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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과 지역공동체 전략
(주) 이장 대표이사
마을만들기네트워크 운영위원
임경수
1. 들어가기
우리나라 농촌마을이 생태마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아름마을사업, 녹색농어촌체험마을, 전통테마마을 등의 마을진흥사업에 참여해 왔다. 이러한 마을진흥사업은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바탕을 둔 공모방식, 주민참여를 통한 공동사업, 외부 전문가의 참여, 마을이라는 한정된 공간 대상 등 이제까지의 지역개발사업과의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마을진흥사업은 마을진흥이라는 목표를 단순한 소득증대, 농어촌관광 활성화에 두고 있으며 도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을의 농산물, 관광상품, 지역의 가치를 팔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또한 마을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단순한 소득원 개발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마을이나 지역 간의 지나친 경쟁에 의해 사회적인 약자, 경제적인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농촌지역의 마을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마을만들기 운동을 알게 되었다. 마을만들기 운동은 주로 도시지역에서 활발하게 벌어졌는데 지역주민들이 자신의 생활공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부방운동, 주민자치활동, 마을디자인활동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 2004년부터 농촌진흥사업에 참여한 전문가와 도시의 마을만들기 활동가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마을만들기 운동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마을만들기 네트워크를 운영해왔다. 이 모임을 통해 그 동안 내게 낯설었던 지역, 자치, 공동체 등의 단어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최근 사회적 기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또한 낙후된 농촌마을을 주요한 사업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윤의 추구보다는 직원을 늘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우리 회사를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사회적 기업도 지역, 자치, 공동체 등의 단어와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동안 농촌지역, 마을만들기 운동, 지역공동체 운동 등에서 듣고 보고 경험한 일천한 경험이 우리나라의 사회적 기업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정리해보았다.
2. 마을만들기 운동이란 ?
마을만들기 운동에 대해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지만 일본의 마을만들기 운동을 국내에 소개하여 마을만들기 운동을 촉발한 김찬호는 일본의 마을만들기(마찌쯔구리)에 대해 “지역공간을 주민들이 스스로 디자인해나가는 과정”이라 정의하고 있다.1) 현재 우리나라에 있어 마을만들기 운동은 정치, 문화, 예술, 건축, 농업,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목적, 내용, 방법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마을 디자인, 마을 가꾸기, 마을 만들기, 마을진흥사업, 생태마을운동, 공동체 운동, 주민자치운동, 마을의제 운동 등으로 다양하게 부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일본의 마을만들기 운동과 비교할 때 보다 폭 넓게 정의할 필요가 있는데 아직 마을만들기 운동의 정의에 대한 논의가 성숙되어 있지 않으므로 우선 “지역 공간을 중심으로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활동”으로 정의하고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마을만들기 운동에 주목하고 있고 마을만들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마을이라는 공간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익하기 때문이다. 우선 마을이라는 공간은 물리적으로 한정된 작은 공간이고 계획가의 입장에서 보면 읽어내기 좋은, 다시 말하면 계획이나 설계하기 용이한 공간이다. 비교적 동질적인 공간요소가 집합되어 있으며 주요한 동선을 중심으로 이러한 동질적인 요소들이 약간의 다양성을 주면서 배치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환경이나 생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작고 동일한 수계로 한 마을이 이루어지게 되므로 계획과정에서의 환경영향이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심리적으로 본다면 주민참여를 이끌어내기 좋은 공간이다. 마을은 길든 짧든 같은 역사적 경험을 주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공간이며 친밀하게 서로 간의 관계를 맺게 된다. 또한 마을주민 한 사람의 활동이 빠르게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고 영향을 미치며 파급되는 공간이고 이를 예측하거나 파악하기 좋기 때문에 주민들이 의사결정을 하기 용이한 측면을 가진다. 세 번째로 전략적인 측면을 본다면 우리나라의 정서상 “마을”에 대한 특별한 애착, 향수 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간혹 식당이름이 “OO 마을”인 간판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마을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로 “마을을 위해서라면”, “마을이 잘 된다면” 하는 말은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이익을 배제해도 좋은 면죄부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을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마을만들기 운동을 외부로 홍보하는 좋은 방편이 되기도 한다.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거듭한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주민참여형 지역개발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정치적으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과제가 설정되면서 민간차원의 마을만들기 운동을 정부의 정책적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마을만들기 운동에 있어 정부의 참여는 마을만들기 운동을 확대, 보급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마을만들기의 본질을 외면한 채, 무늬만 마을만들기 운동을 만들 우려가 있어 보인다. 지금 마을만들기 운동은 그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의 다양한 활동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를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운동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하는 시점이다.
