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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봉산 가는 길, 오모 님
인간의 행위 가운데 고산에서 벌이는 고독한 투쟁만큼 강인한 체력과 견고한 지성 그리고 정
신력을 끝까지 불러일으키고 여러 방면으로 긴장시키는 것은 없으리라. 이처럼 우리 감정의
밑바닥을 휘저어 놓고, 우리의 의지를 단련시키며, 우리의 육체를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등반에 비하면 다른 스포츠나 운동경기는 심신의 힘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거나
싸워야 하는 대상이 그리 대단치도 않다.
설사 그렇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근육의 일부와 정신력의 일부, 또는 육체와 정신 가운데
서 그 어느 한쪽을 동원하면 그것으로 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산에서의 고독한 싸움은 육체
적이면서도 정신적이며, 옛날 기사들이 무술 시합이나 피비린내 나는 수렵에서 치렀던 고귀
한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 라인홀트 메스너, 『죽음의 지대』에서 람머의 『융본(Jungborn)』 인용
▶ 산행일시 : 2018년 7월 7일(토), 오전에는 비, 오후에는 갬
▶ 산행인원 : 13명(스틸영, 악수, 대간거사, 한계령, 산정무한, 인치성, 사계, 해마, 오모,
대포, 무불, 메아리, 메콩)
▶ 산행거리 : GPS 도상 19.5km
▶ 산행시간 : 11시간 24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0 : 22 - 동서울터미널 출발
04 : 26 ~ 04 : 56 -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 소재말, 산행준비, 산행시작
05 : 54 - 이끼폭포
07 : 58 - 990.7m봉
08 : 24 - 1,115.2m봉
08 : 53 - 1,133.6m봉
09 : 07 - 안부, 임도
09 : 23 - 임도 삼거리, 육백산 갈림길
09 : 48 - 응봉산(매봉산, △1,268.5m)
10 : 18 - 임도, 1,137.9m봉
11 : 30 ~ 12 : 28 - 문의골, 문의1교, 1부 산행종료, 점심, 2부 산행시작
12 : 38 - 신리민속마을 너와집
13 : 17 - 906.7m봉
13 : 33 - △924.7m봉
14 : 09 - 1,032m봉
14 : 54 - 육백산 주릉
15 : 00 - 육백산(六百山, 1,243.3m)
15 : 39 - 임도
15 : 53 -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후문
16 : 20 -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입구, 산행종료
17 : 05 ~ 18 : 46 - 태백, 목욕, 저녁
21 : 42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1)
2.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2)
▶ 이끼폭포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를 또 보러간다. 오지산행에서는 9년 전인 2009년 7월에 갔었다. 그때
는 수터에서 두리봉 넘어 이끼폭포를 보고 땡비알로 가서 삿갓봉, 도화산을 넘어 무시터로
내렸었다. 이번에는 이끼폭포를 이른 아침에 볼 것인가, 한낮에 볼 것인가를 놓고 의론한다.
사진을 찍자하면 매직 아우어인 이른 아침이 백번 좋다. 다만 이끼폭포가 서향이라 빛이 아
직 들어오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른 아침에 이끼폭포를 보러가기로 한다. 당초의 도계초교 동덕분교에서 육백산부터 오르
려던 계획을 대폭 변경하여 무건리 소재말로 향한다. 04시 26분. 이미 날이 밝았다. 석회석
광산인 (주)태영EMC 삼도사업소 입구가 널찍하여 우리 버스를 대어 놓고 부산히 산행 준비
한다. 비는 부슬부슬 내린다. 쉬이 그칠 비가 아니다.
광산 관계자인지 승용차가 지나며 우리더러 여기에 차를 대면 안 된다며 어서 빼줄 것을 요
구하고 산골짝 길을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도 더 들어간다 하고 뒤쫓는다. 자
칫했으면 (주)태영EMC 삼도사업소에서부터 이 먼 길을 걸을 뻔했다. 한참을 들어가 소재말
지나 월래촌 갈림길 근처다. 이끼폭포 관람료 매표원이 출근하지 않았다며 무사통과한다. 이
끼폭포 방향안내판이 보이고 임도는 차량이 더 들어갈 수 없게 바리케이드를 치고 막았다.
비옷은 방우가 아니라 방한을 위해서다. 비옷에 방수치마까지 두른다. 발목은 스패츠 대신
비닐봉투로 싸맸다. 비둔해진 발걸음이다. 임도 따라 구불구불한 산자락을 가파르게 오른다.
