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에 고기를 못먹으면서 13킬로가 빠지고 수술 후 고통 속에서 3킬로가 더 빠져 키 176cm에 몸무게 47킬로의 해골같은 몰골의 사진을 붙여 응모하니 단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던 배움터 지킴이 공모에서 서류 심사도 통과하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그럼에도 아무도 응모하는 이없는 속칭 후진학교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나를 뽑는다. 경사가 심하고 가난한 지역의 중학교이다. 면접 시간 30분전에 전화가 와 1:1 경쟁률의 형식적인 면접을 보고 극적으로 다시 배움터 지킴이가 되었다.
이곳에선 학교폭력을 막아주기 위한 순회가 불가하여 아침 교통지도 30분, 오후 하교 지도 20여분에 교문만 지킨지 오늘로 나흘째인데 내 몸은 만세를 부른다. 내 스스로 외면한 학교폭력이 아니라 안쓰러움은 있지만 학생들을 돌보지 못하는 죄책감은 전혀 없다. 운동장 산보나 살살하고 라디오나 듣고 책이나 읽고 바둑이나 두며 봉사수당만 받아 챙기면 된다. 이렇게 편하고 좋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끊임없이 순회를 할 수 있는 학교를 찾아 배움터 지킴이 지원서를 낼 것이다. 그 작업을 하지 않으면 학교폭력으로 희생당하는 어린 학생들에 대한 죄책감을 피할 수 없기때문이다. 전국 학교폭력을 해결하려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시청과 국회를 상대로 몸을 상해가면서 민원을 넣은 것과 같은 마음이다.
이 학교는 하늘이 체력이 부족한 시기의 나를 위해 준비해놓은 일터이다. 내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순회를 하지 못하지만 순회할 때보다 얼마나 더 크게 행복한지 연일 콧노래를 부르고 탭댄스를 하고 어깨 춤을 춘다. 그런데 이토록 자연스럽게 행복한 길을 두고 왜 굳이 순회할 수 있는 학교를 찾아 억지 행복을 찾아 가려는걸까?
성자병은 정말 무서운 병이다! 얄팍한 명분 하나를 지키려 스스로는 고생길을 찾아 들어가는데 하늘이 보살피는 덕분에 겨우 행복이 가능하다.
PS : 그런데 외형적으로는 이 후진학교가 내 눈에는 잘 사는 동네 학교보다 훨씬 좋다. 생활지도가 잘되고 있는지 복도나 길에 버려진 쓰레기의 양이 훨씬 적다. 거대한 별관에는 수백대의 주차가 가능한 반지하 건물 윗 층에는 온갖 체육 문화시설이 웅장하게 들어서 있고 학생들은 투박하지만 순진해 보이고 운동장은 드넓어 대형 농구장 한개와 소형 한개, 핸드볼 시합장 한개, 육상 트랙을 갖춘 축구장 한 개가 건강한 학생들로 북적이고 운동장을 둘러싼 3면의 담이 거대한 수목과 식물로 뒤덮여 온갖 희귀한 새들이 날아와 나를 위해 노래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한 번에 이삼십마리를 보고 역시 추가로 이삼십마리는 되어 보이는 희귀조들에 의한 수풀의 흔들림을 목격하는 일이 잦다. 왜 이 학교에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새들이 집중적으로 무리지어 사는걸까? 어찌나 빠르고 민첩한지 나의 둔한 카메라질은 도무지 그들을 따라 잡을 수 없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줄 알았던 전통적 체육대회를 다시 만나니 너무나 반갑다. 배움터 지킴이가 누더기가 된 교통지도봉을 그대로 쓰고 몸 하나 돌리기도 어려운 협소한 공간에서 하루 8시간을 보내는 현실은 보통 지킴이들에게는 불평의 대상이겠지만 환경과 자원을 걱정하는 나에겐 오히려 자랑거리가 된다.
서울에선 지킴이에게 순회를 시키는 학교가 거의 없습니다. 순회를 할 마음을 가진 지킴이는 더욱 없구요. 공직자나 배움터지킴이의 의협심 같은 단어는 지방만의 전유물인지도 모릅니다. 그 의협심이 남들의 눈에는 월권이나 불법 같은 나쁜 일이나 자신의 신변을 위협하는 어리석은 일이 될 수도 있기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배움터 지킴이의 권리 찾기가 합법이지만 집단 이기주의로 비치는 것과 정반대 현상이라고 봅니다.
지킴이실 두 개 중 하나는 공간도 넓고 pc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에 있는 저 지킴이실은 pc를 설치할 공간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서울에는 배움터지킴이 복지 예산이 없어서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문만 지키는 지킴이들이 뭔가를 요구하기는 면목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작년에 난방 외투를 하나 구해 달라고 해서 잘 쓰고 있습니다.
첫댓글 몸이 많이 좋아지신 거 같군요.이제
식단 관리만 잘 하면 63kg 까지는 다시
올라가지 싶습니다. 무엇보다 다시 봉사를
시작하셨다니 참 다행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순회를 하지 말라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혹시 사립학교 입니까?
수위를 뽑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리고 기회 봐서 교통 지도봉 새 걸로 바꿔달라
하세요.요즘 호루라기 기능 등 다가능이 탑재된
교통 지도봉이 많이 나옵니다.
p.c 도 없으면 하나 놔 달라 하시고요.
지금은 49킬로까지 올라온 상태인데 체중이 정말 잘 안 움직이네요.
서울에선 지킴이에게 순회를 시키는 학교가 거의 없습니다. 순회를 할 마음을 가진 지킴이는 더욱 없구요. 공직자나 배움터지킴이의 의협심 같은 단어는 지방만의 전유물인지도 모릅니다. 그 의협심이 남들의 눈에는 월권이나 불법 같은 나쁜 일이나 자신의 신변을 위협하는 어리석은 일이 될 수도 있기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배움터 지킴이의 권리 찾기가 합법이지만 집단 이기주의로 비치는 것과 정반대 현상이라고 봅니다.
지킴이실 두 개 중 하나는 공간도 넓고 pc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에 있는 저 지킴이실은 pc를 설치할 공간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서울에는 배움터지킴이 복지 예산이 없어서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교문만 지키는 지킴이들이 뭔가를 요구하기는 면목이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작년에 난방 외투를 하나 구해 달라고 해서 잘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