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3일 비 내리는 제주 한라생태숲. 우비를 입은 일군의 사람들이 다소는 심각하고, 다소는 신기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걷고 있다. 자세히 보면 그들 무리 중 맨 앞에 선 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고, 그의 손엔 위치정보단말기를 연결한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안내대로 발길을 옮기던 중, 이용자가 살짝 왼쪽 옆으로 치우쳐 걷자 스마트폰이 징징 몸을 떨었다. 경로 이탈 경고음이었다. ‘교통약자를 위한 실외 길 안내 서비스 고도화사업’인 휠내비길 앱 시연회 장면이다. 이미 휠체어 이용자 424명(2022.8.1~2023.4.30)이 사용한 바 있는 휠내비길은 제주도 내에서 운용되는 도보 길 안내 앱이다. 이 앱을 이용하면 교통약자도 혼자서 제주의 유명 관광지를 여행할 수 있다. ‘나 혼자 여행하고 싶다’는 교통약자의 버킷리스트를 올여름에 휠내비길과 함께 실행에 옮겨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 제주도에서!
▲ 지난 5월 3일 한라생태숲에서 이루어진 시각장애인용 휠내비길 시연회. 이날 시연회에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보라색 우비 왼족에서 두 번째)이 참여해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적합성 여부를 점검했다.
휠내비길, 어떤 앱인가
휠내비길은 한마디로 도보 길 안내 앱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2022년 1월 25일 전국 최초로 스마트폰 앱과 고정밀 위치 기반의 모빌리티 기술을 융합해 선보였다. 첫 발표 이후 7개월 만인 8월 31일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물론 아직까지는 제주도에서만 쓸 수 있다.
작년에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휠내비길은 우선 지체장애인이나 노인 등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였다. 제주특별자치도와 무장애여행 전문 여행사인 두리함께, 앱 개발업체인 아트피큐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했다.
서비스 시작 당시 두리함께의 실측 조사를 기반으로 30개 관광지의 도보 길에 대한 데이터가 구축되어 있었다. 각 관광지의 무장애 길 정보, 도보 길의 경사도와 장애물 여부 등과 주차장, 화장실 등 장애인편의시설을 찾기 쉽게 음성과 지도로 표시해 준다.
차량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메커니즘이지만 도보로 이동하는 교통약자를 위한 만큼 보다 정밀한 위치 지정이 중요하다. 현재 휠내비길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는 고정밀 위치기반 서비스는 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글로벌 위성항법 시스템)에 기반한다. 오차범위는 1~10cm이다. 길을 걷다(혹은 휠체어를 타고 가다) 10cm만이라도 경로에서 벗어나면 경고음을 울려 올바른 길로 가게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지원 장애유형은
휠내비길 앱 초기 화면에는 휠체어 이용자, 청각 이용자, 시각 이용자 등 세 개의 단추가 뜬다. 각각의 장애유형에 맞춰 서비스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고, 2023년 6월 현재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휠체어 이용자용이다. 현재 31개소의 제주도 관광명소의 무장애 코스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이 앱에서 추천하는 관광지에 가서 앱을 켜면 자신의 위치가 GPS를 이용해 잡힌다. 해당 관광지마다 휠체어가 안심하고 갈 수 있는 무장애 길을 따라 가는 추천 코스가 출발-도착, 도착-출발의 코스로 소개되어 있고, 각각의 지점을 선택해 갈 수 있는 메뉴도 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이용자용 추천 관광지 중 가장 먼저 소개되는 ‘김녕 성세기해변 산책로’의 경우 2개의 추천 코스와 해변 해안길 주차장, 원담 안내판, 세기알포구(해변), 동김녀항 방파제 등대, 김녕 성세기 장애인화장실, 야영장 진입로, 김녕 성세기 해변 야영장, 올레표지판 성세기태역길을 각각 선택할 수 있게 짜여 있다. 주차장에 내렸는데, 화장실이 가고 싶다면 김녕 성세기 장애인화장실을, 해변으로 가고 싶다면 세기알포구를 선택하면 휠체어 경로를 상세하게 안내해 주는 식이다.
이와 함께 무장애 여행 코스에 대한 지도도 제공하고 있어 전체적인 개념을 머릿속에 그리고 여행할 수도 있다.
그리고 첫 서비스 이후 9개월 만인 올 5월,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가 추가됐다.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휠내비길 서비스는 사실 아직 한라생태숲, 한 군데에서만 가능하다.
시각장애인용 서비스의 경우, 음성과 진동으로 찾고자 하는 편의시설의 위치 및 경로 안내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한라생태숲의 경우 탐방 안내소부터 100m까지만 점자블록이 깔려 있는데, 휠내비길 앱을 켜면 이 정보가 제공된다. 그리고 추천 경로를 따라 직진, 좌회전, 우회전에 대한 안내가 음성으로 제공된다. 특히, 가상의 이탈 방지선을 설정, 사용자가 선을 밟게 되면 진동이 울리고 어느 쪽으로 경로를 벗어났는지 음성 안내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사용자가 방향을 바꿔서 경로를 바로잡으면 다시 진동 경고음을 통해 알려준다. 특정 관광 포인트에 대한 안내도 물론 음성을 통해 이루어진다.
▲ 휠내비길은 모바일 앱과 GNSS에 기반한 위치정보단말기(사진 아래 오른쪽)가 만나 완성된다.
청각장애인용 서비스는 각 관광 포인트에 대한 수어해설이 핵심이다. 한라생태숲의 경우 한라생태숲 전체에 대한 개요, 구상나무숲, 꽃나무숲, 목련총림 등 각 포인트마다 수어 해설 영상이 제공된다.
물론 화장실 등 편의시설에 대한 안내는 장애유형에 관계 없이, 장애특성에 맞게 제공된다.
휠내비길, 어떻게 사용하나
휠내비길은 구글스토어에서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다. 제주도에서만 쓸 수 있으며, 관광지 근처에 가서 앱을 켜면 자동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찾아 안내한다. 단, 아직까지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하에서만 앱이 작동된다.
물론 앱만 있다고 휠내비길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휠내비길 앱을 이용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GNSS 수신기, 즉 위치정보단말기다. 위치정보단말기는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대여한 위치정보단말기를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연결, 정확한 위치 정보를 송수신해야 한다. 위치정보단말기와 사용자 스마트폰을 연동한 후 관광지에 가서 앱을 실행시키면 OK. 사용자의 위치를 위성이 자동 파악해 위치 안내는 물론 추천 경로도 안내해 준다.
관광위치정보단말기는 2023년 5월 말 현재 제주관광약자접근안내센터(제주시 선덕로 23 제주웰컴센터 1층, ☎1599-4556, 주중 09:00~18:00 운영)와 두리함께 본사 사무실(제주시 오도5길 2, ☎ 064-742-0078, 주중 09:00~18:00 운영)에서 대여할 수 있다. 대여소에서는 위치정보단말기와 함께 휠체어에서 이용할 수 있는 거치대를 함께 대여해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폰 이용자들을 위한 안드로이드 폰도 사전 신청자에 한해 대여할 수 있다.
위치정보단말기와 아이폰 대여 신청은 휠내비길 홈페이지(https://wheelnavi.kr/rent.htm#)를 통해 사전에 할 수 있다. 대여기간은 1회 일주일이고, 상황에 따라 사전 협의를 통해 연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