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쿠궁!!![효과음-_-]
가슴이 쿵 내려 앉는다.내가 유난히 남자를 좋아하는건 아니지만,아니지만...사실 조금 그렇지만
고등학생되서 처음 온 수학여행이자 마지막일 수학여행인데,같이 있다가 걸려도 안됀다니,이건
정말 수학여행이라는 이름을 사칭한 수련회잖어.억울해 하는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우리반은
물론 다른 반 아이들 모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열기를 뿜어 대고 있었다.
식당으로 가서 밥을 먹을때도 일부 아이들은 밥을 먹지 않았다.먹는거 가리지 않는 나지만 솔직히
이건 좀 심했다.밥을 먹고 다시 강당으로 모이자 레크레이션이니,어쩌니 장기자랑할 아이들이 먼저
연습을 하고 있었다.빠지지 않지,이거...곧 이어 장기자랑이 시작됐고,반에서 제일 예쁜 애,웃긴애
골고루 선출 시켜서 내보냈다.물론 내가 나갈리 만무했다.반에서 논다하는 아이들은 떼거지로
나가서는 춤을 췄다.대다수 예쁘고 늘씬한 애들이었지만,개중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래,바로 이거였다.정녕 나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것은.댄스타임이 끝나자 사회자로 보이는
교관 한 명이 앞으로 나가 반에서 내키는 대로 번호를 부르기 시작했다.나야 원래 뽑히는거에
약하고,설마 40/1 확률로 내가 나갈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구~ 대체 누가 걸릴까?
"...6반 9번,7반 32번,8반 40번,9반 15번,10반 29번.자자,절대 뺄수 없습니다.어서 나오십시요~"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우리반 아이들의 시선이 꽃히는 사람은...나였다.8반 40번..4에 인연이 많아
그토록 좋아하던...내 번호!!가위 바위 보는 다섯판을 해서 한번 이길까 말까고,사다리 타기는
항상 마지막으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인생이 었던 나.그런 박복한 인생을 사는 내가,이 내가
처음으로 내가 뽑혔다는게,하필내가 제일 싫어하는 종류냐구~ 나는 애써 눈길을 피해도 보았지만
감히 39개의 눈깔을 전부피할 순 없었다.결국 뻘줌해서 앞에 나간 나.미쳐 버리겠네,정말........
뻘쭘해져서 나오는 나와는 달리 아무 꺼리낌 없이 나오는 그들은 대부분 논다!! 하는 이들이었다.
"자,잘한 반에게는 간식도 주어집니다.모두 앞에나온 이들에게 달렸죠.대부분 학교가 여고,남고
였는데 특별하게 공학고에서 온 만큼 수행과제도 특별합니다. 제비뽑기로 뽑힌 종이에 있는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것입니다,과연 어떤 엽기적인 과제가 나올까요? 물론 엽기적인 과제가 있는것 뿐더러
시시하고,재미없는 과제도 있습니다.자,번호대로 나와서 뽑습니다."
번호순으로 뽑다보니 가장 마지막인건 나였다.모두들 종이를 뽑고 맨 마지막으로 내가 종이를 뽑자
사회자는 상자를 뒤로 미뤄두고 반 별로 수행과제를 공개했다.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종이를 폈다.
이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운이 나빴다고 해야할까.수행과제는 다름아닌 반 애들이 벌칙 수행자와
잘 어울릴것 같은 사람 두 명을 내보내서 그 중 한명을 벌칙 수행자가 뽑는것,절대 기권은 없으며
뽑은 사람과 앞에 나간 사람이 생각이 맞을시,학교 공인 커플로...사귈것.단 여자는 남자를,남자는
여자를.다른 반 아이들이 수행하고 있는걸 보면 아주 좋은 조건이라고 할수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도
못하다.아이들은 과연 누굴 뽑을것이며,난 누구 선택해야 할 것인가.7반의 수행과제가 끝나자 곧
내 앞으로 와 수행과제를 밝혔다.대체 아이들이 누굴 내보낼까 곰곰히 생각해 봤다.
그러자 답이 나온건 두명.신지율과 희성이.그런 내 걱정들을 알고나 있는지 애들끼리 쑥덕이더니
누군가를 앞으로 내보낸다.앞으로 나온 한명은 예상했던 것과 같이 신지율과...멀리서 걸어 나오는
한 명.정말 희성이면 난 내가 뽑을 권리도 이미 정해져 있지만,사실 꺼려질것이다,분명히-
맨 뒤에서 우쭐하며 걸어나오는...또 한 명.분명 희성이다.희성이와 시내에 나가면 사귀는 사이로
많이 오해를 했으니까.내가 누굴 뽑아야 하는지는 이미 정해진 거지만 눈 마주칠 일이 꺼려진다.
