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오후에 아내와 함게 양재동꽃시장으로 구경나갔다.
잠실새내역에서 양재역 가는 전철을 바꿔타려고 안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양복 입는 노인 한 분이 전철 안으로 급하게 뛰어 들었다가 미끄러져 전철바닥에 안면을 박았다. 완전히 뻗은 상태.
나는 얼른 부추켰다. 젊은 사람도 부축이면서 일으켜 세우니 코피가 줄줄... 지하철 바닥에 피로 가득 찼다.
노신사는 손으로 입 언저리를 막았는데도 피는 계속 흘리고.
나는 어깨에 매는 가방에서 화장지 두 개를 꺼내서 노인에게 드렸다. 피가 신사복으로 묻지 않도록.
전철은 곧 출발했기에 노인을 하차시키지도 못한 채 젊은 사람한테 자리를 양보받아서 노인네를 앉혔다.
노인의 안면을 찬찬히 살폈더니 코잔들이 캐졌다. 코잔등을 눌러서 지혈하도록 했다. 아무래도 입에도 피가 잔뜩 고였다. 병원에 가야 할 듯 싶었다.
내 아내는 지하철 바닥에 뚝뚝 떨어진 코피를 휴지로 닦아서 흔적을 지웠다.
전철은 달리고...
양재역에서 도착했을 때 승무원이 다가왔다. 안면을 다친 노인은 계속 목적지로 가려고 했다.
나는 양재시민의숲이 목적지이기에 승무원한테 인계하고는 전철에서 내렸다.
어찌되었을까?
신사복을 입은 노인네. 구두가 아무래도 원인일 것 같다. 지하철 바닥이 미끄러운데도 급히 뛰어들었다가 미끄러졌다.
2.
아내와 함께 양재꽃시장 가동, 나동, 야외 나무전시장 등을 두루 둘러보면서 조경수와 화초류를 눈여겨보았다.
곰취 1포기에 1,000원이다. 한 판 사고 싶은데도 아내는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재작년 50포기를 샀다가 깡그리 다 죽였다. 아무래도 수분과다로 여겨진다.
하기사 그렇다.
내가 시골 내려가려면 멀었기에 그냥 눈구경이나 했다.
허브식물인 '스피아민트, ' 초코민트'도 작은 화분에 심어서 진열하였다.
이들은 내 텃밭 여기저기에서 마구 번진다. 지겹도록 많다.
두메부추 두어 포기를 심은 작은 화분 한 개 1,500원.
애기달맞이꽃 화분 한 개 2,000원. 참나리 한 개 1,500원. 은방울 한 개 3,000원. 범부채 1포기 1,000원.
나는 우산나물 화분 하나를 골랐다. 1,500원.
오래 전 우산나물을 잔뜩 심었는데 내가 방치하는 바람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에 그냥 한 번 샀다.
아내는 아무 것도 사지 말라고 고개를 흔들고.
내 텃밭에 있는 차이브.
잠실 아파트 베란다에 있는 '스파트 필림' 화초 이름을 처음으로 알았다.
아내한테 '저거 살까? 하고 우단동자를 가리키니 아내가 빙그레 웃는다.
내 시골집 바깥마당에 정말로 잔뜩 있는 2년생 화초이다.
'저거 살까?' 하면서 두메부추를 가리키니 아내는 '당신 한 번 팔아요. 시골 텃밭에 있는 그 많은 두메부추를요'라고 대꾸했다.
산딸나무 묘목이 욕심 난다. 흰 꽃이 조촐하면서 예쁘기에.
그러나 운반할 재간이 없다. 지하철 타고 양재꽃시장으로 갔기에.
모란 화분 하나가 450,000원.
'세상에나 왜 이렇게 비싼 거예요?'
'사 가는 사람이 있으니까 저런 가격표를 붙였겠지'.
목백일홍 나무도 150,000원 가격표가 붙었다. 내 시골 텃밭에는 이 정도의 굵기라면 열댓 그루나 더 있다.
수령이 수십 년 된 목백일홍은 아마도 1,000만 원을 넘을 것 같고.
은행나무(실생) 한 그루 1,000원. 은행나무 묘목이 무척이 가격이 싸다.
무화과 화분 10,000원, 20,000원.
서해안 내 텃밭에서는 이삼십 년 된 무화과 여러 그루가 지난해 겨울철에 얼어서 죽었다.
