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부도위기에 몰린 한국의 은행들
(서프라이즈 / 착한사람 / 2008-11-21)
기업이 어음을 막지 못하면 부도 처리된다. 마찬가지로 은행이 대출금을 못 갚아도 부도 처리된다. 얼마 전 몇 개 대형 시중은행들이 1차 부도위기까지 치달았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외화로 조달된 차입금의 만기연장과 신규차입이 꽉 막혔는데 은행인들 무슨 수로 버티나. 버젓이 눈에 보이는 게 안 보인다고 한다면 그건 장님이랄 밖에…
정부가 미국 재무부로 달려가 스왑에 목을 맸던 것은 은행들의 부도를 막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목을 매고 달려 들었을 테니 당연히 제대로 된 협상이란 게 이루어졌을 리 없을 것이고 당연히 한국정부는 구걸을 미국은 훈계와 짜증만을 반복했을 것이다.
난 솔직히 이 지점에서 강만수가 무릎을 꿇고 빌었을지 아니면 눈물 콧물을 흘렸을지 궁금하다. 어쨌든 그 인간은 돌아올 때는 무슨 금메달이나 딴 듯이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귀환했다. 겨우 부도를 모면한 주제에 말이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그다음 행동이다. 그런 한국의 막탕 구걸 짓이 미국 언론이나 월가에 포착되지 않았을 리가 없고 따라서 한국 은행들에 대한 목표주가 하락이나 신용등급 전망치에 대한 하향조정이 뒤따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는데도 정부에선 그걸 지독한 음해라며 기를 쓰며 반박에 나선 것이다.
2,000억 달러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달러 구걸이 가당키냐 하냐는 게 정부가 하고 싶은 주장이겠지만 1조 원의 부동산자산을 가지고 있어도 유동화가 안 된다면 100억 원으로도 부도를 맞을 수 있는 게 금융의 원리다.
아무튼, 우리 은행들이 외화 유동성 고갈로 인한 1차 부도 위기를 간신히 넘겼지만 이번엔 외화유동성 고갈과 원화유동성 고갈이 동시에 겹친 최악의 양상으로 2차 부도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외화 유동성 위기에 처한 이유는 이명박의 성장지상주의 정책과 부자 감세 정책 때문이었다. 감세를 하면 재정이 부족해져 적자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거기에 이명박은 성장을 위한 추가 재정지출까지 원한다. 그러나 무한정 국가부채를 늘릴 순 없다. 이명박은 대신 외환보유고를 줄일 것을 지시했다. 그러자 강만수는 외환을 좀 더 높은 가격에 팔아 치우기 위해 고환율 정책을 편 상태에서 700억 달러를 시장에 내다 버렸다.
결국, 만수는 소원대로 내년에 적자국채를 17조 원이나 발행할 예정이다. 국가부채가 2% 늘어나게 되는 것이고, 정부예산에서 그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악성부채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반면 국가예산에 부담을 주지 않고 위기관리상 꼭 필요한 외평채 발행 등은 거부했다. 그것은 국가부채를 일시적으로 줄여 적자국채 발행을 합리화 하기 위한 선행조치였고 그것이 결국 외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원화 유동성 위기에 몰린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경제주체가 유동성 공급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은행은 BIS 비율 유지를, 기업은 연말 결제를, 가계는 부동산 가계대출 상환을 해야 한다.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국채를 발행하니 은행들이 그걸 살 수 밖에는 없고 ,은행은 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기업에 대출한 자금을 회수하고, 기업은 연말결제에 대비해 가계에 대한 소비금융을 줄이고, 가계는 은행에 부동산 가계대출 상환을 위해서 그리고 기업의 금융혜택이 줄어드니 소비를 줄이고…
가계가 소비를 줄이니까 경제가 위축되고 세수가 줄어들고, 정부는 경제가 더욱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세금을 더더욱 줄여주는 대신 재정을 늘리고, 재정을 늘리기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면서 다시 은행의 유동성을 조이고…. 뭐 이런 식이 되는 것이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언뜻 보면 소비를 늘려줄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반대로 소비를 죽이는 이유, 정부가 아무리 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해도 금융경색이 풀리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럼 외화 유동성과 원화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주 간단하다. 금리를 올리면 된다. 그러나 이명박은 그것은 싫단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금융위기가 벌어지게 되면 선진국은 금리를 인하한다. 선진국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은 크게 세 가지다. 발권력 동원, 신흥시장에 공급했던 자금의 회수, 국가부채 증가가 그것이다. 선진국이 금리 인하를 하게 되면 후진국의 경우에는 금리 인상 이외에는 사실상 지급유예나 외국계 은행에 대한 강제 국유화나 자산동결 조치 말고 대응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 국가도 아니고 신흥시장에서 회수할 자금도 없으니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헌데 이 지점에서 정치적 판단이 강력하게 개입됐다. 즉, 금리 인하를 할 수 있으면 선진국, 못 버티고 금리 인상에 나서면 후진국이란 인상이 주어질 것이란 것에 대해 정치적 계산이 강하게 삽입되어 버린 것이다.
