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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국 어부 왈 "한국인들 아니었으면 우린 진작 망했죠"
조회수 29.6만 2022. 12. 19. 19:00
전 세계에서 수산물을 가장 사랑하고, 가장 많이 먹는 국가는 어디일까요? 거대한 대륙의 중국? 초밥의 나라 일본?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다는 미국? 연어나 고등어로 친숙한 노르웨이?
아닙니다.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한국인은 수산물을 사랑합니다. 사랑해도 너무 사랑하다 보니 인구수 기준 세계 29위에 불과한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이 68.1kg으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 세계 평균이 20.5kg이니 한국은 그보다 3배 이상 많이 먹는 겁니다. 그야말로 '해식가'라고 부를 만합니다다.
인구수 세계 1위 중국이나 섬나라 일본이나 양식 선진국인 노르웨이보다도 수산물 소비량이 많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는데, 한국인의 평소 식단을 보면 이런 수치도 이해가 됩니다.
삼시세끼 즐기는 김, 생선구이, 술안주로 빠지지 않는 생선회, 오징어회, 낙지탕탕이 등의 생물은 물론, 해물탕, 황태해장국, 미역국까지 우리 식단에서 해산물이 빠지는 경우는 없습니다.
OECD는 가난한 국가보다 소득이 높은 국가일수록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이 많다고 분석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조금 과장해서 이미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잘 사는 국가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 해양수산부는 2025년까지 국민 1인당 수산물 소비량 74.4kg을 달성할 계획을 세웠다고 하는데, 불가능한 수치도 아닙니다. 한국인은 충분히 달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수산물 중 하나가 고등어인데, 전 세계에서 수산물 수출 순위 2위를 차지한 노르웨이가 한국을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한 해 약 4만 톤의 고등어를 노르웨이로부터 수입하는 큰손이기 때문이죠.
노르웨이 입장에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수산물이 고등어이고, 고등어는 노르웨이가 가장 많이 생산하다 보니 몇 년 전에는 K9 자주포 구매비용을 고등어로 갚는다는 절충교역 카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신문에도 등장했었기 때문에 단순한 소문인 것인지, 실제로 그러한 제안이 있었던 것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최첨단 무기를 고등어와 물물교환한다는 그 상상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르웨이보다도 한국을 더 끔찍하게 생각하는 국가가 있습니다. 영국인데요. 그런데 영국은 좀 더 특별한 이유로 한국을 생각합니다.
영국인은 돈 주고도 안 먹는 수산물을 100% 한국이 수입하고 있고, 이 덕분에 미래가 막막했던 영국 어부들이 연간 2억 원이 넘는 연봉을 벌어들이고 있으니까요. 한 어부는 "자신이 바다에 나가는 이유는 오직 한국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 어떤 수산물일까요?
안녕하세요, 디씨멘터리입니다. 지난 2019년 2월, 한국 네티즌과 영국 BBC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지됐습니다. 왜냐하면 BBC가 한국과 관련된 기사를 보도했다가 서둘러 기사 제목과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좀 살펴볼까요? 2월 10일 신문은 "웨일스에서 잡히는 골뱅이가 한국에서는 최음제"라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사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2차 안주 골뱅이가 왜 최음제인 거지?'라는 의문을 품을 법합니다. 기사를 조금 살펴볼까요?
BBC는 영국의 브리스톨 해협에서 골뱅이를 어획하는 어부들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기사는 "브리스톨 해협에서는 매년 1만여 톤의 골뱅이가 잡히는데, 이들 전부는 골뱅이를 최음제로 간주하는 한국 등 아시아에서 소비된다."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20여 년간 어부로 살아온 '개빈 데이비스'라는 어부는 "골뱅이에서는 할머니 발톱 같은 맛이 나는데, 왜 그들이 골뱅이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20년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줬습니다."라면서 "대서양에서 자라는 골뱅이를 그들이 어떻게 음식으로 발전시켰는지는 정말 모르겠다."라는 인터뷰를 전했죠.
데이비스는 매일 밤 손더스풋항을 출발해 카마던셔 주변 바다에 띄운 빨판에 들러붙은 골뱅이 1톤을 수확해 옵니다. 그리고 이들을 밀퍼드 헤이번 지역으로 옮겨 배에 싣는데, 아시아로 향하는 동안 골뱅이를 삶고 냉동 건조시킵니다.
사실 이 기사에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만, 골뱅이라는 수산물을 '한국의 최음제'라고 소개한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결국 이 소동을 알게 된 BBC 한국지사가 영국에 연락해 기사 제목을 "왜 웨일스에서 잡히는 골뱅이가 한국에서 유명한가?"로 변경했고, 최초 기사에 포함됐던 "한국의 미혼 남성은 웨일스 골뱅이 요리가 없이는 데이트를 완성할 수 없다."라는 내용은 삭제했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최음제'라고 번역된 'aphrodisiac'이라는 단어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용어이기는 하지만, 영어권에서는 이 단어가 범죄 의도를 가지고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라 '자연에서 유래한 로맨틱한 분위기를 돋우는 식품'을 가리킵니다. 초콜릿, 굴, 아스파라거스 외에도 사과, 토마토, 인삼, 샴페인 등이 저 단어의 범주로 쓰이고 있죠.
다만, 한국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사전적 의미로 저 단어를 사용했을 때 당시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버닝썬' 사건과 '소라넷' 사건 때문입니다.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술에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여성을 은어로 '골뱅이'라고 지칭했었고, 연예인이 연루된 버닝썬 사건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었는데, 이러한 상황이 겹치면서 저 단어 하나에 한국 내 여론이 상당히 비판적이었던 겁니다.
