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이란 단어가 왠지 어색하다.
오랜만에 써 보는 말 지붕, roof
나는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붕에 올라가 봤다.
며칠 전 집 보험회사에서 내년 2월 만기가 지나면
집보험 계약을 파기한다고 편지가 왔다.
나는 미국에 살면서 집에 문제가 생겨 돈을 청구 해
본적이 없었다 .
보험 에이전트한테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이유는 지붕에 나뭇잎이 많고 물이 고여 있어서란다.
내가 사는 캘리포니아 주는 한 3년 전부터 집 보험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특히 오래된 집, 산이 가까운 곳, 언덕 위에 집,
주위가 안전하지 않은 곳 등등.....
보험을 청구하는 일이 많다보니 회사들이 이익보다는
손실이 매우 크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다 .
다른 보험 회사들도 새로운 가입자를 원하지 않으니
일단은 어떻게 해서라도 기존의 보험회사에 적을
두고 있어야 하는 게 지금은 최선의 방법이다.
미국 전체가 그런지 모르지만 이곳 캘리포니아는
법으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집 보험도 있어야만 한다.
사위한테 사정을 말하니 주말에 들르겠다고 해서
사다리도 갖고 오라고 했다.
우리 집 사다리로는 높이 가 되지 않는다.
약속한 시간이 되니 사위가 혼자서 왔다.
사위가 접어진 사다리를 펴서 지붕에 기대 놓아서
나도 올라가 봐야겠다고 했다.
괜찮으시겠냐고 걱정스레 말을 하길래
내가 떨어지면 밑에서 받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어머님을 받을 수는 있다며 먼저
올라가시라 했다.
일단 올라온 것까지는 어렵지는 않았는데
아래를 보니 내려갈 일이 좀 걱정스러웠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지붕이 깨끗했다.
야자나무껍질 몇 개와 나뭇잎 조금..
보험회사에서 보내준 사진과는 딴판이다.
작년에 노티스 메일을 받고 사위가 올라가서
낙엽과 야자나무껍질을 치우고 배수관위에 쌓인
나뭇잎도 깨끗이 정리를 한 다음 사진을 찍어 보냈었다.
그래서 통과가 되었는데 올해 괜히 트집을 잡는 듯하다.
사진도 이번이 아니고 그때 찍었던 것이지 싶다.
지붕에 올라온 김에 빗자루로 깨끗이 쓸어내고
사위한테 호스를 올려달라고 해서 물도 뿌렸다.
물통으로 물도 잘 내려가고 완벽한 지붕청소가
끝이 났다.
사위한테 사진을 여러 장 필요하다 하니
파노라마 사진으로 많이 찍었다.
내려가는 것이 좀 두렵다 하니 사위가 먼저
내려가는 것을 보여 주었다.
나도 그대로 뒤로 돌아서 사다리에 첫발을 딛고
한 발씩 내려오니 생각했던 것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밑에서 사위가 지켜보고 있으니 안심은 되지만
등치 큰 장모가 떨어지면 사위는 감당이
안 될 일이니 조심을 해야만 했다.
다 내려와서는 내가 나를 매우 흡족해했다.
단발머리 중학교 때 교복치마 입고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놀이를 했던 것이 ,
좀 더 커서는 가끔 기숙사 담장을 넘나 들던 일이
아직도 몸은 기억을 하는가 보다.
젊은 우리 딸들도 못한다 할 일을
내가 한 것을 보면 아마도 내 어렷을적
부질없는 경험에서 얻어진 용기가 아닐까?
사위 전화기에 내 전화기를 옆에다 놓으니
사진들이 바로 전송이 되었다.
그것들을 월요일에 에이전트에게 보내야 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것일까?
지붕에서 쓸려 내려진 지저분한 것들을 정리할 테니
사위에게 들어가 차려 놓은 간식 먹으며 쉬라고 했다.
성당에 가 있는 손자를 데리러 가려면 집에 갔다 오는 것보다
우리 집에서 출발하는 게 시간이 덜 걸린다.
내가 바깥에서 일이 끝나기 전에 사위는 간다고
인사를 했다 .
수고 많았고 고맙다고 하며 .나중에 맛있는 것
사준다는 말도 덧 붙이니
"네 , 그래 주세요 " 한다.
내가 이렇게 노력을 했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도
집 보험을 연장을 해 주지 않으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잘 되어야 할 텐데...