3. 우리나라의 마을만들기 운동
오래 전부터 마을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활동이 있어 왔고 특별히 유사한 가치관이나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한 마을에 들어가서 살거나 새로운 마을을 만들려는 노력도 있어 왔다. 그러나 마을만들기 운동으로 불릴만한 활동은 김찬호가 일본의 마을만들기 운동을 『이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라는 책으로 소개한 1997년 무렵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2) 일본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우리나라에 있어 지방자치의 시작과 맞물리고 공간을 새로운 문화 창조의 대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와 맞물리면서 다양한 창발성 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도시에서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서울 인사동에서 지역의 정체성과 장소성을 찾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이면서 북촌 한옥마을로 이어졌으며 여러 도시에서 차 없는 골목 만들기, 쌈지 공원 만들기, 어린이 통학로 확보 운동 등으로 번져나갔다. 도시에 있어서 마을만들기 사례 중에 대구의 삼덕동의 사례를 주목할 만한데 삼덕동에 살고 있던 한 시민활동가가 자신이 살고 있던 담장을 헐면서 시작한 골목가꾸기 사업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담장을 허물거나 담장을 이쁘게 꾸미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고 이는 행정기관이 스스로 담장을 허물게 하는 주요한 계기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삼덕동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단순히 골목을 꾸미는 일에만 그쳤던 것은 아니고 삼덕동 내에 청소년 쉼터, 마을 미술관, 마을회관 등을 만들어나가고 마을 축제를 운영하는 등 삼덕동의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 하다고 살 수 있겠다. 도시의 마을만들기 운동에 있어 또 하나 눈여겨보아야 할 사례는 서대문구 장천동, 서교동 일대 소위 홍대 앞 클럽을 중심으로 한 거리문화 운동이다. 도시 마을만들기 운동에 앞장섰던 최정한에 의해 2001년부터 시작된 홍대앞의 거리문화운동은 홍대앞 거리를 클럽이라는 독특하면서도 젊고 하위적이며 생산적인 문화활동을 통해 지역공간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 하지만 홍대앞 거리문화운동에 있어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홍대앞 거리문화운동이 골목을 정비하거나 아름답게 만드는 디자인 운동이나 단순한 거리문화축제에서 벗어나 한 달에 한번 씩 열리는 클럽데이와 일년에 한번씩 열리는 로드 페스티발을 통해 홍대앞 거리의 클럽들이 경제적인 공동체를 형성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성미산의 나무를 지키기 위해 시작된 마포구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대안학교, 동네부엌, 생협, 지역방송 등 지역주민의 저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기도 하다.
농촌의 경우는 오래 전부터 농촌지도자들에 의해 자연마을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들이 있어왔지만 일단의 전문가들과 농촌마을이 결합하여 마을만들기 운동을 시도한 사례는 90년대 후반 녹색연합의 금산 건천리 생태마을 사업이 그 시작인 듯 하다. 금산 건천리의 생태마을 사업의 결과는 전문가와 마을주민들간의 간극으로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지만 녹색연합은 강화도 장화리, 무주 진도리, 홍성 문당리 생태마을 사업을 추진하면서 농촌에서의 마을만들기 운동을 주도하였다. 특히 홍성 문당리에 있어 주형로라는 마을지도자와 녹색연합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교수 등의 전문가가 결합하여 농촌마을에 있어 마을만들기 운동의 전형을 제시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농촌살리기, 그린투어리즘의 차원의 농촌 마을가꾸기 사업들이 중앙정부의 지원사업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벌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농촌에 있어서 마을만들기 운동은 정부의 지원으로 도시에서의 마을만들기 운동과 달리 시민운동의 영역에서 사업영역으로 발전하게 되어 농촌마을의 마을만들기과 관련한 비즈니스 그룹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정부의 참여, 사업적 영역으로서 전문가 참여, 마을지도자들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인해 일부 농촌마을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 화천 토고미마을, 양평 부래미 마을, 남해 다랭이 마을 등 소위 스타 마을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농촌마을에 있어 이러한 현상은 마을만들기 운동에 있어 일정부분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있어 보인다. 농촌에 있어 마을만들기 운동의 또 다른 흐름으로 농촌지역에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는 일단의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마을을 만들려는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외국의 의도적 공동체 운동(Intentional Community)처럼 어느 정도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면서 외부와의 적절한 연계성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폐쇄적인 종교적 공동체를 이 범주에 포함시키기는 어렵고 경남 산청의 안솔기 마을, 무주 진도리의 귀농마을, 경남 함양의 청미래 마을, 최근 장수군청의 지원으로 시작된 전북 장수 하늘소 마을 등이 이러한 사례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4. 왜 마을만들기인가
농촌마을과 관련한 사업에 참여하면서 “마을만들기”보다는 “마을가꾸기”라는 단어를 선호하였다. 농촌마을의 경우 새로운 마을을 만든다기 보다는 기존의 마을을 좀 더 마을답게 가꾸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마을만들기”로 규정하는 것이 오히려 맞는 것 같다. 왜냐하면 마을이 점차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마을이 해체되고 있다.
