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잡지에서 이슈화된 뒤 가상 공간으로 옮겨 붙은 그 '동거'에 대한 이야기들이 요즘 또 한창인 것 같습니다. 사실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었고 좀 과장해 얘기하자면 '동거'란게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닌 그런 얘긴데, 여러 주장과 댓글이 빈번할 때 나름의 생각을 여러분들과 한번 나누고 싶어 잠시 들렸다가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왜 나누고 싶은가?"
나이가 차 오르다보니 종종 돌아보는 일이 잦아집니다. 사실 보람보단 후회와 참회하는 일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던 중 나름 깨달은 것 하나가 바로 인간, 인생의 본질은 타인과 '좋은 교환관계를 맺는 일'이란 사실이었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인간의 탄생 자체가 이것을 깨닫게 해 줍니다. 인간이 어떻게 생겨날까요? 바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감정을 교환하고 서로를 공유해서 생겨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 물론 사랑이 빠지더라도 탄생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사랑이 담기지 않은 탄생이 결론적으로 결코 순탄치 만은 않은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것은 굳이 설명을 붙이지 않더라도 잘 아실 것입니다. (조금 새는 얘기이지만 자본주의도 마찬가지 입니다. 마음이 없는 오로지 이윤만을 극단으로 추구하는 관계망이다 보니 우리 모두 삶이 그리 순탄치 만은 않죠?) 따라서 좋은, 아름다운 교환관계가 서로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그 산물 즉 다음 세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한국 나이로 이제 마흔 두살, 그래도 감히 조금 더 살아봤다고, 이런 생각은 혹여 도움은 되지 않을 까 싶어...또 참회하는 (별 다른 상상 거부합니다.^^) 심정으로, 여러분과 좋은 교환관계를 맺어보고자 이 글을 씁니다.
"동거" 그 거부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
솔직히 한번도 동거를 해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어차피 근본적으로는 '사랑'과 '감정'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또 '결혼'이라는, 일종의 '면피'를 뒤집어 쓰긴 했지만 또 다른 형태의 동거생활을 15년째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를 논할 자격은 있다고 보고 얘기합니다.
그렇죠? 사실 결혼도 일종의 '동거'입니다. 물론 부언했다시피 사회적으로, 공식적으로 맺어진 '계약'이라는 점에서 조금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현재 머무르고 있는 이 호주 사회가 결혼을 관념상 파트너쉽의 하부 단계로 간주하고 있는 것을 보면 위 주장이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파트너에는 결혼관계에 의한 부부가 있고, 동성 파트너가 있고, 또 나이를 불문하고 동거 관계에 있는 이성관계가 들어갑니다. 그러니 이 모두를 '동거'관계로 간주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동거관계에 있는 장년 혹은 노인 커플, 더 나아가? 동성임에도 커플임을 주장하며 동거하고 있는 커플들. 사실 이 모두가 전통적 유교 사상과 남존여비 사상이 아직도 뿌리깊게 박혀있는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니 지금도 여전히 한번은 걸음을 멈추게 하는 그런 주제들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보십쇼. 이들 모두 계속해서 이 호주 사회 뿐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에서조차도 꾸준한 현재 진행형이지 않습니까? 이는 결론적으로 남녀노소, 성별을 별개로 하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려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를 보여주는 그 좋은 예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진실한 사랑과 책임의식'
좀 직접적으로 다가서자면 아무래도 모두의 관심은 사람이 가장 예쁘고 아름다울 때인 젊은 시절의 '동거'로 집중됩니다. 사실 노인들도 사회적 계약증서 없이 동거하는 분들이 없지는 않을 터인데 당연지사 예쁜 꽃에 혹은 멋진 꽃에 시선이 절로 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시기와 질투가 뒤따르고 그것이 여러가지 형태로 변형되어 비난과 질시로 뒤따르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다 아시고 계시다시피 문제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진심어린 사랑의 발로였느냐'와 '책임의식'이 있느냐 없느냐 이지요.
