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매원마을 고택 보수 공사 기우(杞憂)
노병철
영천에 가면 광주이씨 이원령과 영천최씨 천곡 최원도의 우정 이야기가 전해 온다. 최씨 문중 산에 광주 이씨 중시조 이당의 묘가 있게 된 이야기다. 지금은 그 문중 산을 광주 이씨가 다 사들였다고 한다. 알려면 똑바로 알라고 이원령이 아니고 이집이라고 전화 올 것을 대비해 미리 선수 친다. 간신 신돈이 죽자, 이원령은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4년 동안 식겁을 했으니 다시 살아 돌아온 기념으로 이름과 자·호를 바꾸어 버린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집의(集義)에서 생긴다"는 구절을 따 이름을 ‘집(集)’으로 개명하고 자를 ‘浩然’으로 바꾼다. 그리고 숨어 산 괴로움을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 호를 ‘遁村(둔촌)’이라 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이 둔촌 이집을 기리는 뜻이 있고 지금도 성남에서는 둔촌 문화제가 열린다. 엄청난 양반이란 걸 알 수 있다. 영의정 이덕형 집안인 광주 이씨는 문중 이야기만 해도 딸을 줄 정도로 아주 명문 집안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친일파 하나 나오지 않은 문중이라며 뼈대 있는 집안이라고 자랑이다. 그 집안의 한 일파가 야로 송씨와 벽진 이씨가 있던 칠곡 매원마을에 자리 잡는다. 석담(石潭) 이윤우(李潤雨)의 집안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렇게 하여 영남지방의 대표적인 동족(同族) 마을이 생겨난다.
한때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영남 3대 반촌(班村)으로 불렸으나 한국전쟁 때 낙동강 전선에 위치하여 마을 가옥이 대부분 다 소실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여태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었다. 그래도 몇몇 집은 그 형체를 유지한 덕분에 뜻있는 분들의 노력으로 2023년 최초 전국마을 단위 국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곧 옛 모습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바람구멍까지 막아버렸어. 무식한 놈들.”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한국의 서원’ 아홉 군데가 등재되었다. 충청남도 논산시에 있는 돈암서원, 전라북도 정읍시의 무성서원, 전라남도 장성군에 위치한 필암서원, 경상남도 함양군의 남계서원, 대구의 도동서원, 경주 안강의 옥산서원, 안동의 병산, 도산서원, 영주의 소수서원이었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본 뒤 글을 쓰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이 놀라게 되었다. 전국 서원을 돌면서 복원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헛돈이 낭비되었는지 그 현장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공사하지도 않으면서 엄청난 공사비만 갖다 붓는 꼴을 목격한 당시 주민들은 혀를 찬다.
"저는 내부 개조를 하지 않습니다. 요즘 고택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서 바닥에 전기패널을 깔고, 창문에는 방충망과 도르래를 달고, 벽에 단열재를 넣고, 기름보일러까지 넣습니다. 이게 껍데기만 한옥이지 어떻게 전통 고택입니까?”
서울 북촌을 보수할 때 한 고집 센 주인장이 한 말이다. 나무와 흙으로 지은 한옥은 반드시 군불을 무조건 때야 한다면서 목재 가옥의 가장 큰 적인 흰개미와 습기를 막고, 집을 오래도록 유지하려면 군불이 필수라는 것이다. 마당에 정원을 만들면 목재 집은 바로 손상을 입게 되는데 이것도 모르고 연못도 만들고 난리란다.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고집을 가진 분이 있는데 하회마을이나 양동마을에 가 보았지만, 현대식을 가미한 보수가 대부분이다. 전통저 방식으로 보수한 곳은 아주 드물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것을 안다만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이제 매원마을 공사가 시작된다. 마을이 매화꽃과 같다하여 붙인 이름이라 한다. 지금은 보기 힘든 붉은 찔레꽃으로 더 유명하고 만여 평이 넘는 연꽃밭으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이런 아름다운 마을에 한 채에 20억씩 들인 대공사가 시작된다는데 돈만 어디론가 가고 공사는 엉망으로 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해 본다. 솔직히 감시하지 않고 하는 대로 놔두면 돈이 다 샌다. 이건 백년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