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갸륵한 아들 녀석의 마음 씀씀이
2022년 3월 23일 수요일
음력 壬寅年 이월 스무하룻날
엊그제 조카 딸내미 자랑을 했는데 오늘은 또다시
아들 녀석 자랑을 좀 해야겠다. 자식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고 하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니까...
얼마전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을 때 아내가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목소리로 봐서 아마 상기된
얼굴이었을 것이라는 걸 안봐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들이 전화를 했었는데 당신이 입원한 것이 못내
안타까운 마음이었는지 안마의자를 사줄까 싶은데
당신하고 상의해 보라고 합디다. 그 마음이 어찌나
고맙고 갸륵한지 울뻔했다우! 당신 생각은 어때?"
"사준다면 고맙기는 하지! 그런데 그거 비쌀낀데?"
"그러게! 비싼 걸 사주면 부담될 것 아니냐 하니까
하나뿐인 자식이 그 정도도 못해드리겠냐며 절대
부담을 갖지말고 걱정도 하지말라고 하더라구요."
"당신 아들 키운 보람을 느꼈겠다? 생각해 보세!"
"그러유! 기분은 엄청 좋긴 하네.ㅎㅎ"
그랬다! 엄청 기분이 좋고 자식 키운 보람에 뛸듯이
기뻤다. 아마 아내는 더 그랬을 것이다. 바로 그때
절친한 친구가 좀 어떠냐며 안부 전화를 했다. 둘이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자랑삼아 잠시
아내와 나눴던 아들 이야기를 했더니 그 친구 하는
말이 "아구야~ 뽀식이 신나겄다. 아들이 사준다면
두 말 하지말고 받어! 그게 아들 생각해주는거야!
자식은 부모를 위해서 뭔가 해주었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생각하거든. 아무튼 자넨 효자 아들 두어
좋겠네!"라면서 잔뜩 아들 칭찬을 하는 것이었다.
괜시리 어깨가 으쓱하면서 마음이 잔뜩 부풀었다.
때마침 입원한 병원이 있는 빌딩 1층에 안마의자
매장이 있어 구경삼아서 슬며시 가보았다. 그런데
가격이 장난 아니다. 적게는 200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이 넘는 것이 있었다. 이미 보건진료소에
갔을때 체험을 해보기는 해서 좋은 줄은 알고있다.
잠시 체험을 해보고 설명도 듣고 병실에 올라와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자연속에서 산골살이를 하는
우리가 인위적으로 하는 운동기구를 굳이 마련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을 아내에게 전화로 그런 생각을
말할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내와 통화를 하다보니
아내의 생각도 같았다. 여유가 있어서 안마의자가
있으면 없는 것 보다야 좋겠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처음에는 잘 사용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용하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아들에게
그 고마운 마음만 받고 사양하자고 말했다. 아들도
나름의 생활을 위해 아껴쓰며 열심히 저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담을 주지말자는 것에
의견일치를 보았다. 이미 여러가지 부위에 안마를
하는 의료보조기구가 있으며 아내는 오래전부터,
촌부는 얼마전부터 걷기운동을 시작하여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라 그렇게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래도 받은 것이나 진배없고, 오히려 그런 생각에
마음이 가볍고, 아들의 부모사랑에 너무 흐뭇하고
고맙고 뿌듯해 기분이 좋았고 갸륵한 느낌이었다.
그랬는데 어제 오후 느닷없이 시키지 않은 택배가
왔느냐고 아들 녀석이 카톡을 했더란다. 받은 것이
없다고 했더니 산양유를 보냈는데 배달이 되었다는
문자가 떴다고 하여 아랫쪽 카페 앞에 내려갔더니
택배가 도착해 있더란다. 바로 아들 녀석이 우리를
위해 보내온 '고칼슘 산양유 프로틴'이 도착한 것,
너무 고맙다. 안마의자를 사양했을 때 필요한 것이
없냐고 하더니 어미, 아비 건강을 생각하여 보낸 것
같다. 며칠전 안마의자 주문하지 말라고 통화하며
아내가 은연중에 산양유 이야기를 꺼냈던 걸 잊지
않고 주문한 모양이다. 알고보니 꽤 비싼 것인 줄을
모르고 말을 꺼냈다며 이제서야 후회를 하는 아내,
"괜시리 아들에게 부담을 주고 말았어! 너무 철없는
엄마가 되었으니 이를 우짤꼬?"라고 했다. 그래서
"이 사람아! 지금 후회하모 뭐하겠노? 기왕 우리를
생각해 아들이 보낸 것인께 고마운 마음으로 먹고
건강하모 되는 기라! 고맙단 전화나 하게!" 했더니
"카톡했수! 오늘 전화 안갖고 나갔다네요. 통화는
이따 퇴근 후에 할게요. 너무나 고맙다 그치?"라고
하며 씨익 웃는 것이었다.
아, 참!
아들 녀석 자랑하다가 막내처제, 동서의 고마움을
잊을뻔 했네. 영주에서 사과농장을 하는 막내네가
또 사과를 보내왔다. 떨어질 만하면 보내주곤 한다.
덕분에 일 년 열두 달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사과를 먹고 있으니 이또한 큰 복이라 여긴다.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첫댓글 행복이 철철 넘치는 평창의 소식!
아침에 글을 읽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자식이 해주는 것은 사양하지 말라는 말을 믿습니다.
그동안 베푼 내리사랑을 윗사랑으로 받으셔도 됩니다.
행복한 하루하루 되시길 기원합니다.
도시와는 달리 흙을 밟으며 걸을 수가 있고 봄이 오면 가을까지 산을 누빌 수가 있어 안마의자를 사양했습니다. 비싼 가격보다 굳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었죠. 다들 받아야지 왜 사양하냐고들 합니다만 꼭 필요하면 그냥 우리가 사는 것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골촌부 뽀식이 멋진 아빠와 엄마입니다.
그 사랑안에서 자라난 아드님도 멋이 있구요.
아들자랑, 자식자랑 충분히 자랑하실 만 합니다.
@박종선(젊은청년) 감사합니다.^^
행복한 일상에
저도 마음이 흐뭇해 집니다
자식 자랑을 하여 죄송합니다.
이런 것도 소소한 행복이 아닌가 싶어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