우산 받쳐 들고 앞서가는 등산객 한 분을 이내 앞지르게 되고, 한 손에 카메라 삼발이를 들었
다. 사진작가다. 이끼폭포 사진 찍기에는 시간이 너무 이르지 않겠느냐며 우리를 동류작가로
알고 천천히 가자고 한다.
우리는 아울러 응봉산을 가야 하니 바쁘다며 잰걸음 한다. 된 오르막은 국시재에서 멈칫한
다. 이끼폭포 2.5km. 이제 임도는 산허리를 같은 고도로 돌고 돈다. 곳곳이 산사태가 났던 아
찔하게 가파른 절벽이라 바깥쪽을 걷기에는 겁이 난다. 임도가 끝나고 한 차례 내리면 야자
매트를 깐 소로가 이어진다. 예전에는 이 첩첩산골에 초등학교가 있었다. 소달초등학교 무건
분교 터를 지난다. 안내판에 1966년 설립, 1994년 폐교, 졸업생 89명을 배출하였다고 한다.
긴 데크계단 내리막이 나온다. 계단 수 374개. 계류 물소리가 온 산이 울리도록 요란하다. 이
렇다면 이끼폭포가 온전할까 싶다. 뚝 떨어져 데크 관폭대다. 아래쪽 이끼폭포는 하얀 포말
이 뒤덮은 대폭이다. 위쪽 이끼폭포는 데크계단을 잠깐 오른다. 예전에는 줄사다리 타고 암
벽을 올랐었다. 물이 너무 불어서 이끼폭포의 신비스런 멋이 덜하다.
일단의 사진작가들이 진작 와서 삼발이에 중형카메라를 장착하고 사진 찍고 또 찍기에 여념
이 없다. 우리는 바쁘다. 나도 삼발이를 가져왔으나 그 발을 뺄 틈조차 없다. 갈 길은 멀고 비
는 내리고 주위는 어둑하고, 사진 찍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다. 감도나 높여 막 찍어댈 수밖에.
아침요기는 행동식으로 때운다.
3. 이끼폭포
4. 이끼폭포
5. 이끼폭포(스틸영 님이 스마트 폰으로 촬영)
6. 조개나물(?)
7. 조개나물
8. 응봉산 가는 길
9. 추워서 휴식을 서성이다 만다
▶ 응봉산(매봉산, △1,268.5m)
이끼폭포에서 응봉산이나 육백산을 가장 짧은 거리로 오르려면 이끼폭포 옆 남쪽 능선을 치
고 오르는 것인데-처음에는 그럴 계획이었다, 전에는 땡비알에서도 올랐었다-바라보니 절
벽의 오르막이라 대번에 주눅이 들뿐더러 거기로 접근하는 길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우선 이
끼폭포 계류가 큰소리치는 큰물이라 그쪽으로 건너가기가 어렵다.
뒤돌아간다. 내려왔던 데크 374계단을 다시 오르고, 무건분교 터 지나 임도 종점에서 산허리
도는 소로를 찾아낸다. 비탈진 사면에 비탈진 험로다. 풀숲 헤치다 진창에서 미끄러지고 물
먹은 바위에서는 엎어진다. 수시로 길을 막고 드러누운 나뭇가지를 넘는 것도 된 고역이다.
오르막에서 방수치마는 자주 발에 밟혀 걷기가 여간 거북한 것이 아니다. 차라리 젖자 하고
벗어버린다.
길은 있는 듯 없는 듯하여 아마 수적인가 한다. 한 피치 오르고 산허리 길게 한 차례 돌고, 다
시 한 피치 오르고 또 산허리 길게 돌기를 반복한다. 휴식은 저마다 비탈진 사면의 잡목에 기
대어 잠시 가쁜 숨 고른다. 더덕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우리에게 신묘한 효험을 보여준다. 살
아서는 산행속도를 조절하게 하여 여러 사람을 살리고, 죽어서는 천하명주의 술빨을 받게 하
여 여러 사람이 즐겁다.
어렵사리 1,115.2m봉 아래 안부에 오른다. 휴식. 이제야 입산주 탁주 마신다. 메콩 님의 미
행(美行)은 몸에 배었다. 탁주 마신다 하니 안주하시라 통통한 게맛살을 얼른 내놓는다. 또
오후 산행의 육백산 가파른 오르막길 목마를 때에는 시원한 냉환타를 건네 줄 것이다. 부슬
비가 추워서 더 못 쉬고 일어난다. 부드러운 능선 길을 간다.
