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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이 생산한 전기 자동차가 자국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비록 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일부 자동차가 유럽에 이미 진출하였고, 지리자동차는 한국에서도 전기차를 판매하기로 하였다.1) 흔히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구조가 단순하여 후발주자의 추격이 쉽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은 리튬인산철 배터리 분야에서 가성비 좋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능력이 있다.
이 글은 중국 전기차 산업의 기술력이 국제적인 수준과 비교하여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어떤 기술 분야에서 장점이 있는지를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특허는 국가 또는 산업에서의 기술 혁신과 기술 경쟁력을 측정하는 매우 유효한 자료이다(필리프 아기옹 외 2022). 특히 미국특허청에 등록된 특허는 질적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인정받는다. 그런데 특허 데이터에서 전기차 특허만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고민이 필요하다. 첫째,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 자체의 기술력을 제외해야 하는 문제이다. 배터리가 전기차의 성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배터리 산업(또는 기술)은 전기차의 그것과 상당히 다르다. 또한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과 일반 배터리 기술을 구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분석 대상에서 배터리 기술은 제외한다. 둘째, 순수전기차 기술과 성격이 다른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Aghion 외(2016)를 통해 전기차만의 특허 코드를 구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순수전기차의 특허 기술만 추출하여 국가 간 기술 수준을 비교할 수 있었다.
중국 전기차의 기술력을 분석하기 위해 본 고는 두 개의 방법론을 사용한다. 첫째는 미국 특허를 질적으로 구분하여 중국의 특허 수준을 한, 미, 일과 비교한다. 둘째는 개별 특허의 요약문을 토픽모델이라는 빅데이터 자연어처리 기법으로 분석하여 전체 전기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력이 어느 쪽에 집중되어 있는지 분석한다.
질적 특성을 고려한 중국 전기차의 특허 분석
미국특허청에 등록된 특허 가운데 2022년 11월 현재 소멸 또는 취하되지 아니한, 현시점에서 법적 효력을 가진 특허만을 추출하였다(<표 1> 참고). 전기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일본이고, 그다음은 미국이었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전기차에서도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었다. 한국은 369건, 중국은 123건이었고, 두 나라 모두 대부분의 특허는 2015년 이후 출원되었다. 전 세계 전기차 특허의 71.8%가 2015년 이후라는 사실은 전기차 기술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아직도 개발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전기차에 구조가 복잡한 엔진이 없다고 해서 누구나 배터리만 있으면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미국특허청에 출원, 등록한 것만으로도 해당 특허의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특허의 질을 구분해 볼 수 있다. 한국통계청 산하 특수법인인 한국발명진흥회가 개발한 ‘SMART’ 특허분석 시스템은 미국특허를 AAA등급부터 C등급까지 9등급으로 구분하였다. 이 시스템은 특허 서류에 기재된 인용, 피인용, 청구항, 패밀리특허 등의 정보를 분석하여 A등급 이상은 활용 가능한 우수특허로, CCC이하 등급은 가치가 적은 포기 대상 특허로 구분한다. 분석 결과는 <표 2>와 같다. 전반적으로 일본과 미국의 특허가 우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중국보다는 특허의 질이 우수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 차이가 커 보이지는 않았다. 중국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전기차 기술력이 높아 보이지 않았다.
한편, 국제특허라고 알려진 PCT 특허와 중국지식재산권국에 등록된 중국특허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2) PCT 특허에서 중국은 2020년까지 208개의 특허를 2015~20년 사이에는 172개의 특허를 출원했으니 그 추세는 미국특허와 거의 유사했다. 중국 기업의 중국 내 전기차 특허출원은 기대한 바와 같이 그 규모가 상당하였다. 2020년 말까지 총 16,495건으로 이중 특허공개 6,835건, 등록 2,009건, 그리고 실용공개와 등록이 7,561건이었다. 자동차 기술 부분에서 실용특허의 수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한국특허청 자료를 보면 국내의 실용특허 비중은 4%에 불과했다. 중국기업이 중국 내에서 불필요한 특허를 남발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3)
빅데이터 분석 방법을 활용한 중국의 기술력 비교
다음으로 텍스트마이닝 기법인 토픽모형을 통해 중국 전기차 기술의 분포 특징을 분석한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잠재 디리클레 할당(LDA, Latent Dirichlet Allocation) 모형이며 분석 대상은 2015~2020년간의 미국특허이다. LDA 알고리즘은 문서 내 잠재된 주제들을 찾아내는 비지도 기계학습 방법의 하나이다. 문서 내 단어들을 대상으로 문서 구조와 보이지 않는 변수를 추론하고, 문서 집합 내 단어들에 대한 디리클레 분포를 통하여 지정한 수만큼의 토픽을 찾아낸다. 4)
2015~2020년 한·미·일·중 4개국의 전기차 특허는 모두 4,078개이고, 중국의 특허는 108개였다. 먼저 4,078개 특허의 요약문을 대상으로 LDA 분석하여 30개의 토픽을 정했다.5) 그리고 30개 토픽에 대해 기술적 의미를 가진 명칭을 부여하였다. <표 3>의 세분류 토픽이 그 결과이고, 이를 중분류와 대분류로 다시 집계하였다. 다음으로 중국특허 108개만으로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16개의 토픽이 도출되었고, 토픽별 키워드를 비교, 분석하여 선행 결과와 매칭하였다.
