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특별 위령 미사’가 11월 19일 오후 8시 안산시 화랑유원지 야외음악당에서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주례로 봉헌됐다.
교구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를 비롯해 안산대리구장 김건태(루카) 신부 등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위령 미사에는, 수도자와 유가족·평신도 등 1300여 명이 참례했다.
이날 미사는, 세월호 참사로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한 실종자들과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난 희생자들, 특별히 꽃다운 어린 학생들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기도하고, 그 부모와 유가족들의 크나큰 슬픔과 고통에 함께하며 온 마음으로 그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거행됐다.
참례자들은, 이 특별 위령 미사를 통해 자비하신 아버지 하느님께서 영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에게 자비를 베푸시어 당신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 수 있도록 기도했다.
이용훈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세월호 참사가 난 지 오늘로 217일을 맞았다”며 “먼저 세월호 참사로 무참히 희생된 영혼들을 위해서 잠시 묵념하면서 그들에게 하느님께서 영원한 안식을 베푸시기를 기도드리자”고 말했다.
이 주교는 “이 어이없는 참사는 결국 이 땅에 사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이고 구조적인 부패와 병폐, 황금만능주의의 중독과 오염이 빚은 총체적 인재였다”며 “그 참사의 진실은 결코 묻혀서는 안 되며 반드시 밝혀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여곡절 끝에 지난 11월 7일 국회에서 4.16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됐다”며 “500여 만 명이 넘는 국민의 서명과 단식의 대가를 치르고도 이런 미진한 법이 만들어진 것에 어떤 함의(含意)가 숨어 있는지 의문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주교는 “하느님께서는 304위의 우리 가족들이 어두운 선체 안에서 단말마의 고통을 겪으며 울부짖을 때 가장 가까이 그들 곁에 계셨다”며 “또한 희생자들이 신음하며 고통 받고 죽음의 길을 갈 때, 성모님께서도 통곡하시며 이들을 당신 품 안에 꼭 껴안고 주님께 맡기셨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 주교는 “주교 17명, 교구 사제 1936명, 수사와 수녀 5919명, 신자 12만 3081명이 서명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염원하는 천주교 13만 936명의 선언을 통해 밝혔듯이, 우리는 희생자 가족의 아픔에 ‘끝까지 동행’하며 진실을 은폐하려는 모든 시도와 권력에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위령 미사 전에는 안산대리구 연령회연합회 이종석(마르코·본오동성요한세례자본당) 회장의 인도로 위령기도(연도)를 바쳤다.
위령 미사 후, 참례자 대부분은 ‘세월호 희생자 안산합동분향소’에 들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분향했다.
성기화 명예기자
2014. 11. 19. 20:00 안산 화랑유원지 야외음악당에서 봉헌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특별 위령 미사’ 중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강론[전문]
먼저 세월호 참사로 무참히 희생된 영혼들을 위해서 잠시 묵념하면서 그들에게 하느님께서 영원한 안식을 베푸시기를 기도드립시다.(묵념)
감사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난 지 오늘로 217일을 맞아, 수원교구 사제단은 여러 교우님들과 함께 이곳 화랑유원지 야외음악당에서, 비명에 세상을 떠난 단원고등학교 학생 246위 그리고 선생님들과 일반인을 비롯한 295위와 아직도 가족의 품에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학생 4위, 교사 2위, 일반인 3위 등 304위의 영원한 안식을 비는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이 사건은 지난 4월 16일 성주간 수요일 오전에 발생하였습니다. 이 엄청난 재앙과 슬픔 앞에서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이 역경을 극복하는데 힘을 모았습니다.
이 어이없는 참사는 결국 이 땅에 사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이고 구조적인 부패와 병폐, 황금만능주의의 중독과 오염이 빚은 총체적 인재였습니다.
사고 후에 배는 기울며 87분간 승객을 탈출시킬 충분한 기회를 주었지만 항해사와 관제센터는 엉터리 교신으로 시간을 허비하였고, 선내 방송은 열 차례나 구명조끼를 입고 기다리던 승객들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었으며, 선장과 승무원들은 승객을 버리고 먼저 도망쳤습니다.
정부도 해양수산부도 해양경찰청도 구조에 미숙하게 대처하며 허둥대는 모습만을 보인 채 단 한 사람의 생명도 구조하지 못하는 한 서린 무능을 드러냈습니다.
가족들과 온 국민은 그 처참한 구조현황을 눈물로 지켜보며 한 사람의 생명도 구하지 못하는 비극의 현장을 지켜본 증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배가 기우는 중에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의 사랑하는 아이들은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전혀 상상조차 못한 채 장난기 어린 문자와 동영상을 부모들과 가족, 형제들에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 후 한 떨기 순결한 백합 같은 청운의 꿈을 꾸던 우리 아이들과 가족들은 차디찬 바닷물 속에서 극도의 두려움에 떨며 절규하였고, 그렇게 스러져 갔습니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비리와 부정한 모습이 죄 없는 순진무구한 열여덟 살 젊은 학생들과 가족의 구만리 같은 장밋빛 앞날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석고대죄 해야 하는 천추의 한 서린 잘못을 저지른 죄인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라와 사회가 양심과 도덕성을 잃어가고 있다면 그것은 국민 모두의 책임입니다. 바로 우리가 우리 정부를, 정치인들을 선택한 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전하고 정의로운 국가 개조에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참사를 수습하는 우리의 소통과 화합 능력은 턱 없이 부족하기 그지없었습니다.
6월 4일 지방선거와 7월 30일 재·보궐 선거가 끝나면서 그 결과에 따라 여야는 선명하게 다른 입장에서 극한적인 그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경제가 죽는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해 그만 얘기하자는 소리도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논쟁은 결국 이념논쟁으로 비화하였고, 우리 사회는 그 지긋지긋한 보수·진보라는 진영 논리에 덫에 걸린 채 허덕이게 되었습니다.