5년전, 호주생활 초기 알게 됐던 여러나라 여성들 남성들 또 우리 나라 여성들 그리고 남성들. 그리고 그 이전 한국에서 조차도 여러분이 언급하신 여러 경우를 두루두루 보아왔고 또 저 스스로를 통해서도 보아 왔습니다. 역시 본질은 진심으로 사랑했느냐와 함께 책임의식이더군요. 책임의식의 유무에 따라 헤어졌더라도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책임의식이 뒤따르지 않아 고통과 사회적으로 암묵적인 격리를 당하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더더군다나 아예 그런 것 조차 없이 '동거'가 다른 목적의 하부요소가 되는 경우는 말할 필요조차 없겠지요.
다시 말해 '동거'라는 외형이 문제가 아니라 그 동거 주체들의 마음과 의식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간단히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습니까? 사람은 겉으로만 보고 판단해선 안되고 오래 지내보고 그 됨됨이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동거라는 외형은 외형일뿐'
진심어린 사랑이였느냐도 중요하지만 사실 책임의식이 더 중요합니다. 결혼 생활 15년, 적잖은 시행 착오를 겪으며 진실한 사랑의 마음과 책임의식은 결코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상보관계를 통해 더욱 굳건해 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정말 섹스만이 동거의 전부인가요? 아니죠. 서로 돈을 모아 맛있는 음식거리를 장만하는 기쁨, 또 오디오나 가구 등을 함께 사러가는 즐거움, 시험준비로 힘들때 서로 격려하는 애틋함, 물론 성격차이로 인한 다툼도 들어가지요.
그래서 다잡을 것은 바로 서로의 사랑을 지켜줄 책임의식입니다. 형편이 안되면 무책임하게 다음 세대를 섣불리 만들어 내는 만행을 저지르지 않아야 하고 또 동전의 양면과 같이 뒤따르는 여러 씁쓸한 맛도 참아내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동거'라는 외피는 더 이상 여러분의 관심사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얼마나 잘 빛내주냐가 바로 여러분의 주 관심사가 될 것이고 따라서 '결혼'이라는 면피보다도 서로의 자체의 삶의 내용이 더욱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동거'니 '결혼'이니 하는 것들은 여러분의 삶에 있어 결국 외피 그 자체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것입니다.
'글면 내 자식은 워떡케유'
거의 다 자란 딸과 아들이 있습니다. 한창 청소년기라 여러분의 얘기가 결코 남의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동거'는 아빠인 제게 그리 중요한 이슈는 아닙니다. 문제는 지겹지만 진실한 마음과 책임의식입니다. 이걸 어떻게 잘 길러주느냐가 제 주요 이슈입니다. 사실 성인이 다 된 아이들을 어떻게 제가 24시간 다 감시할 수 있겠습니까? 하물며 청소년기에도 마음만 먹으면 부모의 감시망을 매우 손쉽게 피할 수 있는 게 솔직한 사실 아니겠습니까? 동거가 중요한게 아니라 각자 스스로가 자신의 이성을 제대로 찐하고 바르게 사랑하고 또 그에 따른 책임을 과감히 질 수 있는 , 그리고 때론 그에 따른 쓴맛도 담담히 견뎌낼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길러주는 것이솔직히 더 절박하게 다가섭니다.
'이쁜 꽃은 그냥 산에 두세요!'
내 마당에 있는 꽃이나 물 잘 줍시다. 이 산 저 산, 이 나라 저 나라에 있는 모든 예쁘고 멋진 꽃을 다 내 마당에 둘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또 그거 다 심어놓으면 어떤 꽃이 이쁜 꽃인지 나중엔 구별도 할 수 없고 오히려 능력 밖이 돼버려 그냥 말려 죽이기 쉽상입니다. 내 꽃이 계속 이쁘려면 잘 관찰하고 또 정말 많은 정성을 드려야 합니다. 그러면 오히려 여러분의 꽃이 그 어떤 산에 있는 꽃보다 더 예뼈질 수 도 있습니다. (그래도 안되면 성형시키세요^^)
'인간은 정말 엄청난 존재다!"
