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사성어
ㅡ不知 天寒 (부지천한)
날씨가 추운 줄 모른다. 실상 생활에서는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하고 주위를 살피지 않는 행동을 말한다
배려있는 삶
ㅡ다시읽는우동 한 그릇
섣달 그믐날 <북해정>이라는 작은 우동 전문점이 문을 닫으려 할 때
아주 남루한 차림새의 세 모자(母子)가 들어 왔다. “어서 오세요!”
안주인은 인사를 하자 여자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우동을 1인분만 시켜도 될까요?” 그녀의 등 뒤로 열두어 살 되어
보이는 소년과 동생인 듯한 소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아 물론이죠, 이리 오세요.” 안주인은 그들을 2번 탁자로 안내하고
“우동 1인분이요!”하고 소리치자 부엌에서 세 모자를 본 주인은 재빨리
끓은 물에 우동 1.5인분을 넣었다. 우동 한 그릇을 맛있게 나눠 먹은
세 모자는 150엔을 지불하고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주인 부부가 그들 뒤에 대고 소리쳤다.
다시 한 해가 흘러 섣달 그믐날이 되었다.
문을 닫을 때쯤 한 여자가 두 소년과 함께 들어왔다.
북해정’의 안주인은 곧 그녀의 체크무늬 재킷을 알아보았다.
“우동을 1인분만 시켜도 될까요?” “아, 물론이죠, 이리 오세요.”
안주인은 다시 2번 탁자로 그들을 안내하고 곧 부엌으로 들어와 남편에게 말했다. “3인분을 넣읍시다.” 남편이 우동 1.5인분을 끓은 물에 넣으며 “아니야, 그럼 알아차리고 민망해 할거야.” 우동 한 그릇을 나눠 먹으며
형처럼 보이는 소년이 말했다. “엄마, 올해도 ‘북해정’ 우동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그래, 내년에도 올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엄마가 말했다.
다시 한 해가 흘렀고, 밤 10시경, 주인 부부는 메뉴판을 고쳐놓기에 바빴다. 올해 우동 한 그릇 값을 200엔으로 올렸으나 다시 150엔으로 바꾸어 놓은 것이었다. 주인은 아홉시 반부터 ‘예약석’이라는 종이 푯말을 2번
테이블에 올려놓았고, 아내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10시 30분경 주인 부부가 예상했던 대로 세 모자가 들어왔다.
두 아이는 몰라보게 커서 큰 소년은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고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고 있던 점퍼를 입고 있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같은 재킷을 입고 있었다.
“우동을 2인분만 시켜도 될까요?” “물론이지요, 자 이리 오세요.”
부인은 ‘예약석’이라는 종이 푯말을 치우고 2번 탁자로 안내 했다.
“우동 2인분이요!” 부인이 부엌 쪽에 대고 외치자 남편은 재빨리 3인분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부부는 부엌에서 올해의 마지막 손님인 이 세모자가
나누는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현아, 그리고 준아.” 어머니가 말했다.
“너희에게 고맙구나. 네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신 후 졌던 빚은
이제 다 갚았단다.
현이 네가 신문 배달을 해서 도와주었고, 준이가 살림을 도맡아 해서
내가 열심히 일할 수 있었지.” “엄마 너무 다행이에요.
그리고 저도 엄마에게 할 말이 있어요. 지난 주 준이가 쓴 글이 상을
받았어요. 제목은 ‘우동 한 그릇’이에요. 준이는 우리 가족에 대해 썼어요. 12월 31일에 우리 식구가 모두 함께 먹는 우동이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고, 그리고 주인 아저씨랑 아주머니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는 소리는 꼭 ‘힘내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들렸다구요.
그래서 자기도 그렇게 힘을 주는 음식점 주인이 되고 싶다구요.”
부엌에서 주인 부부는 눈물을 흠치고 있었다.
다음 해에도 북해정 2번 탁자 위에는 ‘예약석’이라는 푯말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세 모자는 오지 않았고, 다음 해에도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오지 않았다. 그동안 북해정은 날로 번창해서 내부수리도 하고 탁자도 바꾸었으나 주인은 2번 탁자만은 그대로 두었다.
새 테이블 사이에 있는 낡은 탁자는 곧 고객들의 눈길을 끌었고, 주인은 그 탁자의 일화를 설명하며 언젠가 그 세 모자가 다시 오면 같은 탁자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싶다고 했다.
곧 2번 탁자는 ‘행운의 탁자’로 불리웠고, 젊은 연인들은 일부러 멀리서
찾아와서 그 탁자에서 식사했다.
십수 년이 흐르고 다시 섣달 그믐날이 되었다.
그날 인근 주변 상가의 상인들이 북해정에서 망년회를 하고 있었다.
2번 탁자는 그대로 빈 채였다.
10시 30분경, 문이 열리고 정장을 한 두 명의 청년이 들어왔다.
주인장이 “죄송합니다만···” 이라고 말하려는데 젊은이들 뒤에서 나이든 아주머니가 깊이 허리 굽혀 인사하며 말했다. “우동 3인분을 시킬 수
있을까요?”
주인장은 순간 숨이 멎었다.
오래 전 남루한 차림의 세 모자의 얼굴이 그들 위로 겹쳤다.
청년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14년 전 저희는 우동 1인분을 시켜
먹기 위해 여기 왔었지요. 1년의 마지막 날 먹는 맛있는 우동 한 그릇은
우리 가족에게 큰 희망과 행복이었습니다.
그 이후 외갓집 동네로 이사를 가서 한동안 못 왔습니다.
지난 해 저는 의사 시험에 합격했고 동생은 은행에서 일하고 있지요.
올해 저희 세 식구는 저희 일생에 가장 사치스러운 일을 하기로 했죠.
북해정에서 우동 3인분을 시키는 일 말입니다.”
주인 부부가 눈물을 닦자. 주변의 사람들이 말했다. “뭘 하고 있나?
저 탁자는 이분들을 위해 예약되어 있는 거잖아.” 아내가 “이리 오세요,
우동 3인분이요!”하고 소리치자 남편은 “우동 3인분이요!”하고 답하며
부엌으로 향했다.
이 세상에 북해정 주인과 같은 맘씨 좋은 사람들이 많다면,
세 모자 같은 가난한 사람들도 살아갈만한 세상일 텐데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조금만 더 배려한다면 그런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모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