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스타, 고급 승용차, 호화 저택, 화려한 의상, 음악과 노래, 생기발랄한 춤 그리고 술과 마약, 그리고 자살입니다. 왜 그럴까요? 쾌락을 추구하려는 것보다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잊으려 하는 의도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스타는 인기를 먹고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인기란 쉽게 없어질 수 있는 거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오래도록 그 복을 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배우들은 어느 날 하늘로 올랐는가 싶다가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슬그머니 가라앉습니다. 배역을 얻지 못하거나 스스로 침체의 늪에 빠지기도 합니다. 인기를 누리다가 잃어버리면 그 상실감이 대단히 큽니다. 그 때를 잘 이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대로 주저앉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칫 인생까지 포기합니다.
세월은 가고 시대는 변합니다. 그것을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뒤로 처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공의 비결 중 하나가 때의 흐름을 잘 타는 것이라 합니다. 시대를 읽는 혜안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성공하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니까요. 아무튼 그 시대를 읽고 거기에 맞게 적응을 한다면 어렵지 않게 성공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하기는 문제가 있기는 합니다. 나이가 들면 무엇이고 새로 적응해간다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애써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따라가기 벅찹니다. 단순히 어려운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상하게 하여 삶까지 내려놓으려 한다면 문제가 됩니다.
영화가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하였을까요? 직접 경험을 하지 못했으니 뭐라 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짐작해봅니다. 흑백 영화만 보다가 총천연색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의 놀라움, 혹백 TV만 보다가 천연색 화면을 대했을 때의 감탄을 추억해봅니다. 아마도 그 정도를 훨씬 능가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정지된 그림만 보다가 움직이는 화면을 대했을 때의 놀라움은 정말 대단하지 않았을까요? 비록 아직 소리까지 나오지는 않았어도 정지된 화면 속에서 사람들과 사물들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신기하고 놀라웠을까 말입니다. 서로 한번만이라도 보려고 밤을 새서라도 기다렸을 것입니다.
아주 어려서 동네 공터에서 활동사진을 보았을 때를 기억합니다. 바로 그 마음이었습니다. 광고가 되어 있는 날에는 낮 시간이 그렇게도 길었습니다. 당시는 인위적으로 어두운 공간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밤이 오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활동사진을 보려면 밤이 오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또 하나 소리가 함께 나오지 않았으니 옆에서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를 가리켜 ‘변사’라고 했습니다. 목소리도 좋고 말 재주가 있어야 합니다. 그림만 보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그의 언변으로 인하여 사람들 마음속에 감동으로 새겨집니다. 아무리 멋진 장면을 만든다 해도 그에 걸맞은 설명이 따라와 주지 않으면 그 좋은 것이 무색해집니다.
‘잭 콘래드’는 무성영화 시절 잘 나가던 배우입니다. 일단 영화 산업이 일어나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 속에서 인기를 얻으면 그야말로 웬만한 정치인이나 전쟁 영웅에 비교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는 대단한 인기 배우입니다. 그가 파티를 열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됩니다. 어느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나름 원하는 대로 먹고 마시고 떠들고 춤을 추며 밤새도록 놉니다. 그곳에 눈도장을 찍어보려고 찾아오는 배우 지망생도 있고 영화산업에 일자리 하나 얻으려 찾아와서 껴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곳에서 배우지망생 ‘넬리 라로이’와 일자리를 노리고 찾아온 ‘매니 토레스’가 만납니다. 잠깐의 주고받은 도움을 통하여 인연을 만듭니다.
간절히 바라고 찾는 자에게 기회는 옵니다. 넬리는 그렇게 배우의 길에 들어섭니다. 매니도 영화 촬영장에서 일자리를 얻습니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게 되니 종종 만나게 됩니다. 인기를 얻고 유명해지면서 두 사람 사이가 멀어지는듯하면서도 만남의 기회는 생깁니다. 그러나 서로에게 끌리는 무엇이 있는듯하면서도 진전이 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사랑의 고백을 한 때는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습니다. 더구나 그 때는 넬리의 형편이 예전 같지 않은 때입니다. 어쩌면 막다른 골목에서 마지막 살 길로 택한 상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넬리는 그의 미래를 붙잡지 않기로 합니다. 인생이란 어쩌면 아픔을 하나하나 딛고 일어서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배우는 물러갑니다. 인기에서 물러가고 시간이 흘러 세상을 떠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가 남겨둔 영화는 세상에 남아있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도 영화 속에서 우리는 그 배우를 만납니다. 인기도 배우도 사라졌지만 영화는 영원히 남습니다. 대사 가운데 나오는 영화 칼럼니스트가 한 말이 마음에 새겨집니다. “당신의 시대는 갔지만, 영화는 천사의 영혼처럼 영원히 살아있을 테니.” 영화 한 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봅니다. 우리가 화면에서는 배우만 보겠지만 그 배우가 인기인이 되는 일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숨을 걸고 수고하는 일꾼들이 있다는 것을 종종 잊고 봅니다. 영화 ‘바빌론’(Babylon)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