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입장을 봐서 좀 참아 주게.
㈁ 주 5일제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말해 보자.
㈂ 6자 회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 나는 사학법 개정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입장"이란 낱말을 예사로 사용한다. 공식 문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이 낱말을 이처럼 마구 쓰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입장"을 한자로 표기하면 立場이 된다. 立은 동사로서 '서다'를 뜻하고 場은 '곳'을 뜻하니, 立場의 문자적 의미는
'서 있는 곳' 정도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어에서 들어온 것이다. 그런 의미를 나타내는 우리 한자 낱말로는 이미
"처지"가 있었는데, "입장"이 들어와 그 중심자리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입장"의 횡포는 거기서 머무르지 않았다. 우리말 속에 들어와 사용 범위를 점점 넓히더니, 이제는 여러 가지 낱말의
자리를 휩쓸어 버렸다. 오늘날 그것은 무제한적인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처지"나 "형편, 상황"을 대신하는
정도까지는 눌러봐 준다 하더라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사례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우리말을 어지럽히고 비틀기 때문이다.
㈀의 "입장"은 "체면"으로 바꾸는 것이 더 적합하다.
㈁의 그 자리에는 표현 의도에 따라 "견해, 의견, 생각, 주장" 중에서 골라 넣어야 의미가 명료해진다.
㈂의 그것은 "방침" 정도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밖에 "자세, 태도"를 써야 할 자리에도 "입장"을 사용하는 일이 많다.
㈃의 "입장"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불필요한 낱말을 사용하다 보니 전체 표현이 구질구질해지고 말았다.
"찬성하는 입장이다"가 아니라 "찬성한다"라고 해야 비로소 우리말다워진다.
"입장(立場)"은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다. 그것을 버려야 의미가 명료해지고 의사소통이 원활해지며, 표현이 우리말다워진다.
2006/03/02 일자 포스코신문 리의도의 우리말글 바로보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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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일본식 표현 '입장'의 우리말 비틀기
띠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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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16 23:1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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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요즘 고민 중인데.우리말쓰기 좋은데요..고쳐야죠..그런데 특히 일본에서 들어온 말에 심하게 반응하는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한문은 우리말인 아닌데 우리말의 반을 차지하니 그건 그냥 써도 되는거고 일본에서 들어온 말은 죄다 고쳐야 하는건지.제가 일어공부를해서가 아니고..일본어투 고치기에엄청힘들 쏟는것 같아서.
용이님의 지적이 일리있다고 봅니다. 아마 무대응으로 몇백년 지나간다면 일어에서 들어온 말도 한자말처럼 우리 말 속에 확고히 자리잡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