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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
괴산 괴산호
진천 초평저수지
보은 삼가저수지
대청호
TRAVEL STORY
청동기부터의 오랜 역사와 천혜의 자연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보물 같은 여행지, 충북!
SRT매거진과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가 함께
충북의 숨겨진 매력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권태기는 남들 얘기인줄만 알았다. 한 지붕 아래에서 한 솥밥을 먹은 지 30년쯤 되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사랑할 줄 알았다. 대단한 착각이었다. 함께 살아온 세월이 길어질수록 대화의 시간과 손잡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권태기 극복을 위한 2박3일의 짧은 여행을 아내에게 제안했다. 아내의 동의 아래 ‘충북의 호수 여행’을 테마로 정했다. ‘진짜’ 바다만 빼고 여행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충주호
충주시 살미면 신당리 악어봉에서 바라본 악어섬. 악어 몇 마리가 충주호 호반에 엎드려 있는 듯하다.
여행에도 강약조절이 필요하다. 여행이 만족스러우려면 여행 목적이나 동행의 취향에 맞춰 동선을 잡아야
된다. 우리나라 호수 여행지의 백미로 꼽히는 충주호를 우리의 첫 번째 여행지로 정했다. 처음이 시원찮으면
다음 여정을 계획대로 이어가기가 어렵다.
제천시 한천리의 충주호를 항해하는 관광선. ‘내륙의 바다’ 충주호에서 폭이 가장 넓은 곳이다. 정면에 월악산 영봉이 우뚝하다.
“충주호”하면 유람선 관광을 빼놓을 수 없다. 유람선 선착장도 여러 곳이다. 그중 단양 장회나루(☎043-421-8616)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이 가장 인기 있다. 단양팔경에 속할 만큼 빼어난 풍광을 보여주는 옥순봉, 구담봉 아래를 반드시 거쳐 가기 때문이다.
단양팔경 중 하나인 옥순봉 아래의 충주호를 떠가는 유람선
우리는 충주시 동량면 화암리의 충주나루(☎043-851-7400)에서 출발하는 충주호관광선을 이용했다. ‘내륙의 바다’ 충주호의 진면목을 감상하고 싶었다. 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약 30분 만에 제천시 한수면 한천리 앞의
충주호 한복판에 도착했다.
제천 청풍나루에 막 들어서는 충주호 관광선
유람선의 정면에는 월악산 영봉(1,097m)이 우뚝했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가 눈앞에 펼쳐졌다. 사람들마다
"우와~"하는 탄성을 연발했다. 짜릿한 전율마저 느껴졌다. 머릿속까지 뻥 뚫린 것처럼 상쾌했다. 감동어린
눈빛의 그녀가 슬그머니 내 손을 잡았다.
충주댐과 가까운 남한강변에 우뚝 솟은 탑평리칠층석탑
국내 유일의 고구려 비석인 충주고구려비
그 날 저녁에는 팔짱까지 끼고 산책하면서 충주시 중앙탑사적공원의 멋진 야경을 함께 감상했다. 첫 번째의
여행지 선정은 성공적이었다.
괴산 괴산호
남한강의 지류인 달천의 물길을 가로막은 괴산호. 산막이마을 선착장을 막 벗어난 유람선도 보인다.
충주호 호반의 전망 좋은 펜션에서 기분 좋게 하룻밤을 보낸 뒤 괴산 괴산호로 향했다. 자동차로 약 1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칠성호'로도 불리는 괴산호는 괴산댐으로 생긴 인공호수이다.
산막이옛길의 쉼터 중 하나인 병풍루. 괴산호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기에 좋은 쉼터와 전망대가 곳곳에
있다.
괴산댐의 준공 이후 달천 변의 여러 산마을들은 섬마을처럼 고립되었다.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산막이마을도 그중 하나였다. 마을 주민들은 새로 생긴 호숫가를 따라서 괴산읍내로 오가는 지름길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산막이옛길은 오랫동안 주민들만 간간이 이용하던 길이었다. 요즘에는 괴산군 최고의 관광
명소가 자리 잡았다.
산막이옛길의 앉은뱅이약수터에서 만난 다람쥐. 오가는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산막이옛길은 편안하고 정겹다. 가파른 비탈길이나 거친 돌길 구간이 거의 없다. 줄곧 맑고 고요한 괴산호를
옆에 끼고 걷는다. 평소 아내는 동네 뒷산도 힘들다며 산행하기를 싫어했다. 그러던 사람이 “산막이옛길은
딱 내 취향”이라면서 발걸음도 가볍게 저만치 앞서 걷기도 했다. 힘들지 않으니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아졌다. 경치 좋은 곳마다 데크로드, 전망대, 쉼터 등이 설치돼 있어서 우리의 걸음을 수시로 붙잡곤 했다.
산막이마을과 연하협구름다리 사이의 괴산호를 항해하는 유람선
출발지인 주차장에서 산막이마을까지의 거리는 편도 4km에 불과하다. 2km를 더 가서 연하협구름다리까지
걸어도 약 1시간 30분~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숨 한번 헐떡거리지 않고 기분 좋게 걸었다.
산막이마을과 연하협구름다리 사이의 산막이옛길을 걷는 부부 여행객
출발지로 되돌아올 때에는 연하협구름다리에서 500m쯤 더 가야 만나는 굴바위농원 선착장에서 대운2호(☎080-200-6745)에 몸을 싣고 선상유람을 즐겼다. 걸을 때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이 영화 속의 장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괴산호 상류의 연하협구름다리. 길이 134m의 이 다리는 산막이옛길과 충청도양반길을 이어준다.
유람선은 산막이옛길의 종점인 신랑바위 앞에서 뱃머리를 돌렸다. 우리가 잠깐 걸어본 연하협구름다리의 아래를 지나고, 산막이마을 선착장에도 들렀다가 출발지 근처의 차돌바위 선착장에 도착했다.
괴산호 유람선인 대운2호의 2층 갑판에서 산막이옛길의 종점인 신랑바위를 감상하는 관광객들
우리가 2시간 넘게 걸었던 길을 유람선은 약 30분 만에 도착했다. 배 타고 산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괴산호와 산막이옛길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진천 초평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