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세돌된 큰 아들이 있습니다.
집에선 항상 한국말로 이야기를 하지요. 아빠도 일본사람 사는 곳도 일본이지만 그래도 엄마가 한국사람이니
나중에 커서 한국인처럼 똑같이 듣고 말은 못할망정 듣기라도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램에서
전 한국말로 이야기해주고 설명해 줍니다. 어쨌거나 쉬지않고 끊임없이 조금씩 조금씩
옆에서 들려주는 게 효율적이라고 책에서도 봤고 또 실제로 주변케이스를 보면 맞는 말 같아서요.
그러나 아들은 내게 일본말로 대답을 해줍니다.
아직은 어리니 내말을 다 알아듯는건지 아님 부분적으로만 알아듣고 부분적으로는 못알아듣는건지..그건 알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틀린대답이든 맞는대답이든 일본말로 대답해 줍니다.
아이에게 뭔가를 이야기하거나 설명해줄때 여기에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일본말과 한국말을 섞어서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죠. 뭐랄까...뉘앙스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의식하기도 전에 일본말이 먼저 튀어나가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두언어를 짬뽕해서 이야기하는 게 가장 안좋다는 말이 생각나서 결국 다시한번 한국말로
또박또박 이야기를 해주려 노력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어느날 제 일본어 실력이 완전 바닥을 차고 있는 걸 감지했습니다.
물론 요즘들어 육아에 지쳐 공부를 잘 안한 탓도 있거니와 아직 둘째가 어려 집에서 가사만 하다보니
오랜만에 만난 일본인친구와의 대화에서도 어색한 발음과 억양이...정말 기가 찰만큼 한심스럽더군요.
물론 애기아빠와도 매일 대화를 하지만서도 부부간의 대화란게 정치, 경제같은 이야기보단
정말 생활적인 이야기가 주이기 때문에 타성에 젖은 문법과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 내니
오히려 학생때보다도 못한 레벨로 전락된 듯한 느낌이더군요.
역시 나이도 나이고 머리도 굳었거니와 그렇다고 매일 조금씩이라도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책을 보다가도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체크했다가 봐야하는데 문장흐름에 지장이 없으면 대충 훑고
지나가는 것도 나쁘고, 나중에 찾아봐야지 하고선 또 잊어버리는 것도 나쁜습관이고...
아이에게 한국어를 심어준답시고 일본어를 완전 등한시했던게...
결국 이 모든게 따지고 보면 자기 스스로가 만든거겠지요.
완전 반성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지난번엔 일본인 친구와 대화 중에 한국말이 불쑥 튀어나오질 않나...
일본말과 한국말이 섞여서 짬뽕으로 튀어나오질 않나...
한국친구와 통화중에 일본말이 튀어나와 친구를 당황스럽게 만들지 않나...
이런것들을 생각해보니 멀티를 확실히 할 수 있는 단계가 언제쯤 오려나 싶더군요.
외교관처럼 이사람에겐 이언어로, 저사람에겐 저언어로 확실히 대화할 수 있는 이런 멀티말이죠.ㅎㅎㅎ
그래서 요즘 다시 책을 펼쳤네요.
올해도 어김없이 일본어능력시험을 치를거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심도깊게 공부해서
보다 좋은 점수도 따보고 싶기도 하고 해서 말이죠.
한국어도 일본어도 맞든 틀리든 늘 항상 입에서 굴리듯 해야 입에서 바로 바로 튀어나오듯
늘 공부하고 연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에효..한국어도 힘들고 일본어도 힘듭니다...
첫댓글 아이 키우기도 참 어려운데 말이죠 육아에 언어에 공부까지 ...... 대단하세요
지금도 잘하고 계신듯하네요
조금씩 조금씩 빼먹지않고 하시다보면 더 좋아지실꺼라 믿습니다 ~~!
대단하십니다 자신을 이렇게 찬찬히 냉정하게 돌아보고 원인을 찾고 바른 길을 모색하는 ... 훌륭하십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일본에서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요~ 저 역시 "완벽한" 멀티는 힘들어요~ 너무 조급해 하지 마시고 꾸준히 노력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