그럼 이 골뱅이라는 술안주를 본격적으로 파헤쳐 봐야겠습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골뱅이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입니다. 전 세계 소비량의 90% 이상을 한국인이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 세계에서 골뱅이를 먹는 나라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숟가락, 젓가락 빼고는 다 먹는다고 알려진 중국인조차도 골뱅이를 거의 먹지 않고 프랑스가 약 7% 소비하는데, '에스카르고'라는 달팽이 요리에 사용합니다. 섬나라 일본조차도 약 3%밖에 소비하지 않죠.
한국에서는 1960년대 이후 을지로 3가 상인들이 골뱅이에 파, 고춧가루, 마늘 등 새콤달콤한 양념을 더해 팔기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현재는 골뱅이무침뿐 아니라 추운 겨울 골뱅이탕도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골뱅이의 본명은 '물레고둥' 또는 '수염고둥'인데, 골뱅이라는 사투리 단어가 워낙에 많이 쓰이다 보니 이제 그것이 표준어로 굳어진 겁니다. 아래에서 설명해 드리겠지만,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골뱅이의 99%는 수입산인데, 국내에서 골뱅이가 잡히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경북 울진 일대 수심 500m 부근에서 통발로 잡힌 것을 최고급으로 치지만, 수확량이 워낙에 적어 일반인이 맛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죠.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에서 매년 8,000톤가량을 잡았으나, 1990년대 후반 2,000톤으로 생산량이 급감해 현재는 1,000톤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더구나 통계청이 2010년부터 고동류를 통합해 생산량을 집계하면서 골뱅이 수확량만을 알기는 불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현재 국내에서 소비되는 골뱅이의 99%는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산을 수입한 것으로, 그중 영국산이 가장 많고 품질도 최상품입니다.
그래서 영국에는 오로지 한국을 위해 어업에 나서는 어부들이 있습니다.
사실 골뱅이는 그 생김새나 끈적끈적한 액을 머금고 있어 서양에서는 '바다 달팽이'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데, 이걸 한국인이 먹는다고 말하면 인상을 찌푸리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골뱅이 철로 접어드는 10월이 되면, 영국 북해 인근 부둣가는 한국인을 위해 골뱅이를 잡는 어선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하는데요.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 한국에서 잡히는 골뱅이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대부분을 수입하는데, 한 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수입하는 골뱅이가 무려 5,000톤에 육박합니다. 우리가 흔히 즐기는 골뱅이 통조림 원료의 90%에 달하는 수준이죠.
시중에서 가장 유명한 '유동 골뱅이'를 마트에서 보신다면 겉면에 영국, 아일랜드, 노르웨이 등이 원산지로 적혀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골뱅이를 잡는 법은 간단합니다. 통발에 골뱅이가 좋아하는 비린내 나는 생선이나 꽃게 등의 해산물을 넣어두고 골뱅이를 유인해 잡는데, 예전에는 통발에 잡힌 골뱅이를 걸러서 버렸지만, 이제는 영국 어부들에게 버려서는 안 될 소중한 수입원입니다.
영국산 골뱅이가 한국으로 대부분 수입되는 이유는 섬나라 영국이 골뱅이 어획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일단 영국인 자체가 골뱅이를 먹지 않아 자원이 풍부하고, 보통 수심 200m가량에서 잡히는 한국과 달리 영국에는 가까운 바다 수심 15m에서 골뱅이를 잡습니다. 어획 난이도가 거의 최저 수준일 뿐 아니라 수온이 차가워 식감이 찰지고 쫀득쫀득하고, 한국산보다 크기도 큽니다. 여러 조건이 영국산 골뱅이가 한국에서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그런데 원래 한국이 처음부터 영국 것을 수입한 것은 아닙니다. 1980년대부터 골뱅이무침이 국민 안주로 등극하자 국내에서 잡히는 골뱅이의 씨가 마르기 시작했고, 한국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습니다.
가장 가까운 중국이나 베트남 산을 수입하려 했으나 수온이 따뜻해 육질이 물컹물컹했고, 러시아 골뱅이는 한국인이 선호하는 어종이 아니었습니다. 캐나다산은 육질이 비슷해 수입을 고려해 봤으나 어부들의 몸값이 너무 비싸 고가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육질도 좋고, 크기도 적당하고, 가격도 비싸지 않은 영국산을 선택하게 됐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인데요.
현재 영국에는 30년 이상 한국을 위해 골뱅이 어선을 띄우는 어부들이 꽤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들은 골뱅이 어획으로 한 달에 벌어들이는 돈이 대략 1,500만 원가량이라고 하는데, 약 4달간 조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6,000만 원을 법니다.
그래서 BBC와 인터뷰했던 20년 경력의 데이비스가 "골뱅이에서 할머니 발톱 같은 맛이 나기는 해도 제게는 20년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줬습니다."라고 말했던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했다거나 한국의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등의 부정적인 뉴스가 나올 때마다 마음을 졸이는 것이 영국 어부들이라고 합니다. 새삼 우리가 글로벌 사회에 살고 있긴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푸대접받지만,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술안주, 골뱅이. 골뱅이무침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날입니다. 감사합니다. [펌/끝]
첫댓글 "술은 마시지 않지만, 골뱅이는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골뱅이무침 국수"는 일품이죠.
영국 어부들이 많은 수고를 하시네요. 물론 돈도 벌구요!
저도 술은 안 마시지만 골뱅이 무침을 좋아합니다.
제가 하도 좋아하니 엄니가 예전에 수산시장에서
자연산을 사오셔서 삶아주셨는데 그 맛이
완전 별로였습니다. 미끈거리는 식감이 통조림과는
완전히 다른 종족이었습니다. 그때는 수입산인줄 몰랐는데
왜 맛이 다른지 알겠네요. 확실한 것은 자연산은 별로라는 거죠.
통조림 골뱅이가 최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