안 되면 이 집을 뚝 떼서 갖고 충청남도 내 고향으로 가
땅 몇 평 더 사서 텃밭 농사나 지으면서 살아야겠다.
첫댓글
"안 되면 이 집을 뚝 떼서 갖고
충청남도 내 고향에 가서
땅 몇 평 더 사서
텃밭 농사나 지으면서
살아야겠다"
"首丘初心"
여우도 죽을 때
고향이 있는 언덕으로
머리를 돌린다
옆 동네이니까
오시면
제가
가끔 들일게요
그리고
사위와의 관계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
그러면서 세월만 흘러 갑니다 .
사위가 많이 착실합니다 .
신앙심도 깊고요 .
제 딸보다 더 저랑 잘 통하니
제가 복이 많은것이지요 .
감사 합니다 .
우리 나이에 사다리로 지붕에 올라가는게 쉽지 않을텐데? 훌륭합니다
충성 우하하하하하
훌륭한것은 아니고 용감하지요 .
제가 그런면도 좀 있답니다 .
충성 !!!!
저는 항상 글을 보면,
아녜스님이 40대의 여성으로 생각합니다.
고운 심성에
꽃을 좋아하고 키우는 것을 몸소 잘 하는 모습에서
부드러운 여성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붕에 올라갈 수 있고,
사위와의 대화를 보면
너무나 가깝게 남동생에게 부탁하고
자연스러운 누나의 모습으로 보인답니다.
용감하면서, 굳센 모습일 것 같은 느낌도
곁들여 보게 됩니다.
이제 부터는 안심해도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녜스니~임 화이팅 ! !
콩꽃님 ,
저는 절대 연약하고 가늘가늘한 그런 여인이 아니랍니다 .
제가 글과 이미지가 많이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답니다 .
사위는 저랑 같은 띠이고
성격 유형도 저랑 같습니다 .
잘 통하는 편이지요 .
콩꽃님께서 저를 많이 염려 해 주신것에
감사 드립니다 .
화이팅에 힘 입어 씩씩하게 잘 살겠습니다 ,ㅎㅎ
지붕위에 올라가는 일이 이 곳 에서는 쉽게 볼수없는 일 이에요.
자동차책임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듯
집도 보험을 들어야 하는 군요.
그래도 대단 하세요.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가진 사람들의 애로사항을 멀리서 간접 체험 합니다.
사위분도 다정하시고.
늘 조심하시고 즐거운 일상 이어가시길요.
또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한국보다 까다로운것이 많습니다 .
집에 문제가 생기면 인건비도 비싸고
제대로 고쳐지지도 않고 그래서 겁이 덜컥 나지요.
그래서 미국 남자들은 자잘은 집안일은 다
스스로 해결을 하더군요 .
저는 사위한테 부탁 하는일이 가끔 있고요 .
커쇼님은 오늘이 월요일이겠군요 .
좋은 일이 많은 한주 되세요 .
지붕 맞아요?
엄청 깨끗하고 평평해서 지붕 같이
안 보여요.
텍사스에선 바닷가 허리케인 상습 피해지역
아니면 집보험 들기가 까다롭지 않은데...
사다리 오르내리시는 모습이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ㅎ
지붕에 올라가 걸레질도 했어요 .
물청소 한것 빨리 마르게 하고 사진 찍으려고요 .
사위한테 지붕에 와서 걸레질 도 해본다 했더니
막 웃더군요 .
저위에 썼듯이 무모한 도전을 많이 한 덕택에
아직은 "사라있네 ~" 입니다 .ㅎㅎ
사다리 오르고 내리기 힘들텐데....용감한 아녜스님입니다.
보험처리 순조롭게 해결되길 바랍니다.
그러게요 .
일이 잘 풀려야 할텐데 요.
요즘 보험회사에서는 쫒아내는것을
우선으로 하는것 같아요 .
고맙습니다 .
지붕위에 올라간 날이라 하셔서
금은보화 가득 든 박을 따러 거길 올라가셨나
순간 배 아플 뻔 했습니다.
천상 여자, 여리신 아녜스님이지만
용기가 필요한 일이 내 앞에 놓여질 때는
힘내어 잘 해내시는 아녜스님이시지요.
멀리서 글 읽는 이 헤도네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는 뜰의 오렌지 나무도
앞으로도 잘 해내실 것이라는 믿음의 눈으로 응원합니다.
ㅎㅎㅎ 금은보화든 박을 땄으면
제가 해도네님을 절대 모르는척안 했을겁니다 .
