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해양과학과 2023106071 김혜민
여행은 낯선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 중 하나이다. 특히 해외여행은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그 나라에서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느낄 수 있는 기회이다. 나는 이번 겨울 한 달의 유럽 여행을 통해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행동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익숨함은 어떤 일을 서투르지 않은 상태로써 이에 이르기 까지는 편한 심리, 공유된 문화 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여행 동안 깨달은 나에게 익숙하지만 낯선 것은 ‘호출벨’이었다. 호출벨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리고 그와 관련된 문화적으로도 시사점이 있다.
우리는 식당에서 요청사항이 있을 때 당연하게 호출벨을 통해 직원을 불러 요구한다. 호출벨이 없더라도 필요 시 약간 손을 들어 직원을 직접 부르기도 한다. 필요사항을 즉각적으로 전달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서 고객편의에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은 효율적이고 빠른 문화를 지향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반면 유럽은 호출벨뿐만 아니라 직원을 직접부르는 일이 거의 없다. 직원과 눈이 마주칠 때까지 기다리고 직원이 이를 인식하고 테이블에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직원이 물론 우리나라에 비해 고객의 식사 동안 주의를 기울여주지만 부족할 때도 있었다. 나의 입장에서는 필요사항을 바로 전달할 수 없어 시간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느꼈다. 특히 계산을 하고 나가고자 할 때 식사를 마쳐도 직원이 오기 전까지 나갈 수 없다는 점은 생각보다 심적, 시간적 여유를 필요로 했다. 이를 통해 호출벨이라는 물건은 고효율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에서 공유되는 빨리빨리문화에서 비롯된 것임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효율면에서 문화차이도 있지만 직원문화 차이도 호출벨 유무에 기여한다. 유럽은 직원을 우리나라보다 더 가족같은 방식으로 대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직원 호출 후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예의가 없다고 판단될 수 있지만 호출벨로 부르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로 여겨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직원은 서비스제공자에 불과하다. 반면, 유럽에서는 고객이어도 손을 흔들거나 손가락질 하는 것이 불쾌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나아가 좋은 서비스에 대해 팁을 주기도 한다.
철학자 하이데거에 의하면 자신의 존재를 문제 삼는 인간존재만이 현존재로서 존재자체를 추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현존재로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활용해 존재자들과 부딪히며 고뇌해야 한다. 호출벨을 통해 익숙하게 사용해왔던 것들에서 왜 그래왔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익숙하게 사회질서로 굳어져서 해왔던 행동들에서 이유를 찾아보니까 낯설지만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첫댓글 유럽 여행 경험담을 소재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를 풀어냈군요. 낯선 여행지에서 익숙했던 우리 문화와 다른 것을 보면서 낯선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 다음에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우리가 왜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는가를 생각해보는 것이지요. 한국에서는 "효율적이고 빠른 문화를 지향"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왔는데 유럽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면 왜 그런 차이가 발생하게 되었을까를 되묻는 것이지요. 빨리 빨리 문화라고 하는 우리 문화는 왜 어디에서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는가 이런 것들을 질문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말입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는 근대화 산업화를 겪는 근현대의 상황을 살아가기 위해서 속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생활습관을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니 그것은 전통 문화라기보다는 최근 들어서 우리가 가지게 된 문화라고 할 수 있지요. 일상에서 이런 질문을 많이 해보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