인상을 팍팍 쓰며 앞으로 걸어 나오는 신지율과...또 다른 한 명.엥??
난 순간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눈을 비비고 다시 봤지만 신지율과 같이 걸어나온 건...
다른 아닌 진더기였다!!젠장,나랑 진더기가 어울린단 말이야!?나도 과대망상증 증세가 있었군.
신지율과 진더기가 나오는 순간 나의 고민 따윈 사라져 버렸다.답이 너무 드러난거잖아,이거!
"조금 시시한 과제이긴 한데...야,이거 남학생들이 너무 아까운데요~자,여학생 프로포즈 해야죠."
이 사회자 아저씨 맘에 안든다.나보다 진더기가 더 아깝단 거잖아..나는 우쭐댈 틈도 없이 신지율
앞에 가서 섰다.애들은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눈치였고,어딘가 모르게 실망한 눈치의 진더기였다.
대체 뭘 바란거니!!프로포즈라,그런걸 해본적이나 있어야지.큰 키로 계속 나를 내려다 보는 신지율.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어쩌겠나,이제와서 뺄수도 없는것을.
"저..."
내가 말하려는 순간 마이크를 들이미는 사회자 교관.역시 맘에 안든다...!!하지만 이제와서 창피할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싸가지도 없구,하는 말 하나 하나가 정내미 떨어져.어떨때는 화가 나리 만큼 냉정하고 바보같아.
그렇지만 좋아해.싸가지 없구,정내미 떨어지는것두,냉정한것두 좋아해."
약간 조용한 분위기.개중에 쑥덕거리는 눈들도 있지만 꽤나 진지한 분위기다.양손은 바지 주머니에
딱 꽂고 거만스럽게 날 내려다보는 신지율.그런 신지율을 보며 한마디 잊지 않는 교관.
"의외의 프로포즈인데 남학생 어떤 대답을 할까요??"
교관의 말이 끝나고 잠시동안의 정적이 흐름에도 불구하고 거만한 자세 그대로 아무대답도 하지않는
신지율.젠장,말함부로 했다구 맞는거 아냐? 그게 아님 공개적으루 나 망신 주려구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거나.그렇담 넌 정말 나쁜인간이다,신지율.이렇게 외쳤다,속으로...내 기도에 힘입은건지
조심스럽게 입을 여는 신지율,옳지 그래,어서 대답해!!!
"못생겼어.멍청해.머리나빠.바보같아.열흘 묵은 메주같아."
쿠궁!!![효과음인거 아시면서-_-;;]
이 녀석이 날 좋아하지 않는다,아니 싫어한다.그건 알고 있었어.그래도 먼저 친구 하자고하고,무슨
일 있을때 달려와주는거 보고,적어도 내가 생각하는것만큼 날 미워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어떻게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망신을 주냐!? 녀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물이 나려
고 한다,못된놈,나쁜놈.생각했던거 보다,알고 있던것 보다 더 나쁜놈이야!!
"이,이거 생각치 못한 전개인데 여학생 심..."
"그래도 너 받아줄 사람,세상 다 뒤져도 없다.그러니까...내가 데려가 줄게-"
교관의 말을 딱 잘라 먹고말하는 신지율.애들은 멋지다는듯이 환호성을 질러댄다.뭐...야,이거.
잘된거 맞지...?쭈그리고 앉아있는 내게 손을 내밀며 조용하게 한마디 하는 신지율.
"벌이다? 니가 이런식으로 나왔다 이거지?두고 보자,못난아아?!"
말을 끝을 자꾸 끄는 신지율의 태도에 차마 내민 손을 잡지는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 버렸다.
엄마야,이걸 우째?!아이들은 계속 환호성을 질러댔고 우리 둘은 왼쪽 계단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더럭 나오는말을 내질렀더니,이런 결과가 초래 되었군.난 이제 죽음이다!!
"정말 특이한 고백에 특이한 대답이었습니다,다음 9반 수행과제는..."
반 아이들이 모인 자리로 가까이 가자 옆을 지날때마다 툭툭치며 한마디씩 건네는것도 잊지 않았다.
"둘 다 너무 불타는거 아냐??"
"내비둬,아직 신혼이라 그래.석달만 지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