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은 늘 좋은 방향으로 돌아간다”
금발의 로렐라이는 돈과 다이아몬드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일은 늘 좋은 방향으로 돌아간다”라는 생각으로 당당하고 솔직하게 맞서며 지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이다.
작가 아니타 루스는 로렐라이를 지적인 면이 약간 낮은 여성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녀의 일기를 문법과 철자의 오류가 있고 문장이 유창하지 않은 형태로 표현하였다. 하지만 사실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문법이나 맞춤법의 오류가 1%도 없이 완벽하고 유창하게 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글 쓰는 것을 배운 적이 없는 로렐라이가 일기를 쓰는데 문법이나 철자의 오류가 있다는 것이 어쩌면 그리 멍청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사건 중심으로 보면 로렐라이가 시시때때로 맞이하는 여러 상황을 위트와 자신감 하나로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런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그녀의 순진함은 미숙함과 동시에 무지함 또한 가지고 있기에 독이 되는 상황도 초래하지만, 그녀의 삶 전반에 전혀 유해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로렐라이는 그저 아름다운 외모와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이용하는 모습이 아니라, 주변 사람을 대할 때 가식이 없는 솔직함과 의도되지 않은 순수한 내면의 말들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아무것도 의도하지 않고 털어놓는 그녀의 솔직함은 지금의 의심이 가득한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그녀만의 매력이기도 하다. 로렐라이의 이런 모습이 오히려 큰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일기 속에 빠져들게 한다.
영화배우였던 로렐라이는 거스 아이스만을 만나 영화배우를 포기하고 그의 제안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녀의 글은 다름 아닌 일기. 어느 날, 로렐라이는 작가들과의 모임에서 제럴드 램슨를 알게 되고 그와 결혼할 뻔하지만, 결국 친구 도로시와 함께 파리와 런던에 가는 배에 오른다. 배 안에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한 사건과 관련된 신사와 맞닥뜨리게 되고, 그로 인해 심란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는 로렐라이. 런던에 도착해서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보고 그것을 갖게 되지만, 브랜시스 비크만 부인이 파리까지 로렐라이를 찾아와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돌려달라고 한다. 그 여성은 변호사까지 보내 어떻게든 그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빼앗아가려고 하는데……
로렐라이와 도로시는 파리에서 다시 중부 유럽으로 가는 오리엔트 특급 기차를 탄다. 그 기차 안에서 로렐라이는 운명의 남자를 만나 청혼까지 받게 되고, 로렐라이는 그 신사와의 결혼 문제에 대해 고민에 빠진다. 결정적인 순간에 알게 된 또 다른 한 신사. 그로 인해 로렐라이의 계획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비록 돈을 매우 좋아하는 로렐라이지만, 결국 그녀에게도 돈이 전부는 아니었으니…… 과연 그녀는 마지막에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그리고 그녀가 생각하는 인생에서 가장 값진 일이란 무엇일까?
『로렐라이의 일기』는 1920년대 미국과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으로, ‘재즈 시대’라고 불리던 당시 미국 사회의 물질주의, 쾌락주의 현상을 익살스럽게 풍자하였다. 비록 약100년 전의 소설이지만 그때의 사회 모습을 속에서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심혜경 번역가는 독자들이 당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도록 미국과 유럽 사회에 대한 많은 정보를 넣어 주어 주석을 읽는 재미까지 더하였다. 한국어 번역 뒤에는 영어 원서가 수록되어 있어 원문을 함께 읽는 것이 이 책의 관점 포인트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로렐라이의 일기』는 마릴린 먼로의 백치미 이미지를 만든 영화로 유명한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의 원작 소설이다. 영화에서 로렐라이 역을 맡았던 마릴린 먼로는 익살스러운 표정, 말투 하나하나로 재미와 감동을 더해 주었고, 마릴린 먼로가 입었던 핫핑크 드레스는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오마주되고 있다. 영화 속 로렐라이(마릴린 먼로)와 도로시(제인 러셀)는 소설 속 인물들과 같은 듯 다르게, 다른 듯 같게 표현이 되어 있다. 이 소설을 읽을 때 영화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더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