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필요한 분 / 문성해
"흙 필요한 분"
마사토 흙집을 지나다 보았네
내게도 흙이 필요해
열 손가락 사이로 따뜻하게 흘러내릴 흙들이
가슴이었고 뼈였고 단단한 허벅지였던
뿌리였고 허물이고 돌멩이 같은 맹세였던
내게도 접붙일 흙이 필요해
연골연화증의 무릎을 감쌀
케시밀론의 무릎 덮개 같은 흙들이
올망졸망 붉은 화분들이 필요해
얽히고 섞인 뿌리들의 집이
떠올려본다
화분 하나 없었던 집
흙 하나 없었던 베란다에
광합성을 모르는 노오란 낯빛
아버지,
화분을 안고 나오는 젊은 부부
저들의 뿌리가 든든하게
엉켜가는 뒷모습을 돌아본다
흙을 흙을 받쳐 들고 간다
-- <시산맥. 202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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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성해 시인
1963년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학교 국문과 졸업.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및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입술을 건너간 이름』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내가 모르는 한 사람』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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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필요한 분 / 문성해
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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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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