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인생에 새 옷을 입히기에 딱 좋은 나이 |
6인조 중년 패션모델 그룹 '아저씨즈'는 최근 '시니어 계의 BTS'라 불리며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그중 막내인 김재우 씨의 본업은 용접공이다. 거친 환경에서 일하며 생긴 흉터나 노동의 고단함이 밴 주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개성으로 여기는 그는 진정한 멋을 아는 사나이다. 시니어 패션모델 김재우 |
대구 북구 3공단에 있는 대양정밀 김재우 대표가 용접 후 그라인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우 대표의 프로필 사진. 컨테이너 건물마다 40년 노동의 땀방울이 녹물처럼 밴 대구 제3산업단지, '삼공단'은 1960년대부터 대한민국 발전을 선도해온 공업의 산실이다. 지역 경제를 떠받쳤던 삼공단의 중추는 도금, 금형, 섬유, 기계·금속 등 뿌리산업을 견인한 경제발전의 역군들.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그들은 '내일의 노동을 위해 쓰린 가슴 위로 찬 소주를 부으며' 땅굴 같은 공장에서 평생을 바쳐 일했다. 대구 삼공단에서 20년 가까이 '대양정밀'을 이끌어 온 김재우(59) 씨 역시 35년 여간 용접공으로 일하며 비지땀을 쏟았다. 대학 졸업 후 제조업에 뛰어들어 한 달에 하루 이틀만 쉬며 일하다가 대양정밀을 시작한 뒤, 일주일 내내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던 노동은 끝 모를 삶의 굴레였다. 직원이 한두 명 생기면서 야간작업에선 한발 물러났지만 하루의 절반을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고단한 세월의 부스러기는 그의 몸 곳곳에 쇳밥처럼 쌓였다. 날카로운 절삭기에 작년에만 두 번 찢어진 양쪽 눈썹 위로 열두 바늘을 꿰맨 흉터가 남았고, 절단 장비에 잘린 손가락은 움직임이 어색하다. 아연, 마그네슘 등에서 발생하는 미세 먼지는 용접면을 써도 호흡기에 침투해 기관지 질환이 고질적으로 따라다니고, 작업 소음에 시달린 청력은 난청으로 특정 주파수의 소리를 듣지 못한다. "거친 업무환경이지만 크게 힘든 줄 몰랐어요. 학업에 소질이 없었던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용접이어서 불만 없이 열심히 일했죠. 그랬던 저도 중년에 접어드니 헛헛함이 밀려오더라고요. 취미 하나 만들지 않고 일만 하며 살았는데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단 생각이 들었어요. 매너리즘에 빠진 탓도 있지만 이혼을 겪으면서 심적으로 지쳤던 게 큰 이유였죠." 반평생 뜨거운 불꽃과 사투를 벌인 투박한 손으로 기름때 묻은 작업복만 쥔 채 우두커니 선 중년의 근로자. 겉으로만 보면 추레한 초로의 용접공일 뿐인 그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패션모델로 짐작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스스로도 50대 중반에 인생의 반전을 이루리라고는 상상 못 했던 그는 현재 시니어 패션모델이자 시니어모델 인플루언서 그룹 '아저씨즈'의 멤버로 왕성히 활동 중이다. 평균 나이 65세인 중년 신사 여섯 명의 숏폼 영상에서 그는 재기발랄한 매력과 댄디한 옷차림으로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컴컴한 작업장에서 혼자 외롭게 일하다 9만여 명의 SNS 팔로워와 소통하며 하루하루 젊어지는 기분을 만끽하는 지금의 일상은 5년 전 느낀 그 특별한 감정이 아니었다면 결코 누리지 못했을 행복이다. 시니어 모델 아저씨즈. 왼쪽부터 박성만씨, 김재우씨, 이정우씨. "2019년 가을에 지인 한 분이 대구에서 열리는 패션쇼 오디션을 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해 줬어요. 마음이 공허했던 터라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평생 용접밖에 모르고 살아온 내가 과연 다른 일도 할 수 있을지 호기심이 생겨 난생처음 패션쇼에 올랐어요. 너무 긴장돼서 손을 덜덜 떨며 워킹을 했는데 끝내고 나자 저를 보고 박수치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살면서 처음으로 '아,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삶의 첫 도전에서 깊이 감명 받은 뒤로 한국모델협회가 주최하는 제1회 시니어 모델 선발전에 출전한 김재우 씨는 이후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패션쇼 대회인 '더룩오브더이어 클래식 모델 선발대회'에 나가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패션모델의 길로 들어섰다. 국내외 유수의 명품브랜드 패션쇼를 비롯해 다양한 런웨이를 걸을수록 구부정했던 어깨는 활짝 벌어지고 용접면 안에서 구겨져 있던 얼굴은 환하게 펴졌다. 변한 것이 어디 외모뿐일까. 아저씨즈 멤버로 활동하며 기존과 180도 다른 일상을 설계하는 동안 삶의 새로운 즐거움도 찾았다. 