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쉬 서사시와 성경
Ⅰ. 인간은 짝을 필요로 한다.
인생의 길은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가 필요하다. 4,000년 전 길가메쉬 서사시에서 다루어진 우정과 사랑이 얼마나 큰 가치인가? 길가메쉬와 엔키두 사이의 우정을 살펴보았듯이 구약성경에서 찾아보면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주겠다.”(창세 2, 18) 라고 하셨다. 협력자는 짝을 의미한다.
길가메쉬와 엔키두는 적으로 만났지만, 친구가 되어 하늘의 황소를 죽이고 혼바바도 죽였다. 길가메쉬는 엔키두의 죽음에 마음속 깊이 애도하며 내 손에 신뢰를 주며, 옆구리에 찬 도끼, 허리에 찬 칼이라고 했다. 성경에서 다윗이 사울의 아들 요나탄의 죽음 앞에 형이라 부르며 얼마나 슬프게 애도하였던가.
사울 왕의 왕권은 아들 요나탄에게 계승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윗에게 넘겨졌다. 다윗도 장자에게 넘기지 않고 솔로몬에게 넘겨졌다. 다윗이 요나탄의 죽음 앞에서 “사울과 요나탄은 살아있을 때에도 서로 사랑하며 다정하더니 죽어서도 떨어지지 않았구나. 그들은 독수리보다 날래고 사자보다 힘이 세었지.”(2사무 1, 23) “나의 형 요나탄 형 때문에 내 마음이 아프오. 형은 나에게 그토록 소중하였고 나에 대한 형의 사랑은 여인의 사랑보다 아름다웠소.”(2사무 1, 26)라고 했다. 그래서 서사시와 성경에서 둘 사이 동일한 우정의 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Ⅱ.개인의 책임 원칙
바빌론 유배 사건을 거치면서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이 감당해야 할 윤리적 도덕적 책임 의식이 생기게 되었다. 길가메쉬 토판 11에서 “용감한 자여 당신은 신들 중 가장 현명합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분별없이 홍수를 일으켰소. 죄인에게 죄를 처벌하고 범죄자에게 범죄를 처벌하시오.” 개인이 행한 행동에 책임을 물었다. 성경에는 에제키엘 예언서 “보아라 모든 목숨은 나의 것이다. 아버지의 목숨도 자식의 목숨도 나의 것이다. 죄 지은 자는 죽는다.”(에제 18, 4) “죄지은 자만 죽는다. 의인의 의로움은 그 자신에게만 돌아가고 악인의 죄악도 그 자신에게만 돌아간다.(에제 18, 20) 이는 바빌론 유배라는 사건을 거치면서 개인의 윤리적 책임 의식이 생겨났다.
예언자들의 시대적 배경은 기원 전 9세기에 엘리야와 엘리사, 8세기에 아모스와 호세아. 유다에는 제 1이사야(1-39장)와 미카, 7세기-587년에는 스바나야, 나훔, 하바쿡, 예레미아이다. 유배시대(기원 전 587-538년)에 에제키엘, 제2이사야(40-55), 성전 재건 시대(538-515)에 제3이사야(56-66), 하까이, 즈카르야이다. 기원전 5세기에 말라키, 요엘, 요나서가 완성되었다.
성경을 읽을 때는 바벨론 유배라는 역사적 배경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개인 책임 윤리는 특히 에제키엘 예언서에서 강조하고 있다. 에제키엘 37장은 부활 신앙과 관련해서 중요하다. 많은 뼈들에 대한 환시이다. “주님의 손이 나에게 내리셨다. 그분께서 주님의 영으로 나를 데리고 나가시어, 넓은 계곡 한가운데에 내려놓으셨다. 그곳은 뼈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의 아들과 이 뼈들이 살아날 수 있겠느냐? 나 이제 숨을 불어넣어 너희가 살아나게 하겠다.” 마카베오 하권 7장과 12장에도 부활에 대한 것이다.
Ⅲ.역사의 시간과 끝
유일신 종교는 시간의 종교이다. 성경은 직선적인 시간관의 구조이다. 직선은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 우리 가톨릭교회는 대림 일주부터 시작해서 그리스도 왕 대축일까지 1년의 전례력으로 계속 반복하고 있다. 반복하면서 끝을 향해 가는 구조이다. 시간의 창조와 시간의 종말로 창세기 기원의 시간에서 끝 요한 묵시록 시간의 끝이 예루살렘이다.
성경에서 현재와 미래의 시간관념은 바빌론 유배를 기준으로 그 전이 현재이고 그 후는 미래이다. 미래는 미래의 하느님 나라, 하느님 통치에 대한 희망의 기다림이다. 시편 96편 주님은 임금이시다. 임금은 통치와 다스림의 현실 안에서 역사 안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말라키 예언서는 “보라 주님의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엘리아 예언자를 보내리라.”했다. 이는 유배 이후로 미래에 도래할 사건이 되는 것이다.
Ⅳ.묵시문학의 탄생
바벨론 유배를 거치면서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묵시문학(기원전 3세기-기원후 2세기)이 생기게 되었다. 고대 근동의 신화들과 히브리 예언 사상의 기원을 둔 묵시 사상이다. 유배 이후 헬레니즘에 의해 야기된 문화적 위기에 대한 응답으로써 묵시 사상의 세계관을 가지게 되었다. 묵시문학은 전쟁, 자연재해, 기근, 전염병 등에서 인간의 구원을 위해 하느님께서 메시아를 보내실 것이라는 묵시 사상이다. 대표적인 예언서가 다니엘서이다. 신약의 요한 묵시록은 전 내용이 묵시문학이다.
성경을 읽을 때는 역사, 문학, 신학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생겨났는가? 어떤 문학적 특성이 있는가? 또 어떤 신학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바벨론 이후 구약의 묵시문학은 헬레니즘 제국의 박해와 갈등 위기의 시기이며, 신약의 묵시문학은 로마제국의 위기에서 생겨났다. 로마의 박해로 매우 위기의 순간에 묵시문학은 상징과 표현, 색깔, 숫자의 문학적 특성이다. 불안, 공포, 위협이 아니라 그 위기의 순간을 살고 있는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위로와 격려, 용기, 희망을 주기 위한 묵시문학이다.
구약성경은 이스라엘이 바빌론 유배로 그곳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문명과 접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유배 이후에 주로 집필하면서 길가메쉬 서사시와 같은 작품과 유사하게 기록된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한 학기 강의를 마무리하시면서 교수 신부님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으로 어떤 유혹이나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친교를 나누며 오늘 하루를 살아가자.”라고 하셨다. 그동안 신앙의 물꼬를 터주신 신부님, 함께한 여러분 감사합니다. 앞산밑 북카페 송창현 신부 ‘길가메쉬 서사시와 성경’ 강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