오렌지가 올려다 보았을것 같네요 .
생전 못 보던 풍경이었으니까요 ㅎㅎ
가는 길이 막히면 돌아갈 길도 나오리라
생각 합니다 .
해도네님 고맙습니다 .
집도 지붕도 마당도 다 깨끗하네요.
집보험도 자꾸 까다로워 지나봅니다.
평범한 모티브로 잔잔하고
고운 글을 쓰시는 아녜스님.
글 잘 읽었습니다.
이제 손자 도보러 오는 날들도
좀 뜸해졌습니다.
어린이 집에 적응을 잘 하네요.
열차가 들어 오고 있어서 댓글
줄입니다.
마당이 아니고 지붕이랍니다 .
평평한곳도 있고 기와가 얹힌곳도 있고요 .
아주 깨끗합니다 .
뭐가 문제란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이베리아 말씀이 맞네요 .
평범한 모티브란 말씀.ㅎㅎ
좀 재미있는 글, 멋진 글을 써야 하는데
제 삶이나 제 안에 지식이나 다
소박하다 보니 그렇네요 .
그래도 이베리아님이 잘 읽어 주시니
고맙습니다 .
이베리아님이 열차 이야기를 하시니
기차가 타고 싶어집니다 .
잘 다녀 오세요.
미국은 단독주택도 의무적으로 보험을 들어야 되는가 봅니다
사위와 함께 직접 올라가서 말끔히 청소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고향이 충남이라니 반갑습니다
저는 아내의 고향 충남에 와서 30년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나중에 고향에 오시면 충남이 많이 발전했음을 느끼실겁니다
조영남의 내고향충청도 올려드립니다
https://youtu.be/_BJP5weyjrY?si=Tpao1N-hD86avJ7Y
PLAY
제가 사는 주는 자동차 , 건강 , 집 보험이 의무입니다 .
별 문제도 없는데 보험을 거부하는것에
저 같은 사람은 피해자이죠 .
올려 주신 노래 잘 들었습니다 .
작년에 조치원역에 갔는데 많이 변했더군요 .
고향 마을은 가본지는 오래 되었는데
언제 한번 가보려고 합니다 .
50개에 주가 50개의 주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미국을
더나아가 기후와 시간마저 다르고 카운티별로 다른 법규를 지닌 미국을
보통 한국에서는 말하길 모두 미국이라고 하는것 같기에요.
내가사는 동내는 늦은가을 내년 봄까지는 매일 비가 내리는듯 합니다.
기후 좋은 켈리에서 살던 사람들은 겨울이되면 아주 힘들어 하는 동내지요
오랜세월 켈리에서 사셨던분을 우리동내로 오세요 라고는 할수 없지만 .
혼자만에 어린시절 추억에 태어난 고향으로 집을 뚝 떼어 간다는것은
낳아 키우고 자리잡고 아무런 불편없이 살아가는 자식들에겐 또 하나에 이별을 과
그리움으로 살아가게 하는것 같네요.
나이컨은 20대에 이사를 햇는데
워싱턴 주에서 먹고사느랴 일하며 건설해 놓은것이 많아 그런것들 보는것 만으로도
나름 가슴벅차 오른답니다 그리고 당시 힘들게 일하던 시절이 떠 오르지요 누가 뭐라하던 요
나이 먹는만큼 주변에 . 주정부에 신세지고 살아가는것 입니다
님께서도 젊었을때 낸 세금과 옳바른 시민으로 분명 도움을 주었으니요.
그런데 지붕은 ..
마음이야 그렇지만 현실은 집을 어떻게
떼어 고향으로 갈 수 있겠습니까?
캘리는 겨울 빼 놓고는 비가 오지 않는게 아쉬울뿐입니다 .
날씨는 어디에도 비교가 안 되게 좋은곳이지요 .
내년 부터는 저도 제가 낸 세금 혜택을 좀
받을것 같습니다 .
지붕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
잘 될테죠 ~ 뭐
버지니아도 지붕 수리없이 20년 이상된
집은 집보험 새로이 받아 주지 않아요..
그런데 지붕에 올라가신 일은
너무 큰 모험하셨군요..
잠깐의 실수로 큰일 당하는 경우가
많으니..
집 보험이 신규 가입자를 더 이상 받지 않거니와
기존 가입자들을 내 보내려는 추세입니다 .
제 집은 이층집도 아니고 단층집이니
사실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아요 .
걱정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