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DJ DOC의 노래 ‘DOC와 춤을’이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이다. 이 노래가사에 “맞아! 그럼 좋을텐데”라고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
우리는 반바지 ‧ T셔츠 교복 입어요!
- 작은 인식의 전환이 만들어낸 편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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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하고 있는 한가람 고등학교 [사진=한가람 고등학교]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DJ DOC의 노래 ‘DOC와 춤을’이라는 노래 가사 중 일부이다. 이 노래가사에 “맞아! 그럼 좋을텐데”라고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에 위치하고 있는 한가람 고등학교. 이 학교의 여름 교복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교복과는 많이 다르다. 2006년 여름부터 기존의 하복 대신에 반팔 T셔츠와 반바지를 교복으로 채택하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덥고 불편한 하복 대신에 입는 편한 교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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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한가람 고등학교 하복 [사진=한가람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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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팔 T셔츠, 반바지 교복을 입고 있는 한가람고 1-4 학생들 [사진=이시연(한가람고1)]
현재의 일반적인 하복은 수십 년 동안 디자인이나 재질의 변화가 많이 없었다. 그리고 매우 덥고 불편하여 여름철이면 학생들의 공부에 방해가 된다. 또, 한 벌에 15만원 내외의 고가라서 매년 새로 구입하기 어려우며, 교복스타일도 유행을 타서 해마다 길거나 혹은 크거나 아주 작거나가 반복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
일반적인 정장 형태의 교복을 입는 안소정(진명여고1)양은 “여름이면 교복 때문에 더 더운 것 같아요. 세탁 한 후에 잘 마르지도 않고요”라고 말했다. 대다수 학교들이 고수하는 정장 형태의 교복은 학생들의 의견이나 편리를 우선시 하지 않고 있다.
작은 인식의 전환. 왜 반바지 교복은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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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신입생 전원과 재학생 희망자들이 입게 된 여름 하복 [사진=한가람 고등학교]
한가람 고등학교는 기존 하복의 문제점들을 고치기 위해 고정관념을 깨고 인식을 전환하여 반팔 T셔츠와 반바지 교복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파격적인 하복을 통해 DJ DOC의 노래 가사가 현실이 되었다.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함께한 교복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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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선정을 위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 [사진=한가람 고등학교]
한가람고가 새로운 교복을 도입하는 과정에는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했다. 지난해 9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대다수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찬성하였으며, 마지막으로 교복의 디자인과 상표는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였다. 학생들이 직접 선택한 교복이기에 교복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선정된 교복은 면 재질의 흰 T셔츠와 곤색 바지이다. 바지의 경우 길이는 자유이지만 반바지나 금속장식과 아웃포켓이 붙은 바지는 금지된다. 상의에는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학교 이니셜이 자수로 새겨져있다. 또한 상하의 3벌씩 구입해도 10만원이 안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하복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학생의, 학생을 위한, 학생에 의한 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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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있는 한가람고 학생들 [사진=한가람 고등학교]
한가람고 학생들은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교복이 체육복이 아니냐는 오해를 종종 받기도 한다. 이준휘(대일고1)군은 “처음에 봤을 때 교복이 아니라 그냥 체육복인줄 알았어요. 굉장히 기능적이고 편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한가람고 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학생들은 시원함, 저렴함, 편리함을 교복의 장점으로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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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여행 중인 1-4학생들 [사진=이시연(한가람고1)]
한편 교복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김우철(강서고1)군은 “교복에는 어느 정도의 형식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편리함도 좋지만 교복에는 격식도 포함된 것이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가람 고등학교 학생들은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한 지난달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대다수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영(한가람고1)양은 “중학교 때의 교복과는 다르게 굉장히 편하고 저희 학교의 교복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한가람고의 새로운 교복 도입은 성공인 셈이다. 성공요인은 학생과 학교간의 지속적인 의견교류, 그리고 학교 측의 학생을 존중하는 태도인 듯 하다. 학생에 대한 배려는 이제 개교 10년째를 맞은 한가람고의 큰 원동력이 되어왔다. 이 모든 일은 항상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 학교, 학생, 교사의 수평적인 관계가 소통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는 한가람고의 파격적인 하복을 가능하게 하였다. 학교와 학생들의 갈등에 대한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 요즘, 한가람고의 교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