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8시30분. 아이들과 섞여 교문을 들어섰다. 1951년 선린상업고등학교였던 이곳은 97년 선린정보산업고를 거쳐 2001년 선린인터넷고가 됐다. 학교 건물 앞에 다다르니 국내 주요 대학에 진학한 현황을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퍼듀대 등 미국 100위권 내 대학으로 유학간 실적도 올해 자랑거리다. 우수한 진학 실적은 학교의 인기에 한몫했다. 그 덕분인지 이번 입학생들은 중학교 때 석차가 20% 안에 든 학생들이었다. 황호규 교장은 “학생·학부모 대부분이 취업보다 대입을 원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상고의 모습은 학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교과 수준·거주 지역·복장 모두 ‘다양’
오전 9시40분. 3학년 4반의 게임프로그래밍 수업을 참관하기 위해 실습실로 향했다.
“메뉴를 지정하고 각각 아이디를 부여하세요. 헤더 파일을 추가하고….” 컴퓨터를 이용한 수업이었다. ‘딴짓’의 유혹도 강할 터. 맨 뒷자리에서 지켜보노라니 웹툰·미니홈피·메신저·게임 등을 넘나드는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기자의 옆 자리에 앉은 이원동(18·웹운영과 3년)군은 개인 노트북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다. 살짝 뒤에 가서 보니 영문으로 된 자료를 검색해 보고 있었다. ‘컴파일러 이론’에 대한 전문 자료였다. 이군은 연세대 컴퓨터 공학과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김영일 교사는 “프로그래밍도 학생 간 실력 차가 많이 난다”며 “앞서 가는 학생의 경우 스스로 필요한 공부를 하게 놔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거주하는 지역도 제각각이다. 성북구에 사는 주우성(18·테크노경영과 3년)군은 “학교까지 1시간 정도 걸려 오는 아이들이 흔하다”며 “통학하는 데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기숙사가 있었으면 더 좋겠다”고 했다.
화창한 날씨의 교정에는 아이들이 와글와글했다. 이곳은 기본 교복을 제외한 모든 복장이 자율이다. 미니 스커트 교복치마에 형광색 매니큐어, 퍼머, 염색을 한 여학생이 간혹 눈에 띈다. 남학생은 개성 넘치는 셔츠에 여학생과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긴 머리를 휘날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1학년 땐 신기해서 이것저것 다 해보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시들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실업계 특별 전형으로 대입 준비
이날 1학년은 모두 프로그래밍 인증시험을 치렀다. 학교에서 자체 실시하는 이 시험에서 웹운영·정보통신과는 1급, 테크노경영·멀티미디어과는 4급을 졸업 때까지 꼭 따야 한단다.
1학년이 시험을 보는 시간에 3학년 1반은 국어 수업 중이었다. 한만성 교사는 고전 문학에서 암기해야 할 어휘를 인쇄해 나눠 주었다. “사용 빈도가 낮고 어려운 어휘는 수능에 나오더라도 주가 붙으니까 외우지 않아도 된다.”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둘러봤다. 영어 단어집을 꺼내 놓은 학생들이 많다. 한륜희(18·정보통신과3년)군의 책상에는 주간학습 플래너가 놓여 있었다. 살짝 들춰보니 ‘12시 취침 5시 기상하자!’ ‘너 고3 맞냐’ ‘토요일 늦잠 잔 것 반성’ 등 다짐이 적혀 있다. 대입 수능을 준비하는 모습이 일반계 고교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양찬식(17·테크노경영과 3년)군은 “학원 종합반은 사·과탐 중심으로 강의해 인강으로 공부한다”고 했다. 3학년 학생들은 대다수 전문계고 특별전형을 통해 이공계열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들은 이런 전형으로 모집 정원의 2~5%를 정원 외로 선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기회균등 차원에서 대학에 요구한 대입 전형 덕분이다.
하지만 양군은 “대학 선택에 제약이 많아 힘든 점도 있다”고 귀띔했다. 지원 자격에서부터 전문계고를 배제하는 학교가 많기 때문이다. 요즘 한창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요 대학의 입학사정관제에서도 전문계고 얘기는 쏙 빠져 있다. 대학 진학이 쉽다고만 보기 어려운 위험 요소도 있어 보였다.
국내서 홀대 전문교과 성적, 해외선 인정
방과 후에도 교실과 공부방에는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남아있었다. 독서실처럼 꾸며진 공부방에는 저녁 식사 시간인데도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있었다. 책상마다 수학·영어 문제집이 펼쳐져 있다. 강성모 교감은 “대입 전문계 특별 전형에서 학생의 전문성이나 대회 경력이 반영되지 않고 수능만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국·영·수 공부에 매달리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강 교감은 “대부분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원하지만 일반교과 수업 시수가 적다는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공부방·방과후학교 운영, ‘학력 포인트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력 포인트제는 모의고사에서 받는 등급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제도다. 1등급 4점, 2등급 3점 식으로 매기고 졸업 시 1점당 5000원을 계산해 대입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국내 대학 진학의 난관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유학이다. 유학반 유순옥 교사는 “국내 대학에서 홀대받는 학생들의 실기 경력, 전문교과 성적을 해외 대학들이 인정해 준다”고 설명했다. 유학반 학생들은 방과 후 따로 모여 그룹 스터디를 하고 있었다. 박태현(18·정보통신과 3년)군은 1학년 때 학교의 소수전공제를 통해 국제자격증을 땄고, 2학년엔 토플 공부, 3학년 들어선 자바(프로그래밍 언어)와 영어회화를 공부하고 있다. 4년여간 쌓인 유학반 선배들의 노하우를 따라가는 것이다. 올해는 학생들이 진학하는 미국 대학의 수준도 높아졌다.
취업률은 낮아져
대부분이 진학을 생각하다 보니 3학년 수업은 수능 준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다 보니 전문교과 수업도 실무보다는 이론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방과 후 시간에 취업 준비를 하는 학생은 드문드문 보였다. 용미언(18·테크노경영과3년)양은 이날 전산회계 실무 교재를 보며 취업을 준비 중이었다. 용양은 “애초 취업을 생각하고 입학했지만 친구들이 모두 진학을 준비해 덩달아 지난해까지 대입을 준비했다”며 “가정형편 등을 생각해 올해 들어 다시 마음을 잡았다”고 말했다. 1·2학년 때 전문가 특강, 기업인·선배 멘토와의 만남 등 학교에서 마련한 기회를 제 발로 차버린 것이 지금은 속상하다. 조만간 학원에 다니며 회계 관련 자격증을 딸 예정이다.
올해 고3 학생 가운데 취업에 관심을 가진 학생은 37명. 그러나 이들마저도 대부분 대학 진학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이선준(18·웹운영과 3년)양은 “지난해까지 취업을 생각하다 아빠가 반대하셔서 효도하는 셈치고 최근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찾는 기업도 크게 줄었다. 기획홍보부 정미숙 교사는 “금융계 등과 달리 IT 업체에선 군필자·대졸생을 많이 찾는 편”이라며 “요즘은 취업 의뢰 자체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첫댓글 저런게 실업계고등학교 제대로 돌리는경우인듯
현실은 실업계 = 양아치 공부안하는애들이 가는곳 이미지
연고중성서한...... ㅎㄷㄷ
근데 얘네들 수학과학은 좀 못해도 진짜 컴터는 존잘 ㅇㅇ 심지어 울과 동기는 학부생인데 컴공과 교수랑 공동논문씀
여기 야구부도 유명함
유물발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