우선 마을이라는 지역적이면서도 특이한 공간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도시에서의 마을이라도 일정정도의 역사성을 공유하고 계승하는 공간이었고 기본적인 생활편의나 복지, 문화 서비스가 일어나는 생활공간이었다. 하지만 역사성이나 지역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건설과 생활 및 교육 여건, 부동산 가격의 차이에 따라 잦은 이사를 하는 생활패턴의 변화, 대규모 유통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소비행태의 변화는 도시에서 마을이라는 공간적 개념을 주민들이 스스로 인지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농촌에서도 양태는 다르지만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마을이라는 공간은 생산과 함께 생산물의 분배와 소비가 결합된 공간이었지만 이제 생산만 이루어질 뿐 생산의 분배와 소비는 일어나지 않는 공간이 되어 버렸으며 이제 그 생산마저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마을의 경계를 넘어서 다양한 생산조직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예전의 농촌마을은 마을 안에서 오롯이 교육과 문화활동이 함께 벌어지는 공간이었지만 이제 교육은 광역화되었고 문화활동은 거의 피폐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농촌에서의 소비행태 또한 도시를 닮아가면서 인근 도시의 대형유통매장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따라서 도시나 농촌 모두 마을주민들이 공유하고 있던 마을이라는 공간을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상황적 여건들이 엷어지면서 마을공간 개념이 해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개념의 해체는 물리적 측면에서 마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마을에서 벌어지던 다양하고 중요한 인간적인 고리들도 해체하고 있다. 예전의 도시 마을의 시장 골목에서 좌판을 벌이고 잡다한 야채를 파는 할머니는 젊은 새댁에게는 새로운 반찬거리와 요리법을 알려주는 요리선생이었고 철물점의 주인은 철물과 전기기구를 파는 상인이기도 했지만 집수리와 전기공사의 마을 컨설턴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많은 도시인들은 바코드를 매개로 연결되는 대형유통매장에서 의미 없는 인사를 던지는 캐셔를 중심으로 문화가 상실된, 인간미가 상실된 소비생활을 오히려 문명적인 것이고 진보적인 것으로 받아드리고 있다. 농촌에서도 생산의 동반자이며 식량을 함께 나누던 마을주민들은 이제 자신의 농산물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경쟁자가 되었거나 그런 경쟁도 할 수 없는, 그저 자신의 농업노동으로 자신의 삶을 간신히 연명하는 노인만이 이웃이 되어 인간적인 교류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즉 심리적, 정서적 마을의 개념도 함께 해체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물리적, 정서적 마을 개념의 해체가 경제적인 영향을 지대하게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 마을이던 농촌마을이던 그 정도는 달랐지만 마을을 중심으로 내부순환적인 경제가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었다. 즉 마을에서의 한 개인의 소득은 일정부분 마을주민들의 소득으로 돌아갔고 그렇게 얻어진 소득은 다시 마을 주민들의 소득으로 분배되는 재분배효과내지는 순환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창출된 부가 끊임없이 외부로 유출되는 경제구조로 변하고 있다. 소비경향이 달라졌기 때문에 일정한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던 소규모 상업은 이제 다른 마을, 더 나아가 다른 지역과 경쟁해야 하고 심지어 거대자본이 경영하는 대형유통매장과 경쟁해야 한다. 실제로 중소도시의 상점들은 끊임없이 업종을 바꾸고 있고 작은 점포로 분화되는 과정을 겪고 있으며 농촌의 소도읍의 소규모 상업은 거의 침체하고 있다. 결국 어느 누구든 거대자본과 경쟁해야 하지만 거대자본이 마련한 소비시장에서 소비할 수 밖에 없는 이중적인 착취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는 결국 다시 마을을 해체하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그리고 거대자본의 커다랗고 두려운 힘은 “세계화”로 미화되고 있다.
