운 눈길로 의식하지 않는 척 말없이 바라보았다.
“갑자기 성을 떠나셔서 얼마나 염려했는지 모릅니다. 다시 한 번 경하의 말씀 올리겠습니다.”
노엘을 바라보던 그들은 선두에 선 한 남자가 카인에게 말을 건네자 일제히 시선을 카인에게로 집중했다.
“크리티아경,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고맙다는 말을 전하겠습니다.”
노엘이 전혀 보지 못한, 여전히 감정 없는 표정을 한 채로 카인은 말을 건넸다. 그리고 그런 카인의 뒤에서 노엘은 그런 분위기에 주춤한 채로 물끄러미 서있었다.
“헌데, 뒤에 계신 여자 분은 어느 귀족의 영애인지요? 보아하니 저희와 같은 계급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만…….”
뭔가를 생각하며 경멸하는 눈으로 노엘을 살짝 쳐다보고는 귀족 크리티아가 카인을 향해 약간은 비꼬는 말투로 한 채 말하자, 카인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지며 찡그려졌다.
“크리티아경. 조금은 무례하군요. 내 일행에 대해 함부로 짐작하고 말하다니―.”
심기를 상했음을 바로 알 수 있는 카인의 표정에 그들과 카인 사이에 긴장감이 감도는 싸늘한 분위기가 돌았다. 카인은 바로 그를 어떻게 하려는 듯 미묘하게 손을 움직였다.
“아, 난……, 아니 전 괜찮아요.”
분위기에 존댓말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 노엘은 평소에 하던 말투에서 어색하게 존댓말을 해버렸다. 그런 노엘을 카인은 약간 쓸쓸한 표정을 한 채 바라보고는 그들을 향해 다시 매서운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그렇게 그는 노엘의 손을 움켜쥐었다.
“이번만큼은 처음이니 용납하도록 하겠다. 크리티아경. 그녀에 대한 모욕은 나에 대한 모욕임을 명심하도록. 그럼 난 이만 아버님을 알현하도록 하지.”
노엘의 손을 잡아끌어 발걸음을 재촉하고는 카인은 그들을 향해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로 눈앞의 성으로 향했다. 노엘은 그런 그들이 조금 신경 쓰이는 듯 카인이 손을 잡아끌어 걷고 있는 상태에서도 그들을 주시했다.
“카인왕자님의 앞날에 가호가 있기를.”
카인이 자리를 떠나 뒤돌아선 후, 크리티아를 비롯한 모든 귀족들은 다시 한 번 예를 갖춘 채 카인이 저 멀리 갈 때까지 예를 풀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카인이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을 무렵. 각자 자신의 마차로 성을 떠나는 귀족들 사이로 단 한 명, 크리티아는 그 자리에서 카인이 떠난 자리를 향해 눈길을 준 채 바라보고 있었다.
“꽤나 신경 쓰이는군. 그 계집.”
품안의 파이프를 꺼내들고 뱀파이어가 가진 능력 중 하나로 손가락을 튕겨 불을 붙이고는 그는 파이프를 입가로 가져갔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크리티아는 노엘을 떠올리고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신의 일족 중에서도 가장 위, 가장 정점에 자리 잡은, 그것도 왕가인 왕자의 곁에 계급으로 따지면 결코 곁에 있을 수 없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의 피가 섞인, 귀족인 것 같았지만 뭔가 좀 더 기운이 미묘하게 다르더군. 그렇군, 그 계집은…….’
노엘이 어떤 존재인지 그는 눈치 챈 듯 보였다. 아까의, 카인의 심기를 거스르면서까지 한 말도, 모든 것은 정확한 사실을 알기위해.
바람을 타고 흰 담배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고, 성을 떠나는 귀족들 틈으로 크리티아는 자신의 마차로 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은빛카린입니다!
클릭하자마자 음산한 음악이 나오셔서 좀 놀라셨지요?