동물의 왕국 보신 적 있죠? 노루나 영양, 얼룩말 등 힘없는 초식 동물들은 그 물 한모금 마실때도 사방팔방을 감시하며 불안감에 떨며 물을 마십니다. 그러나 인간은 어떻습니까? 하루를 그냥 게을리 보내도 다음날 버젓이 정말 뻔뻔스럽게 생존해 있는게 인간 아니겠습니까? 얼마나 대단합니까? 조금만 게으르면 여지없이 잡혀 먹히고야 마는 그 초식 동물들, 그 어린 동물들에 비하면.
여러분은 대단한 존재고 특히나 여러분의 후세는 정말로 더 대단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책임의식이 중요합니다. 저 또한 젊은 여러분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여러분들 이 나이되어도 부끄럽지만 남자로서의 모든 욕망 다 존재합니다. 오히려 더 했으면 더 했지(힘말고 욕망만 ^^). 그래서 더 많이 채찍질 해야 합니다. 힘들지만 별 수 없죠. 자식이 웬수라고 제게는 여러분과 달리 목숨으로 바꾸어야 할 자식들이 있으니까. 뭐 대단한 것 같아 보여도 그냥 단순하게 다 여러분들도 그렇게 됩니다. 하물며 자존심도 필요없습니다. 내 자식 내 처가 또 하루를 생존해야하는데 무슨 놈의 자존심. 그냥 오로지 책임의식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왜? 제겐 대단한 존재들이니까. 왜 대단하냐고? 사랑하니까!
'행복하게 사세요'
동거를 하던 죽을 쑤던 풀을 쑤던, 모두 상관없습니다. 다만 책임의식만 가지세요. 그러면 다 해결됩니다. 솔직히 허망하지만 위의 이런 저런 제말 단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책임의식'.
사족이지만 50대 호주 남자가 자기랑 살고 있는 (부인도 아니고 글쎄) 파트너라며 한 여자분을 소개시켜 주신 적이 있는데 여러분도 혹 그런 경험 해 보신 분 계실 겁니다. 다 책임질 만한 나이니까 처음엔 그 표현이 어색해도 그냥 그 뿐이지요? 그러니 이러 저런 외피에 휘둘리지 말고 행복하게 재미나게 사세요. 후에 사회적인 면피를 걸치던 말던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 자신 스스로 후회하거나 아파할 일을 만들지 말고, 또 주변에 폐를 끼치지만 않으면 그 뿐입니다.
'늘 상투적인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인사말 드립니다. 두서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아울러 모든 사랑스런 동거 커플 - 결혼 커플, 결혼한 동성커플, 결혼 안한 동성 커플, 노인 커플, 드러 내놓지 못하고 사는 장애우 커플-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책임의식 가지세요...)
- 아따! 가게 광고글 올리려다 엄청 샛길로 빠진 강원준 올림 -
후기
겁도 없이 실명을 내걸고 무슨 짓이냐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솔직히 겁 하나도 안납니다. 왜? 인간이란 매우 자기 본위적이기 때문에 곧 금방 잊어질 거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간 이 사이트를 통해 수 없이 오르내렸던 그 수 많은 주제들 처럼...그리고 각자 또 열심히 자기 생활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제 이름 석자 굳이 기억하고 계실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단지 글 내내 '책임의식'만 얘기했기에 발언에 쪼끔 책임을 져보고 싶어 그랬습니다. 아무튼 그래도 핵심만은 한번 곰곰히 곱씹어 주시길 기대합니다. 적잖은 시간을 나름 투자했는데 그렇지 않다면 너무 허망, 슬픔, 좌절, 분노...^^
첫댓글책에서 퍼온 글인줄 알았네요(글솜씨가 ㄷㄷ..) 저도 흥분해서 감정적으로 막 댓글 올렸었는데, 이 글 보고 방금 다 지웠습니다. 정말 이분말씀대로 책임의식 가지고 나 자신만 잘하면 되지 남들 얘기에 상관할 필요가 없군요. 여튼 이 글로 인해 더이상 서로 편갈라서 싸우는일 없었으면 합니다.