여기에서 마을만들기의 대상에 대해서 생각해 볼 여지가 만들어진다. 즉 우리가 마을을 만들려고 하는 대상은 아마도 마을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은 아닐 것이다. 예전의 마을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은 마을주민들의 자치, 문화, 경제활동을 규정하는 외연적인 틀이었을 뿐이다. 물질의 자유로운 이동이 어렵고 다른 지역에서 에너지의 유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마을은 삶을 꾸려가기 위한 가장 작고 효율적인 공간 영역이었을 것이다. 이제 물질과 에너지의 자유로운 유입과 유출이 허락되고 더구나 정보가 손쉽게 전달하는 현대에 들어 그런 외연적 틀은 더 이상 많은 의미를 가지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마을만들기의 대상은 바로 심리적, 정서적 마을 개념일 것이고 정서적, 심리적 마을만들기의 구체적인 내용은 결국 풀뿌리 자치운동이며 지역문화운동이 될 것이며 지역 경제공동체 운동이 될 것이다. 그 지점은 결국 “세계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공동체적 “지역화”라는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르호지의 주장과 맞닿게 된다.
즉, 마을만들기 운동은 물리적 공간 디자인 운동에서 벗어나 정치적으로는 자치운동이며 문화적으로는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운동이며 경제적으로 순환과 나눔의 공생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마을만들기 운동은 세계화를 방어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3)
5. 마을만들기와 관련한 퍼즐게임
다소 재미있는 퍼즐게임이라는 소제목을 붙여보았다. 퍼즐은 다양한 톱니 모양의 종이 조각을 서로 맞추어 큰 그림을 그리는 놀이이다.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현상을 퍼즐 게임처럼 짜 맞추는 버릇이 있는데 그러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면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실을 찾아내기도 한다. 마을만들기 운동은 퍼즐의 종이조각과 비슷하게 여러 가지 다양한 톱니를 지니고 있다. 앞서 논의에서 그 톱니를 “세계화”라고 하는 톱니와 맞물려보는 작업을 진행해보았다. 우리 사회에서 아주 다양한 문제들이 표출되고 있고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마을만들기 운동의 톱니와 맞추어보는 흥미로운 작업을 한번 해보자.
해묵은 우리사회의 과제이지만 절실한 과제인 민족통일과 톱니를 맞추어보자. 북한에서도 마을만들기를 할 수 있다면 ? 북한에서 마을만들기 운동과 우리의 마을만들기 운동이 만난다면 ? 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이 간섭하는 민족통일보다 더 빠른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혹 그 방식은 정치적 통일이 아닌 진정한 민족통일의 방법이 아닐까. 또 이런 톱니를 맞추어보자. 다른 나라의 마을만들기와 연대한다면 ? 아프리카에서 기아에 허덕이는 나라의 마을만들기와 우리의 마을만들기가 만난다면 ? 기아문제의 획기적인 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이야기하고 있는 대안무역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다양한 마을만들기의 톱니와 다양한 우리 사회의 쟁점의 톱니들을 맞추어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환경문제, 생태계 보전의 문제, 자치운동, 분권운동, 계급문제, 전통문화 보전의 문제, 노인문제, 주택문제, 범죄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각자의 활동영역에서 마을만들기 운동를 중심으로 새로운 톱니를 만들고 그 톱니를 맞추어나간다면 새로운 마을만들기 운동으로서 그 영역이 넓혀질 것이다.
6. 마을만들기 운동과 지역공동체 운동
정부가 지원하는 농촌에서의 마을진흥사업이 농어촌 관광이 중심이기 때문에 불특정다수를 향한 관광사업을 계획하고 이를 위해서 다른 마을과의 차별성, 경쟁력을 강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농어촌 관광마을의 성공사례도 불특정 다수를 향한 관광사업이 마을의 성공을 좌우한 것이 아니라 고향과 같은 농어촌 마을을 가꾸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방문과 농수산물 구매를 연결하는 방식의 비경쟁 시장 지향형 사업을 통해 성공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의 공동체 사업, 특히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는 사업은 경쟁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이 아니라 비경쟁 시장을 찾아내고 이 시장 내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보다 성공적일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비경쟁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시각이 필요하다.
○ 지역 외부 시장보다는 지역내부의 시장을 먼저 들여다보자
지역 외부시장은 완전 경쟁시장이지만 지역 내부 시장은 아직까지 완전경쟁이 막을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고 있다. 즉, 지연, 학연 등이 작용하고 있고 긴밀한 인적네트워크를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 춘천 시니어 클럽은 가요교실, 요가 등의 문화활동에서 자발적인 경제사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콩나물 공장을 설립하였는데 다른 대규모 콩나물 공장과 경쟁하기보다 시니어 클럽 회원과 친분이 있는 춘천 시내 소매점과 공급계약을 맺고 정해진 양만 납품하여 성공적으로 사업을 경영하고 있다.