극우 보수 단체들은 유가족과 선의의 시민에 대한 일그러진 왜곡된 증오심을 표출하였고, 여러 모욕적인 언사를 통해 상처 난 유가족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1월 7일 국회에서 4.16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 법은 매우 미흡하고 한계를 지녔음에도, 가족 대책위원회는 그동안의 합의 과정을 존중하여 수용하기로 하였지만, 그동안 유가족들은 온갖 수모와 고통을 당해야 했습니다.
500여 만 명이 넘는 국민의 서명과 단식의 대가를 치르고도 이런 미진한 법이 만들어진 것에 어떤 함의(含意)가 숨어 있는지 의문점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온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정치·사회 개혁에 나서야만 세월호 비극의 제단에 바친 희생자들의 몫이 헛되지 않을 것이며, 유족들과 구조된 이들도 깊이 각인된 상처와 아픔 속에서도 일상을 되찾으며 치유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이 앞장서야 합니다. 가족들과 친지·벗들이 304위의 혈육과 사랑하는 이를 가슴에 묻었습니다.
그러나 참사의 진실은 결코 묻혀서는 안 되며 반드시 밝혀져야만 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성공, 출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의 축적 지향주의에서 벗어나 사회와 이웃에게 예의와 도리를 다하는 사회, 관대함과 너그러움, 연민과 공감을 나누고 연대하는 사회, 정직과 성실, 양심과 도덕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사회로 대전환(大轉煥)을 이뤄야할 때입니다.
지난 8월 15일 우리나라를 방문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나라의 그리스도 신자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刷新)과 개혁(改革)을 이룩하는 일에 몸 바칠 것을 당부하셨고, 동시에 올바른 정신적·영성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에 앞서서 그리고 온갖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 경쟁의 사주에 맞서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에 따라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천주교 연석회의는 지난 11월 10일 광화문 광장에서 희생자 304위를 위해 304일간 매일 오후 4시 16분에 세월호 희생자 및 생존자와 그리고 이 고통에 함께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할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주교 17명, 교구 사제 1936명, 수사와 수녀 5919명, 신자 12만 3081명이 서명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염원하는 천주교 13만 936명의 선언을 통해, 희생자 가족의 아픔에 ‘끝까지 동행’하며 진실을 은폐하려는 모든 시도와 권력에 경종을 울리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천주교 주교회의도 추계총회를 마치고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세월호 사건의 진상 규명 그리고 이 참사를 만든 구조적 비리와 사회적 죄악에 대해 국가개혁과 개조가 이뤄지도록 연대할 것을 천명하였습니다.
우리는 295위의 사랑하는 이들을 하늘로 보낸 가족들을 주님께 맡겨드리며 저들이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도록 이토록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양승진 선생님, 고창석 선생님, 조은화 양, 허다윤 양, 남현철 군, 박영인 군, 권재근 님과 권혁구 군 부자, 이영숙 님 등 9위를 기다리는 여덟 가족들은, 선체 수색 종료로 더 아픈 마음을 안고 살아가게 되셨습니다.
그동안 이분들은 단장의 고통으로 속이 타버리는 시간을 견디셨습니다. 바닷물 속에 있는 가족을 찾은 후 한없이 목 놓아 울고 싶은 희망 하나로 그 긴 시간을 버티셨습니다.
우리는 남아있는 선체 인양 과정에서 잃은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실종자들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그리고 가족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옥체 보존 잘 하시기를 곁에서 계속 지켜드릴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성자 그리스도를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해 바로 우리들이 사는 이 세상에 파견하셨지만, 우리 인간들에 의해 십자가 극형을 받아 처참하게 죽으시는 모습을 지켜보셨습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304위의 우리 가족들이 어두운 선체 안에서 단말마의 고통을 겪으며 울부짖을 때 가장 가까이 그들 곁에 계셨습니다. 304위 희생자들은 세상의 죄와 부패를 고발하며 죽음을 통하여 부조리한 이 세상의 올바른 양심과 도덕의식을 세우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성모님께서는 당신 아들 예수님께서 사형선고를 받고 온갖 욕설과 침 뱉음을 받으시고 십자가 위에서 못 박힌 두 손이 찢어지고 무게에 짓눌려 두 발에 박은 못이 뼈와 살을 헤집는 극한 상황의 한계를 온몸으로 느끼시는 모습을 친히 목격하셨습니다.
성모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아들 예수님의 몸을 당신 품에 안으시고 진한 눈물의 기도를 바치셨듯이, 이 꽃보다 아름답고 순결한 우리 학생들을 부둥켜안아주시며 애통해 하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모든 죄인들의 피난처이시고 병자의 어머니이시며, 고통당하는 이들의 어머니이시고 근심하는 이들의 어머니이시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또한 모든 위로의 원천이요, 즐거움의 샘이시며, 하늘의 문이시며, 가정의 모후이시고 평화의 모후이십니다.
304위 희생자들이 신음하며 고통 받고 죽음의 길을 갈 때, 성모님께서도 통곡하시며 이들을 당신 품 안에 꼭 껴안고 주님께 맡기셨습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이들이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를 이렇게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다시는 고통 받거나 괴로워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8월 15일 삼종기도를 하시면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해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인 재난으로 인하여 여전히 큰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을 성모님께 맡겨드린다고 하시면서 주님께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당신 생명과 평화의 나라 안에 받아주시고 울고 있는 이들을 위로해 주시며, 이들을 돕는 이들을 격려하여 주시기를 기도드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저녁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 미사에 오셔서, 304위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여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늘 주님의 사랑과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