다행히도 5월 중순에 두 그루에서 새싹이 움트는 것을 보았다. 삽목해서 몇 개는 화분에 심고는 겨울철 냉해를 대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시중에 나온 무화과는 맛이 별로이기에 구입하고 싶지는 않다.
아내와 함께 갔으나 별로 살 것이 없었다.
구경한 것으로 만족해 한다.
아내는 다리 아프다며 벤치에 앉아서 쉬려고 하기에 나도 평소보다는 더 일찍 귀가를 서둘렀다.
양재동꽃시장에 가면 내가 재배기술 부족으로 숱하게 죽인 작은 식물들을 본다.
예컨대 디기탈리스. 2년생인데도 나는 다년생일 줄로 알고 샀다가 종자을 잃었다. 나무 그늘 속에서 씨앗이 떨어져서 새 싹이 나오기를 여러 해. 어느날 보니 사라지고 말았다.
칸나, 다알리아, 꽃잔디, 숫잔대, 애기사철나무, 애기장미, 하와이무궁화(독일무궁화) 등을 숱하게 죽였다. 겨울철 냉해로...
이제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 위주로 재배하고 싶다.
집에 돌아온 뒤에 화분 몇 개를 정리했다.
큰 화분에 한데 심을 심산이다. '알로베 베라' 한 포기도 옮겨 심었고, 이틀 전에 줄기를 잘라서 물오름 시킨 명월초(삼붕나와)도 심었다. 명월초는 2013년 늦가을 지방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대학 졸업식날 교유가 한 포기 나눠주었는데 지금은 5년째 키우면서 잎을 잘라서 식용한다. 화분농사이고...
흙이 모자랐다.
나중에 바깥 아파트 단지 빈 터에서 흙을 퍼다가 큰 화분에 부은 뒤 작은 화분은 정리해야겠다.
작은 화분은 공간만 차지할 뿐...
첫댓글 좋은일 하셨습니다
신사분 급한 볼일 때문에 서둘러서 그랬군요
아무래도 출발 직전에 서둘러서 뛰어들었고, 그 결과는 완전히.. 한참을 움직임도 없고.. 전철칸 사람들은 아무도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고...우리 내외가...
농사철에 서울에서 머물자니 마음이 답답해서 여기저기 쏴다닙니다.
풀과 나무가 있는 곳이면...
노인일수록 근력이 떨어지고
넘어지기 십상이죠.
조심하며 안전하게 걷고 이동하는 게 상책이죠.
최 선생님은 나무시장이나 꽃나무 묘목시장을 둘러보며
이것저것 살펴보고 또 고향 텃밭을 떠올리시는 것이
취미인 것 같습니다.
사실이지 지금은 외국에서 들어온 화초나 나무들로
너무나 다양한 식물들이 우리 곁에서
자라고 재배되고 있지요.
저는 어제 오전엔 수원 결혼식엘 댕겨오고
오후에는 친하게 지내는 오산 지인의 텃밭에
음료수(사과 바나나 우유 넣고 갈은 것) 한 병 가지고 갔더니
내외가 나와서 잡초 제거하고 닭과 고양이 모이 주고 있더라구요.
한 뼘 정도 되는 하루나, 차조기, 쪽파, 상추 한 보따리 뽑아 주어
그 자리에서 다듬어 집에 와서는
아내가 금방 겉절이로 저녁 식탁에 올려
들기름 넣고 썩썩 비벼서 저녁밥을 맛있게 먹었지요.
지인의 텃밭에 들러서 하루나(유채)차조기. 쪽파. 상추를 얻다고 하니 홍자했군요.
요즘도 쪽파 나오네요? 제 시골집 텃밭 속의 쪽파는 완전히 늙어서 잎줄기가 말라죽었는데...
6월 초순에 캐서 그늘에 말렸다가 가을 씨종자해야겠습니다.
제 친구는 성남시청에 운영하는 실버농장 경작자로 당첨되어서 텃밭 3평을 얻었다고 하대요.
한 번 구경가야겠습니다. 제 시골집 위아래 밭에는 이런 면적이면 500개도 더 만들겠지요.
차조기가 욕심나네요.
한 번 구해서 증식해야겠습니다.
지난 번 시골장에서 상추모종을 사다가 심자고 아내한테 말했더니 저런 거 아니더라도 뜯어먹을 거 많아요라면 제지하대요. 아쉽게도 올해에는 상추 쌈 없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