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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국 논의의 시작
수교 이후 한중 경제교류는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중국은 한국의 주요 투자대상국이자 최대 교역국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한국 기업이 중국을 벗어나 투자를 다원화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실제 엄밀한 경제적 득실을 따지기보다는 정치적, 사회적인 분위기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2016년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박근혜 정부는 대응조치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를 결정하였다. 그 후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가 중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명분으로 중국 내 한류를 제한하는 소위 ‘한한령(限韓令)’ 조치를 취하였다. 한한령 이후 한국의 드라마, 영화, 공연, 게임, 단체관광 등의 유행이 극도로 약화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한중 관계를 개선하고 문화교류 확대를 추진하였으나 근본적인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대중국 경제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정책으로 인해 중국과의 협력에 불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국과의 관계 개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은 탈중국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
탈중국과 수출입 변화 추이
실제 한국 기업의 대중국 직접투자가 해외직접투자에서 점하는 비중은 2005년 39.3%로 정점에 달한 후 점차 하락하여 2015년 10% 미만으로 떨어진 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신규 투자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기존 중국에 투자한 기업이 투자를 회수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한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액 중 절반(각각 54%, 53%)이 넘는 금액의 회수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왕윤종, 최필수, 2022:145) 중국에 진출한 기업 중에는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남아시아)로 이전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이 기업들은 대체로 인건비 상승, 환경규제 강화, 세제개편 등 중국의 투자환경이 악화되면서 한계 상황에 직면한 노동집약적 제조업에 해당한다.
흔히 한국 기업의 대중국 투자가 감소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가 악화되었다고 한다. 실제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2018년 556억 달러 흑자로 절정에 달한 후 2021년에는 243억 달러 흑자로 급감하였고 금년도 5월부터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년도 3분기까지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1,211억 달러이며, 수입액은 18.2% 증가한 1,172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금년도 3분기까지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전년 동기 187억 달러 대비 148억 달러 감소한 39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점하는 비중은 2018년을 제외하면 25~26%로 큰 변화가 없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는 수출보다는 수입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입 비중은 2015년 21%에서 2021년 23%로 상승하였다. 금년도 3분기까지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과 수입액의 비중은 각각 23.1%와 21.2%를 기록하여 모두 하락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결국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 악화는 수출액은 완만하게 증가하는 반면, 수입액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금년도에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부품, 소재 등 중간재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가 악화되었다.
반면, 한국 기업의 대베트남 투자가 증가하면서 대베트남 무역흑자는 대폭 증가하였다. 즉 한국 기업의 대베트남 투자금액은 2019년 46.1억 달러로 정점에 달했으며, 그 후 코로나19로 주춤했으나 여전히 25억 달러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투자가 꾸준히 이루어지면서 한국 기업의 대베트남 무역흑자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71억 달러에서 지난해 328억 달러로 증가하였으며, 금년도 3분기까지 258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탈중국의 득과 실
중국에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탈중국을 통해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을 한 기업들이 적지 않다. 특히 한류 관련 엔터테인먼트사는 과도한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에서 직접 공연을 하거나 사업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은 물론 다원화에도 성공하였다. 특히 BTS가 세계 최고의 그룹으로 성장하면서 소속사인 하이브의 주가를 대폭 끌어올리기도 하였다. 또한, 드라마 제작에서 중국 자본이 아닌 미국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한 드라마(오징어 게임 등)가 세계적인 흥행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한편, 현대자동차 역시 중국 시장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실적을 거두면서 탈중국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맹목적인 탈중국은 새로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중국 시장에서 매출만 악화시킬 수 있다. 한류에 힘입어 크게 성장했던 아모레 퍼시픽, LG생활건강 등 화장품 관련 기업들은 중국에서 매출이 크게 하락하면서 주가가 대폭 하락하였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직접 수출 외에도 홍콩을 통한 우회 수출까지 포함하면 거의 1/3 정도로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한다. 이는 한국의 대미국, 대EU 수출의 합보다 큰 금액이다. 규모뿐만 아니라 한중 교역은 서로 다른 산업 간에 진행되는 ‘산업 간 무역’에서 동일 산업(업종) 간에 이루어지는 ‘산업 내 무역’으로 전환된 지 오래되었다. 탈중국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을 악화시키는 것 외에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부품과 소재 공급을 악화시킴으로써 수출품을 생산하는데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대응방안 모색
최근 한국 기업들은 대중국 수출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약요인에 직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경기침체 외에도 한류에 대한 제한과 중국 소비자의 국산품 구매 열풍(國潮), 미중 갈등과 미국 중심의 핵심 공급망 강화 등의 요인을 들 수 있다.
한류에 대한 제한은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와 연계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으나 동시에 중국 정부가 외국의 대중문화보다는 중국 고유의 문화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도 관련되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 소비자의 국산품 구매 열기가 더해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국산품 구매 열풍을 이용한 마케팅을 하는 것을 벤치마킹하여 중국 소비자에게 친근감 있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한편, 최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공급망,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및 첨단 칩(chips)의 수출 제한과 같은 정책은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뿐만 아니라 수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인 소위 ‘칩4’에 참가하면서도 미국의 수출 규제를 피해 반도체를 수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엔비디아가 금년 3분기부터 미 정부가 중국 수출을 금지한 고성능 GPU 대신 성능을 낮춘 GPU(A800)를 생산한 것은 참고할 만한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갈등을 경험했던 타이완과 일본의 대응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타이완은 중국 정부가 중국 관광객의 타이완 단체관광을 제한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동남아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조건을 완화함으로써 대체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하였다. 일본 기업들은 중일 갈등을 겪을 때마다 갈등이 끝나면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함으로써 매출을 회복하였으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중일 갈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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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왕윤종, 최필수, 한중 상호 직접투자 30년 회고와 평가, 국제지역연구, 제31권 제2호, 2022
- 김계환, 엔비디아, 美정부 규제 피해 중국 수출 가능한 대체 반도체 생산, 연합뉴스, 2022.11.09. https://www.yna.co.kr/view/AKR20221109063400009?input=1195m
- 한국수출입은행
- 한국무역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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