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식 요일과 주관식 주말
최란주
객관식 요일엔 거리에서 망고 또는 자몽을 고른다. 물 맑은 사내와 불타오르는
사내 중 누구를 만날 것인지 고민하고 선택한 사내에게 앵무새를 보내야 할지
주머니 전용 시계를 선물할지 꼬마들이 눈썰매를 타고 비탈길을 내려가는 속도
와 뚱뚱한 귀신들이 뒷산을 넘어가는 속도 중 누가 더 빠른지 떠올린다.
주관식 주말엔 자전거 바퀴 두 개가 지나가는 골목에 엉덩이가 반죽처럼 부푼다.
눈 녹은 시간들이 이스트에 발효되어 말랑거린다. 회전하는 바퀴 사이로 늦겨울
풍경들이 새어나간다. 동그라미와 엑스 표를 배낭에 넣고 괄호의 지명으로 여행을
간다. 바람의 노선을 머리카락들이 알아챈다. 가끔 자물쇠로 잠겨있는 길을 만난다.
괄호 안에서 피어나는 장미와 쓸모없는 열매를 본다.
가끔 괄호는 과로가 된다. 스웨터를 털어서 다이아몬드 무늬를 빼낸다. 꺾쇠 괄호는
갇히는 것이 많다. 나뭇가지에 방패연 편지가 걸린다. 달이 떨어지는 모양으로 좌절의
기호가 생겨나고 너의 거짓말은 눈썹 하나를 더 붙이는 것, 한쪽 방향으로만 가는 바람
들은 왼손잡이의 애인일 경우가 많았다.
🖋최란주 시인 : ㆍ2020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늦겨울
최란주
느그들은 나 죽기 전에 시집들 안갈래
요새 아그들은 참말로 애인들도 잘 사귀드만
느그들은 여태 뭣했냐
저 시랭이 마을 사는 끝자는
아들을 셋이나 낳고도 그 머이메와 끝내뿔고
딴 서방을 꿰차고서 딸 하나를 낳아서
알콩달콩 잘도 키우고 살드그만
느그들은 여태 뭐했냐
넘들은 시방 손주를 장개보낸다고 청첩장을 뿌리고 난린디
나는 딸 셋 중 하나도 못 치워서 복장이 터져뿔것다 참말로
근디 시방 어디여 여즉 사무실이라고
그놈의 사무실은 매미맹키로 붙어서 끄륵끄륵 일만 해싸면
무슨 똑바라진 사내자식 하나 엮어준다디
인제 그만 일을 끝내뿔고 싸게싸게 나와서 술 한 잔 먹어제끼고
맘에 든 사내가 있거던 거그서 그냥 모른 척 자빠져쁘러
지도 사람인디 나 물라라 하것냐
뽀뽀는 안 허더라도 업어다 이불에는 눕히기 않것냐
그렇게 갈켜줘싸도 그노메 좋은 머리는 어따가 쓰는겨
초등핵교도 안 댕긴 명옥이는 남재 만나서 잘만 살더그만
대학까정 나온 느그들은 여태 뭣했냐
잔소리라 생각허들 말고 퍼득 정신차려
시간이 없당께
고놈이 고놈잉께 인제 고만 고르고
화딱 소매를 끌던지 바지가랑이를 잡아 댕기든지 하랑께
술 몽땅 묵고 자빠져쁘러
그것이 최고여
그라고 나중 지가 안그러고
고놈의 술땀시 그랗게 되야부렀어야 하면
그만이랑께
< 서울디지털대학교 제 1회 사이버문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