○ 지역경제의 흐름을 깊게 들여다보면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지역에서 경제의 흐름, 즉 돈의 흐름을 관찰하고 분석하면 지역경제의 순환적 흐름을 연결할 수 있는 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고리는 대외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지역 내에서는 사업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을 갖출 수 있다.
예) 충남 서천의 한 공무원이 미나리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서천은 서해안을 끼고 있어 횟집이 많이 있는데 횟집의 매운탕 재료 중에 많이 사용하는 것이 미나리이기 때문에 지역에서 미나리를 생산하게 되면 횟집에도 도움이 되고 농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서천에서는 미나리를 다른 지역에서 수입하고 있다.
○ 사업과 사업을 연결하자.
지역에서 단일한 아이템의 사업은 경쟁력을 갖기 어렵지만 사업과 사업을 연결하면 경쟁력을 갖추는 경우가 발생한다. 마을단위 진흥사업에서도 1차 농업, 2차 가공, 3차 도농교류 사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마을의 소득이 안정화되고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업과 사업의 연결은 지역과 지역의 연결, 즉 서로 다른 지역의 나눔의 집 간의 연계사업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예) 춘천 시니어 클럽은 콩나물 사업에서 소매점 판매를 통해 생산에 대한 자신을 가지게 되자 할머니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바로 콩나물 해장국 사업이었다. 콩나물 생산과 콩나물 해장국집이 유기적인 연계를 가지게 되면서 사업성을 확보하였다.
이러한 단기적인 지역사업과 함께 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지역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전망을 가지고 지역 공동체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라면 단순한 사회적 일자리의 형태가 아니라 지역공동체 기반을 조성하거나 지역공동체 사업을 추진하는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 생태마을을 계획하고 설계하는 방법론의 제시하고 있는 퍼머컬처에서도 생태마을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사업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4) 이는 하나의 마을을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개개 마을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지역적 시스템, 즉 지역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퍼머컬처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공동체 사업은 다음과 같다.
○ CSA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생산자, 소비자간 신뢰를 바탕으로 농산물을 개별 가격에 의해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총량과 총액으로 거래하는 것
○ 공동체 텃밭 (Community Garden)
지역의 자투리 땅을 텃밭으로 바꾸어 사회적인 약자가 경작하도록 하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가꾸고 함께 소비하는 것
○ 농민시장 (Farmer's Market)
대규모 유통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다품종 소량 생산 중심의 농산물을 농민이 직접 판매할 수 있는 지역시장
○ 지역 레스토랑 (Community Restaurant)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 특산물을 중심으로 지역주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식당
○ 협동조합 (Co-op)
조합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는 공동체 사업 경영조직
○ 지역화폐 (LETS)
다자간 물물교환 시스템으로 돈이 없어도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가 지역에서 유통될 수 있는 지역경제 시스템
이렇게 지역과 지역주민을 중심에 두고 있는 지역공동체 사업은 지역의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충분하게 고려하고 배려하고 있다. 또한 지역공동체 안에서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원조나 지원 형태의 배려가 아니라 나눔의 배려가 될 수 있다. 국가 간의 경쟁, 지역 간의 경쟁을 무한하게 요구하고 있는 세계화의 흐름은 사회적인 약자, 경제적인 약자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지역공동체 사업은 더욱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7. 나가며
이 글은 마을만들기 운동이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대안이며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풀뿌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 지금 우리나라에 있어 마을만들기 운동은 이제 한 시대를 정리하고 다음 시대로 넘어가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마도 같은 이유로 사회적 기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즉 마을만들기 운동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야 하는 내부적인 측면과 앞 서 언급했듯이 지역개발, 지방분권, 균형발등 정치, 사회적인 배경과 함께 세계화라는 새로운 외부적인 경제질서의 개편 등이 맞물려있다.
마을만들기 운동도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제를 설정하였다. 우선 마을만들기의 주요한 사업의 대상이 결국 그 대상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마을만들기를 위한 사람을 만드는 일을 가장 중심에 두려고 한다. 둘째로는 다양한 주체들 간의 연대를 구축하는 일이다. 서로 다른 단체와의 연대, 지역과 지역 간의 연대를 구축하려고 한다. 셋째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 비판적 참여를 하려고 한다. 물론 마을만들기 운동에 정부가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치적, 행정적 속성은 마을만들기의 지향점을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충분한 논의와 절차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정부와 함께 일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오늘의 논의를 바탕으로 마을만들기 운동과 함께 사회적 기업도 우리 사회를 지속가능하고 인간적이며 살만한 사회를 만드는 지역운동으로서 뿌리 깊게 자리 잡기를 바래본다.
첫댓글 정독이 잘 안되서 대충 읽엇음. 애써 올려놓은 바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