30개의 구분된 전기차 기술에서 중국은 절반 정도의 기술에 특허가 집중되었다.6) 좋은 의미로 해석하면 선택과 집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중국의 전기차 기술이 특정 분야에 편중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부족한 기술력은 부품 수입을 통해 확보하거나, 한 단계 낮은 기술을 이전받아 보완해야 하는데 최근의 국제환경이 선진국 기술 도입에 유리하지 못한 편이다.
<표 3>의 괄호 안 숫자는 토픽의 등장확률 순위로 순위가 높을수록 관련 주제의 특허가 많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기술 개발은 배터리 제어(토픽2), 기계 부품(토픽26), 배터리 모듈(토픽4), 차량제어(토픽15) 등에서 주로 이루어졌다.7) 중국의 경우 차량제어, 배터리와 충전 분야에서는 관련 특허가 많아 관련 기술이 활발하게 연구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전기모터, 기계 부품 등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결론 및 시사점
특허 데이터를 이용한 두 개의 방법론으로 중국 전기차 산업의 기술력을 분석한 결과 우선 전기차와 관련된 기술은 현재 활발하게 개발 중이어서 이미 개발된 범용기술만으로 소비자가 만족할만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이 고유 기술로 생산한 전기차는 선진국의 그것과 일정한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둘째, 중국의 전기차 특허는 국제적인 수준과 비교해봤을 때 양과 질에서 상당히 뒤처져 있었다. 최근 들어 중국의 특허 건수가 다소 늘어나고는 있으나 전체 특허에서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다만, 한국 역시 전기차에서의 기술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셋째, 전기차의 주제별 기술 영역에서 중국은 특정 분야에 기술이 집중되어 있었다. 이는 중국의 특허 건수가 적은 것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배터리팩과 함께 전기차 제조에서 매우 중요한 구성요소인 소프트웨어, 전기모터, 기계 부품 등에서는 자체적인 기술혁신의 속도가 빠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중국 전기차는 가성비가 좋은 자국산 배터리 그리고 배터리와 차량을 결합하는 배터리팩 관련 분야에서는 기술혁신이 상대적으로 돋보였으나, 차량의 성능이나 안전성과 관련된 분야에서의 기술혁신은 다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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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 연구기관인 MERICS는 중국 로컬전기차의 유럽 수출에 대해 상당히 박하게 평가했다(Sebastian and Chimits. 2022).
2)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특허협력조약) 특허는 법적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
3) 한국과 중국 모두 미국특허에서는 실용특허의 비중이 0%였다.
4) 토픽모델의 선구적 연구는 Blei, Ng, Jordan(2003)을, R 프로그램을 이용한 LDA 코딩은 백영민(2020)을 참고할 수 있다. 토픽 수는 백영민(2020)에서 제시한 4가지 테스트를 거쳐 확정했고, 추정된 토픽의 정확도를 위해 모델을 3,000번 반복했다. 또한 파라미터 α에 대한 검증을 통해 현재의 토픽 수에서 특정 문서에서 특정 토픽이 주도적으로 드러남을 확인하였다.
5) 4,078개의 문서가 행, 7,638개의 단어로 열로 구성되어 데이터 수는 3천 만개를 조금 넘는다.
6) 한국의 경우 304건의 특허가 27개의 토픽으로 구분되어 중국보다 전기차 특허의 종류가 다양하였다.
7) 전기차 기술에서는 배터리와 무관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기술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도요타 전기차에서 주행 중 타이어 분리 결함이 나타났는데 전기차의 구동력 전달 방법이 내연기관차와 달라서 발생한 일이었다(조선일보 2022).
[참고문헌]
백영민. 2020. 『R를 이용한 텍스트 마이닝』. 한울
필리프 아기옹, 앙토넬, 뷔넬. 2022. 『창조적 파괴의 힘』. 에코리브르
조선일보. 2022. 「하이브리드 최강자 도요타, 최근 출시한 전기차로 망신살」, 6월 30일자.
Aghion P, A. Dechezleprêtre, D. Hemous, R. Martin and J. van Reenen. 2016. “Carbon Taxes, Path Dependency, and Directed Technical Change: Evidence from the Auto Industry”.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24-1(1–51)
Blei, David. M., Andrew Y. Ng, Michael I. Jordan. 2003. “Latent Dirichlet Allocation”. Journal of Machine Learning Research, 3
Sebastian, G., F. Chimits. 2022. “‘Made in China’ electric vehicles could turn Sino-EU trade on its head”. Short analysis, May 30. MER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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