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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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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광대수염꽃이 피기 시작할 때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67 08.04.26 10:5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2008년 4월 16일 수요일 흐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주청소년들의 축구 잔치

제주일보 제38회 백호기축구대회가 흥미를 더해 간다.

우리 학교에서는 요 며칠 수업시간을 단축해서 응원 연습을 해왔는데

오후에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에 걱정을 하면서 운동장으로 갔다.


그러나 오늘은 아침에만 비 내리고 오후엔 더 이상 안 와

오히려 햇볕에 탈 걱정을 빼고 신나게 응원을 한다.

제주도내에는 5개의 고등부 축구팀이 있는데, 이들 학교에서는 4월에 이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응원전을 펼치며 신입생들에게 애교심을 심는 기회로 삼는다,


올해는 종합경기장이 수리중이기 때문에 관람석이 작은 애향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게 되어 약식으로 응원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고는 던 편이다.

어제는 오현고와 대기고가 1:1로 비겼고, 오늘은 중앙고가 서귀고를 2:1로 이겼다.

또, 오현고도 전통의 라이벌 제일고를 2:0으로 꺾는 파란을 연출했다.


내일은 우리 중앙고가 오후 3시 50분에 제일고와 경기를 가지며  

대기고는 서귀포고와 경기를 벌여 상위 2개 팀이 19일 토요일에 결승을 벌인다.  

금년 각 학교 축구 수준은 비슷한 편인데, 그 날의 작전과 운이 승부를 가르고 있다.

오늘, 학생들은 이기는 경기를 응원하면서, 그간에 쌓인 스트레스를 확 푸는 모습이었다.


 

♧ 몸꽃은 꽃무덤에서만 핀다 - 홍해리(洪海里)

    

여학교에는 계절이 없다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봄이다, 꽃피는 봄


춘삼월 연분홍 진달래

어릿어릿 비린내 어질머리

주근깨 박박 4월 철쭉

백목련 심장 위에 떨어진 자목련 한 잎

수수꽃다리에서 흑장미까지


하얀부처대가리꽃에 똑 떨어진 진홍의 장미꽃잎 하나

메밀꽃바다에 뜬 꽃다발

찔레꽃 눈부신 하늘로 기어오르는 칡꽃

싸리꽃 밭머리 흰구름장 위로 날아가는 제비꽃

목화꽃 피는 밤의 춘향의 젖꼭지꽃


동백꽃 금낭화 땅비싸리 해당화

덩굴광대수염 며느리밑씻개

앵초 자운영 앉은부채 엉겅퀴

처녀치마 갯패랭이 자주꼬리풀

동자꽃 분홍연꽃 왜노루오줌풀

달구지풀 날개하늘나리 ……


이름만으로도 시(詩)가 되는 꽃들이여

몸꽃은 꽃무덤에서만 피는가.

 

 

♧ 나는 아마 수염을 - 이 정 우


 마흔 살이 되면 나는 아마 수염을 기를 것이다. 그땐 나의 얼굴과 더불어 인격을 수염으로 조금 숨기고 책임을 지거나 판단을 받아 보리라. 그래서 이 세상으로부터 나를 새로이 알아보리라.

 

  엊그제 새해를 맞아 설흔 여덟 쪽으로 왔지만, 만 설흔 일곱 하고도 한 달에 내 나이 마흔을 생각한다. 그리고 수염이 어떤 사람을 숨기기보다 더 많이 드러나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러면서 아직은 내가 수염을 길러 책임을 지기엔 시기상조라고 여기면서 면도를 한다.


  마흔이 되기까지 나는 나의 수염을 어떤 모양으로 기를지 거듭 궁리해 보리라. 때로는 이발소에 가서도 물어 보리라. 무슨 심심풀이가 아니라, 이건 그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 일을 위해서 지금쯤 나는 심심풀이 이상으로 중대하게 그런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참으로 이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다.


  수염을 기를 생각을 지난해엔 못했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나는 꽤 조바심까지 치면서 장차 나의 수염에 벌써 매료되기까지 한다. 그러면서도 마흔 살 때의 나의 수염에 대한 책임에는 미리미리 걱정이 되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 친구의 수염 - 강남주

 

선장이라 부르지 말고 어부라고 부르라던

친구의 해풍에 바랜 수염을 생각한다.

파도밭을 뒹굴며 머리를 손으로 빗어 올리며

대구 명태와 뒤엉켜 보낸 그의 청년시절을 생각한다.

파도가 뱃전을 질금질금 넘도록 우왁스레 고기를 싣던

그의 북태평양 같은 뱃장을 생각한다.

그물에 송장이 올라왔던 때를 말하며

사람값이 물고기 값보다 싸서야 되겠냐던 그의 말을 생각한다.

충무동 어판장에 배를 들이댄 뒤는 남포동에서 밤새껏 퍼마시던

그의 주량을 생각한다.

로프 줄을 걷어 올려 긴 뱃고동을 끌고 남부민동 방파제를 넘어가던

그의 호기를 다시 생각한다.

바다에서 해가 뜨고 바다에서 달이 지니까

바다가 지구의 중심이라고 말하던 그를 생각한다.

이 세상 제일가는 예술이 바다에서 고기 잡는 일이라며

예술가가 되어 가던 그를 생각한다.

선장이라고 부르지 말고 어부라고 부르라던

친구의 해풍에 바랜 탈색된 수염을 다시 생각한다.


 

♧ 검은 수염 아저씨 - 정민호


-내 어릴 적 큰 장날에 보이던

검은 수염 아저씨가 보고 싶다.

싸전이나 어물전 입구에 멍석을 펴고

6전 소설이나 千字文을 팔던

검은 수염 무성한 책장사 아저씨는

지금 무얼 하는지 알고 싶다.

할머니나 아이들을 장판에 모아 놓고

장한몽, 유충렬전, 조웅전, 옥루몽을

얼음에 박 밀 듯 읽어 주더니

세상의 지혜를 토정비결에 묻어두고

점잖은 목소리로 점을 쳐주던 아저씨는

세월의 그늘 속에 묻혀 사라져 갔다.

섣달그믐 대목장날에는

초조한 목청이 더욱 높아 가더니

가난하고 마음씨 좋은 책장사 아저씨는

그의 검은 무명베 두루마기 자락에 싸여

불어오는 바람에 수염 펄럭이더니.

 

 

♬ 사랑의 숲 -  Nomura Soj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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