옳은 말씀이에요. 책임 의식 없이 관계하고 동거하는 게 문제이지 동거 자체가 나쁘다기엔 요즘 사회 인식도 많이 변했지요. 책임감 없이 즐기기만 하다가 쉽게 임신 중절을 하는 커플들 알고 보면 여자가 훨씬 더 큰 피해자이지만 여자도 어리석음 생각없이 또 실수하고 또 같은 짓 되풀이 하고...... 이런 생각없는 짓만 안 하면 다행이지요.
오랫만에 좋은글 반갑네요. 오래전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제자신의 삶이 어떤지를 알고싶다면,주위를 돌아보라 하더군요.누구와 밥을 함께 먹는지,누구와 함께 오랜시간을 보내는지..곧 그 상대가 본인의 모습이라 생각함 된다구여. 무엇이든지 선택을 할수있다는것은 우리에게 지어진 큰 선물 아니겠습니까? 행복한 선택이 필수겠지만요
첫댓글 책에서 퍼온 글인줄 알았네요(글솜씨가 ㄷㄷ..) 저도 흥분해서 감정적으로 막 댓글 올렸었는데, 이 글 보고 방금 다 지웠습니다. 정말 이분말씀대로 책임의식 가지고 나 자신만 잘하면 되지 남들 얘기에 상관할 필요가 없군요. 여튼 이 글로 인해 더이상 서로 편갈라서 싸우는일 없었으면 합니다.
코치님,정말 글솜씨가 대단하신듯..^6^;
강코치님의 속 깊은 이 글귀들이 정답이네요. 조만간 찾아볼게요.ㅋ
멋져요. 감탄하면서 읽고 갑니다 :-)
클레이톤 코치 사장님이시군요?! 제 대학 후배가 사모님 조칸데...ㅋㅋㅋ 삼선짬뽕 먹고싶다..ㅠ.ㅠ
죄송하지만 아닌데요--
어머 죄송해요. 377클럽인가..거기 사장님이셨군요.ㅠ.ㅠ 대화명만 보고 실수했네요.
옳은 말씀이에요. 책임 의식 없이 관계하고 동거하는 게 문제이지 동거 자체가 나쁘다기엔 요즘 사회 인식도 많이 변했지요. 책임감 없이 즐기기만 하다가 쉽게 임신 중절을 하는 커플들 알고 보면 여자가 훨씬 더 큰 피해자이지만 여자도 어리석음 생각없이 또 실수하고 또 같은 짓 되풀이 하고...... 이런 생각없는 짓만 안 하면 다행이지요.
저보다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생각나게 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요! 잘읽었습니다.~
오랫만에 좋은글 반갑네요. 오래전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제자신의 삶이 어떤지를 알고싶다면,주위를 돌아보라 하더군요.누구와 밥을 함께 먹는지,누구와 함께 오랜시간을 보내는지..곧 그 상대가 본인의 모습이라 생각함 된다구여. 무엇이든지 선택을 할수있다는것은 우리에게 지어진 큰 선물 아니겠습니까? 행복한 선택이 필수겠지만요
글 끝까지 잘 읽었네요~좋은글 써주셨네요^^ 많은분들이 이 글을 읽으시고 좋은 공기 들이키시면 좋겠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우리말에 인생의 '동반자','반려자'라는 좋은 말이 있죠. '파트너'를 앞의 두 단어로 대치해 보시면 이해하고 받아들이시는데 조금은 더 도움이 되실듯 합니다. 모든 형태, 구성에 상관없이 다 어우러 질 수 있는 말인것 같아서요.
아... 글 잘쓰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