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올리겠다는 발표를 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주민세?자동차세를 대폭 인상할 것이라 발표했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12일 현재 평균 4620원인 주민세를 2016년까지에 '1만원 이상 2만원 미만'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것이며 자동차세 역시 2017년까지 현재 요금 대비 100% 증액할 것이라 밝혔다. 주민세와 자동차세는 각각 1991년과 1992년 이후 단 한번도 인상된 적이 없어 증세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증세를 두고 논란이 되는 것은 첫째, 지난 대선 당시 '증세는 없다'는 약속을 했던 박 대통령의 약속이 깨진 이유이며 둘째, 정부가 부유층?법인에 대한 과세(증세)엔 소극적이면서도 서민이 부담해야 할 간접세나 지방세의 증세엔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일 '실질적인 증세'라 할 담뱃값 인상, 지방세 인상 등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재정적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8조 5천억원의 세수가 '펑크'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세금이 잘 걷히지 않아 정부의 곳간은 점점 비어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약속한 '복지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한데 이 예산을 충당하기엔 너무나 벅찬 상황이라 증세가 필요하다. 증세를 하되 '직접세'인 소득세를 인상할 경우 여론의 반발이 클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간접세 인상' '지방세 인상' 등 여론의 반발이 덜한 방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려는 것 같다.
지난 11일 정부가 발표한 담뱃값 2000원 인상안도 정부의 주장과 달리 추가 세수를 확보함에 목적이 있던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SBS>의 보도에 따르면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될 때 정부가 거두어 들일 수 있는 세수는 최고점이 된다. 정부가 3500원이나 5500원이 아닌 4500원으로 담배값을 정한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SBS>의 보도는 조세재정연구원 최성은 씨의 논문을 인용해 이와같은 보도를 했는데 논문에 실린 담배값 대비 추가 세수 도표는 아래와 같다.
물론, 정부가 공공사업을 위한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증세를 시도한다면 이를 반대만 할 순 없다. 하지만, 증세를 한다고 하더라도 '조세 형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세수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OECD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2010년 기준 OECD 회원국의 GDP 대비 소득세율은 평균 8.7%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6%에 그쳤다. 소득세가 부의 재분배에 가장 효과가 큰 세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러한 결과는 참담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정 확충을 위해 소득이 많은 자들에게 추가로 세수를 거두는 것보다 일반 서민에게 세수를 부담토록 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서민 증세'를 통한 재정확충이란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건전한 사업'을 위해 증세를 시도하는 것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건전한 사업'을 위한 것인지 모를 이번 증세의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서민에게 세수를 부담토록 하는 '편향된 증세 방법'인 까닭이다. 정부가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기 위한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지금처럼 우회로를 택해 국민을 기만할 것이 아니라, 증세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도입할 증세는 당연히 부자와 서민을 포함해 대다수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도입하려는 증세는 조세 형평성에 어긋남은 물론, 국민을 기만하는 '꼼수'라는 측면에서 흔쾌히 동의하기 어렵다. 누리꾼들이 이번 증세에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국민이 반발하고 있는 이번 증세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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