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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염주괴불주머니 꽃의 미소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50 08.04.26 10:4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2008년 4월 23일 수요일 비온 뒤 갬

 

엊저녁 시작된 비가 오전 내내 추적거렸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남쪽으로 탁 트인

3층 창가에서 밖을 보니, 한라산도 안 보일 정도로 답답하고 어두운 것이

며칠 동안  이렇게 흐린 날씨가 계속 이어진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2~3교시 빈 시간은 이번 일요일에 갈 4.3유적 답사 자료 작성으로 보냈다.

 

오후, 북쪽 창 너머가 환해지는가 싶더니 하늘이 조금 열려있고 비는 그쳐

요즘 운동도 못한 것을 감안 저녁 7시 조문도 있고, 모처럼 6~7교시 빈 시간은

학교 주변 산책을 나서기로 작정, 카메라를 메고 정문을 걸어 나왔다.

아침에 차에서 얼핏 눈에 뜨인 괴불주머니가 생각나 가보니, 바로 이렇게 피었다.     


염주괴불주머니는 쌍떡잎식물 양귀비목 양귀비과의 두해살이풀로

바닷가 모래밭에 많이 나며 줄기를 자르면 역한 냄새가 난다.

잎은 어긋나고 삼각을 이루며 2회 3장의 작은잎이 나는 겹잎이다.

작은잎은 깊이 패인 흔적이 있거나 깊게 갈라지는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꽃은 4∼5월에 노란색으로 가지와 줄기 끝에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포는 바소꼴이고 한쪽에 꿀주머니가 있으며, 수술은 6개로서 2체로 갈라진다.

열매는 삭과로 7월에 익으며 꼬투리 속에 염주처럼 잘록잘록한 모양이다.

독이 있는데, 민간에서 뿌리줄기를 진통제로 쓰기도 한다.

 

 

♧ 배태 마을 소묘 - 홍해리(洪海里)

    

진흙배기 구빌 돌아

백고개로 향하면

햇살 밝은 산자락

어머님처럼 앉은 마을


명성사 예불소리에

잠이 깨고 날이 저문다


웃 절 청화사

아침저녁 염불소리

속세의 한을 사루는

백팔염주 천염주 단주


지동치는 가슴앓이 행자는

해 종일 목탁을 두드리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인적 끊긴 오솔길

맑은 물소리

구름 위 몇 리를

타는 저녁 놀


한 송이 꽃잎으로

눈이 밝은 사람들

철이 변할 때마다

산조로 이어오는 전설의 얘기


산골짜기 맑은 물은

충신효자문을 감돌아 흘러

솔잎 푸른 배태산

저녁 예불로 은은한 종소리


오늘도

천년 달빛이

하루같이 어린다.

 

 

♧ 귀향(歸鄕) - 김안로


마당 조금 훤한 집 들머리에 서 있는, 나이 든 회화나무가 떨고 있다.


해는 산봉우리에 끌려가고 어둠 설설 내려오는데, 늙은이 지푸라기 잡는 소리 들린다.

땅바닥에 질질 금을 그어놓고 저 혼자 달 그늘에 몸을 누이려나,


화려한 화서(花序)로 한 철 피어나는 꽃도 향을 다 뱉고 나면 지고, 그 자국엔 염주알 꼬투리로

주렁주렁 늘어져 여무는데, 철 지난 줄 모르고


허리춤을 늦게 빠져나온 가지에는 시방, 마지막 남은 꽃잎들이 애써 옅은 입술을 내밀고

아는 척이다. 늦은 길손이 낯익어 하는 인사치레 같기도 해,


가다말고 잠시 멈추어 섰다. 검은 그림자가 따라서면서 하늘이 내려앉았고,


별들이 하나 둘 따라 내려오다가 나뭇가지에 걸려든다. 걸려서 오도 가도 못하는

별들을 점찍고 있는 사내의 등짝에 느닷없는 굵은 빗줄기 후두둑 스치고 지나갔다.


환청인가, 무슨 소리가 또 있었다. 달이 구름을 뿌리칠 때 자명괴(自鳴槐) 떨어지는 소리?


젖은 등허리를 구부리고 선 사내의 눈에 검은 그림자를 안고 있는 별무리가 들어왔다.

아직 발을 들이지 않은 안방의 창틈으로 불빛과 함께 새어나오는 사람소리도 들었다.


그늘에 발만 담그고 있던 사내가 별무리를 따라들어갔다. 그늘도 같이 따라 들어갔다. 

 

 

♧ 횡설수설 - 반기룡


맑은 햇살 질겅질겅 씹으며

성안길 거리 배회하다

지나가는 바람과 구름 와락 당겨

호주머니에 푹 쑤셔 넣었다

맨 처음 바스락거리며

온통 난리법석 떨더니 이내 평온 되찾는다


우리네 삶도 가끔은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조용히 담금질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번득 들었다


발자국이 붐비지 않은 산 찾아

염주알처럼 걷고 명상하는 것도

때 묻은 영혼 구제에 좋을 것이다

온갖 상념이 윽박지르고 중압감으로 다가올 때

나만의 시간을 원앙침처럼 수놓을 수 있다는 것은

방전된 축전지에 충전하듯

꽉 찬 추억 주렁주렁 매다는 것이다


여드레 보름 횡설수설하다

주머니 속, 쿡 찔러보았다

아직도 또아리를 틀고 있는

바람과 구름이 생물처럼 꼼지락거린다


저 멀리 봄 햇살이 영문도 모른 채 키득거리며 지나간다

 

 

♧ 서시(曙詩) - 김낙필

 

아름다울 수 없어 서러운 사람

길 위에 서지마라

길은 행로일 뿐

그 끝을 염려하지도 마라

아름아름 수 놓은 생의 가운데로

수렁 만들어놓고

발끝을 디미는 일 하지마라


아름다워 슬픈 사람아

행적은 언제나 네 앞에

서성거릴 뿐

너를 어여뻐하지 않는다.

눈이 부셔 화려한 인생

염주에 걸려 신음하듯

그 고독한 사람의 길인데


슬프거나 외롭거나

덧없는 세월

탁발승 바랑 속에 숨겨진 바람처럼

고우나 미우나 한세상

그렇게 저물어가는 것

거울 보는 일이나

몸을 씻는 일이나

치장해서 얻는 것이 무소(無少)


발끝 아래 짓밟힌

질경이 이파리처럼

살다 살다 서러운 땅에

눈이 내려서

무상하게 잊혀져가는 것처럼


인생은 덧없어

바람처럼 가는 길...

 

 

♬ Conquest Of Paradise(더 아름다운 꿈을 향하여) - Dana W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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