이명박은 이 지점에서 한치의 고민도 없이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대답했다. 그 덕에 한국의 금리는 북유럽 호주 중국보다도 낮아졌다. 그것은 한국의 은행과 기업은 달러와 원화가 별로 아쉽지 않으며 금융경색에 별로 고통받지 않고 있다는 외침과 같은 것이었다.
둘째, 고금리는 당연히 부동산과 주식에 끼인 버블을 꺼뜨린다. 차입이 많은 기업과 가계도 무너뜨린다. 이것은 은행에 대한 자본투입과 합병을 유발한다. 만약에 부동산에 버블이 없고 기업과 가계의 차입이 적으며 은행의 자본투입이 필요 없다면 고금리 정책은 필요치가 않다.
따라서 정부에서 고금리 정책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은 이점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실상이 그런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이명박이 고금리 정책을 쓰지 않는 것은 부동산 버블 붕괴와 그로 인해 건설로 경기를 부양하려고 했던 자신의 정치적 일정이 차질을 빗게 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우리나라 은행들은 2차 부도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은행들의 1차 부도 위기를 숨겼었다. 그리고 지금의 2차 부도위기도 숨기고 있다. 물론 정부가 공신력 저하와 국가적 위신을 고려해 어느 정도 어려운 사실을 미화하는 것은 이해해 줄 수도 있는 문제다. 그러나 대통령의 뻔한 실책을 가리고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해 국가경제와 국민을 계속적으로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것은 도저히 용서해 줄 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작금의 스태그플레이션에 중국발 재앙이 현실화되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경제가 연착륙하게 되면 한국은 내년에 플러스 성장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였던 수출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많은 수출기업들이 도산하고 펀드 등 중국 내 투자되어 있는 막대한 국부의 손실이 뒤따르게 될 것 또한 자명하다.
그런데도 이명박은 천하태평이다. 무엇보다 위기예측 능력이란 게 전혀 없다. 중국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은 꿈에도 생각지 않은 채 오직 우리 경제가 3% 성장할지 4% 성장할지 아직은 모르겠다며 될 수 있으면 좀 많이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웃기만 한다.
내 눈에는 그런 그가 미친 인간으로 보인다. 어디 그런 무식한 인간에게 중국발 위기에 선제대응 해야 한다고 조언을 한다면 먹히기라도 하겠는가. 위기에 선제대응은커녕 예측의 하나 정도로서의 의미부여조차도 거부할 것이 뻔하다. 이명박은 악몽이 눈앞의 현실이 되어야만 인정을 하는 습관을 가진 인간이다. 하기사 그러다 전과도 눈덩이처럼 늘어난겔 게다.
아무튼, 중국의 부실이 IMF 때처럼 폭발하는 날엔 한국의 피해는 계산조차 하기 힘들어 질 수 있다. 외화유동성은 물론이고 원화유동성은 지금보다 더더욱 힘들어질 것도 뻔하다. 이 지점에서 은행들의 3차 부도위기가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은행들의 바닥이 몇 층까지 갈지 지금으로선 도저히 예상이 안 되는 실정이다.
다만, 분명한 것 하나는 지금 정부가 거짓말과 은폐의 함정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정치인 학자 언론인 등 온 나라가 이런 복마전에 동참하고 있다. 따라서 그 어떠한 말과 논리 정보에도 현혹되지 않고 위기관리 지수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것만이 자신을 지키고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착한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