야근 아니면 집에서 우두커니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보내던 평일 저녁은 이제 워킹 수업, 헬스 PT 등 자기 계발의 시간들로 알차게 채워진다. 금요일엔 서울에서 아저씨즈의 정기 모임에 참석하고, 다음 날인 토요일엔 두 시간씩 댄스와 연기를 배운다. "요즘엔 춤 배우기가 제일 재밌어요. 얼마 전엔 학원 수강생들이랑 신촌에서 셔플댄스 공연도 했어요. 태생이 몸치, 박치, 음치인 제가 댄스공연을 하다니 신기하고 짜릿했죠. 빨리 실력을 키우고 싶은데 뒤 돌면 까먹어서 큰일이에요. 공장 직원들한테 항상 했던 잔소리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만큼 부끄러운 일은 없다'였는데 나이 드니 제가 그러고 있네요. 그렇지만 도무지 되지 않던 것이 어느 순간 바뀌어 있으니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요. 조금씩 발전하는 즐거움이 늘그막에 저를 자꾸 낯선 일에 뛰어들게 해요." 팔방미남 패션모델의 다채로워진 일주일만큼 패션에 대한 그의 관심도 이전과 천지차이로 바뀌었다. 출근하면 하루 종일 작업복만 입고 생활했던 과거의 그는 패션과 무관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서울 일정을 마치고 대구행 기차를 타기 전에 남는 자투리 시간에도 쇼핑몰을 둘러보며 참고할 만한 스타일을 사진으로 남기는 패션애호가가 다 되었다. 찍어온 사진을 보며 옷장에서 비슷한 옷을 골라 매치시켜 보는 그는 '갖고 있는 옷을 활용한 스타일링이 가장 자연스러운 멋'이라는 나름의 패션 철학까지 생겼다. "모델 활동을 하면서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낼 용기가 생겼어요. 그전엔 낡은 작업복 입고 기름때 낀 손톱으로 일하는 모습이 창피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지금의 모습은 그동안 성실히 살아온 세월의 결과물인 거잖아요. 그리 생각하니 제 직업과 외모를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전 선글라스를 끼거나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로 과하게 치장하지 않아요." 멋쟁이 중년 신사에게 많은 사람은 궁금해 한다. 남들에게 사랑받는 직업을 찾았으니 고생스럽던 본업에서 이제 그만 손을 떼고 싶지 않냐고, 하지만 다시금 가슴 속에 되살아난 열정은 삶의 온도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려주었다. 오히려 스케줄이 없는 날엔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장에서 강행군을 이어가는 그는 자신의 제품이 대한민국 산업현장 어딘가에서 유용하게 쓰일 생각을 하면 자부심이 커진다. 이마엔 여전히 굵은 땀방울이 흐르지만 입가엔 옅은 미소가 번지는 그다. "언젠간 해외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시니어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꼭 돈을 벌지 않아도 좋아요. 다만, 또 다른 변화로 제 삶을 더 사랑하게 된다면 좋겠어요. 그동안 살아왔던 방식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만으로도 낡지 않고 익어가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으니까요. 내게 아직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하는 것만으로도 전 젊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시니어계 BTS라는 별칭이 붙은 시니어 모델 그룹 아저씨즈. 에디터 한재원 |
House of the Rising Sun (Animals) • Cover
|
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공유하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설레임으로 가득한
4월의 첫번째 한 주
힘차게 출발하세요
~^^
고맙게 잘 읽으며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6인조 중년 패션모델 그룹 기사를 한번 본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신만의 개성과 톡특함을 살려보는 것도
건강에 아주 좋습니다.
4월 시작되었습니다.
4월에도 건강하십시오...망실봉님!
반갑습니다
바다고동 님 !
소중한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설레임으로 가득한
희망 찬 4월 보내시고
건승을 기원합니다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오늘도 좋은 글 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꽃 향기 가득한 4월 예쁜 꽃길만 걸으세요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
다녀가신 고운 흔적
감사합니다 ~
환절기 건강하게 지내시고
새희망 설레임이 늘 함께하는
행복한 4월보내시길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