이번 화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음악이 필요해서 말이지요.
빰빠라밤! 드디어 뱀파이어의 수도, 크로스에 도착했습니다!
초반에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카인의 성인 크로스는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며,
왕가의 성이기도 합니다...
세계관을 보셨으면 알 수 있겠지만, 주군의 후계자가 될 자격이 있는 제2왕자는
카인입니다.[...]
무려, 한 마디로 밤의 일족의 왕자님이라고 해야하나.[...]
앞으로는 뱀파이어 영역에 온 이상... 노엘콤인 카인이 아니라...
냉혈남 카인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되실 겁니다.
참, 다음 화로 Two Night가 마무리되겠네요...
왜 One Night는 12화에 걸쳐 끝이 났으면서 Two Night는 왜 5화로 끝나는 지
하시는 분들 있으실 겁니다. 그건 One Night에 비해 한 화 분량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One Night와 분량은 비슷합니다.
ps. 그럼 다음주쯤 Two Night. 붉은 장미의 도시, 크로스 마지막화 들고 찾아뵐께요.
오타나 어색한 문장이라든지 지적해주시고 감상평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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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분위기와 음악이 굉장히 잘 어울리는 듯 싶네요. 냉혈한 카인이라~ 멋있으면 그만이죠, 후훗. [너 미쳤니?]
완소남 카인의 매력에 1人께서 빠져들었습니다. 띠링.
참, 다른 타입의 완소남들도 대기하고 있는데...[...]
음악 멋져요! 웅장 *-_-* // 노엘은.. 카인이 지켜주겠지만 어째 좀 앞날이 험난해보이네요..
어제 좋은 OST하나 발견...한 지라...후후후. 아마도 고생길이 훤할 테죠...하아...
" 하지만 이제 막 뱀파이어가 된 대다가 " 이 부분을 된 데다가로 바꿔야하지 않을까싶네요 아, 그리고 " 단정하고 한 후 " 를 단정히 한 후 로 수정하는게 더 자연스러울것 같네요 ^^ 이번편도 재미있게 읽고갑니다!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
어이쿠야. Feel 받아서 정신없이 써내려가다보니... 수정완료입니다.
아아.. 그럼 카인이 왕족이니까 노엘은 혼혈 귀족쯤 되는건가요오..?
평민인가..[삐질]
아래의 설정집을 볼때에 혼혈귀족으로 예상. 그래야 제 2계급과의 치열한 암투에 휘말릴터지요.
으음. 설정집을 보시면 알 수 있는데요. 혼혈귀족과 비슷하지만 계급은 하나 아래입니다. 즉, 혼혈귀족과 평민 사이에 위치한 특별귀족 신분이라 보시면 됩니다.
전해겠습니다 -> 전하겠습니다겠죠. 그리고 좀 궁금한 부분이 있는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왕자래도 국왕에게는 <국왕전하>라고 호칭하지 않던가요? (국왕이라도 폐하던가.) 그리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왕자님보단 왕자전하라고 칭하겠지요.
아, 공식적인 자리보다는 사적인 성격이 강한 자리인지라 말이지요... 생각을 못한 부분 지적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호칭도 고민해봐야할 대 문제군요...끙...-_-;
잘 읽었습니다. 흐음, 크로스라…
크로스란 도시명은 왕족인 크로스가에서 따온 것으로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낸 것이랍니다.
<<크로스 원수를 생각하고 있어서 좀 이미지가 안 잡히는 중.
디그레이맨.. ㄷㄷ ㅋ
.....쿨럭...디그레이맨을 알고 있으면서도 크로스원수님을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봤... <-바보바보바보다. 다시 예전 이름인 아인츠베른이 더 멋있나...ㅠ
그냥 크로스하면 멋지게 은색 초승달이 뜨고 빨간 장미들이 핀 그런 멋진 밤을 떠올리십쇼...<-무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