벌목하여 초원인 개활지가 나온다. 날이 맑다면 조망이 좋을 법한데 만천만지한 안개가 다
가렸다. 그저 걷는다. 1,133.6m봉 내리고 야트막한 안부에서 임도와 만난다. 능선 마루금을
오르다보니 오른쪽 임도가 돌아갈 것 같다. 임도로 가자 하고 뒤돌아선다. 이런 때는 내가 잠
깐 선두가 된다. 임도 양쪽은 낙엽송이 울창하여 안개 속 한 풍경한다.
임도 ┳자 갈림길 오른쪽은 육백산으로 간다. 우리는 왼쪽 응봉산으로 간다. 주변의 울창한
열주인 낙엽송 숲이 볼만하다. 이런 길을 걷자면 덩달아 씩씩해진다. 1,204.1m봉을 약간 내
렸다가 새로이 산을 가는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넙데데한 능선이다. 고도 110m 높여 응봉
산이다. 풀숲에 묻힌 삼각점은 1등 삼각점이다. ‘장성 11, 1995 재설’. 어차피 사방 둘러 키
큰 나무숲에 가려 아무 조망 없다.
하산. 문의골을 향한다. 이렇듯 안개가 자욱한 날이면 길 찾아가는 재미가 각별하다. 선답의
인적이 없는 우리의 길이다. 느닷없이 풀숲에 가시철조망이 세 차례나 묻혀 있어 걸려 넘어
지는 봉변을 내 날랜 덕분에 간신히 피한다. 마루금이 옅은 능선에서 왼쪽으로 한 걸음 비켜
내렸는데 바로 아래 임도에서는 140m를 벗어났다. 임도 돌아 산모퉁이 마루금을 잡고
1,137.9m봉을 넘는다.
줄곧 내리막길 잡목 숲을 헤친다. 비는 멎었다. 그러나 젖은 잡목 숲과 풀숲 털어 아까 왔던
비를 소급해서 맞는다. 능선 갈림길에서는 대포 님이 교통 정리하여 응봉산 남릉을 착실히
밟아 내린다. 도로. 근처에서 우리가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두메 님을 불러 0.6km 아래 문의1
교로 간다. 문의1교 주변 두엄 옆 공터에서 자리 펴고 점심밥 먹는다. 오늘은 추운 날이다.
산정무한 님이 끓인 라면이 맛나고, 대간거사 님이 가져온(아드님이 멕시코에서 직접 사왔
다는) 데킬라가 입에 착 달라붙는다.
10. 응봉산 가기 전 임도
11. 임도 주변
12. 응봉산 오르기 전 육백산 갈림길의 낙엽송 숲
13. 응봉산 오르기 전 육백산 갈림길의 낙엽송 숲
14. 응봉산 정상에서
15. 신리민속마을 너와집
16. 육백산 오르는 길
▶ 육백산(六百山, 1,243.3m)
2부 산행 육백산은 문의1교가 들머리다. 먼저 신리민속마을 ‘너와집’(정식 명칭은 ‘삼척 신
리 소재 너와집 및 민속유물’이다)을 구경한다. 중요 민속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되었다. 너와
집은 산간지역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소나무, 전나무 등을 길이 40~70cm, 80~110cm, 폭
30cm, 두께 3~5cm 정도 크기로 나뭇결을 따라 쪼개어 처마부터 시작하여 기와처럼 지붕을
이은 집을 말한다. 이곳 너와집은 150년 전에 건축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담 밖에서 너와집
겉만 보고 간다.
건너편 집 마당에서 일하시던 어르신이 우리가 너와집 보고 나서 줄줄이 산골짝을 오르자 대
체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육백산에 간다고 하자, 고개를 좌우로 갸웃하신다. 예초하여 다
듬은 등로는 성묫길이다. 무덤 위는 잡목숲 헤치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금방 여름 산이다. 오
전에 춥도록 뿌리던 부슬비가 먼 옛날 일로 그리워진다.
오늘은 사계 님이 나를 살린다. 점심 때 반주한 데킬라가 사계 님에게는 기어가는 독으로 작
용하고, 인치성 님에게는 나는 듯 행보하는 명약으로 작용한다. 고도 300m 남짓을 박차고
오른다. 906.7m봉. 널브러진다. 된 고비는 넘겼다. 육백산 정상까지 아직 고도 340m를 올라
야 하지만 봉봉 굴곡이 그다지 심하지 않고 100여분을 깔아서 가니 느긋한 산행일 터이다.
능선에 부는 바람은 소름이 돋도록 시원하다. 육백산 남릉 길은 여전히 인적이 있는 듯 없는
듯 흐릿하다. △924.7m봉(영진지도에는 ▲922.6)의 삼각점 ╋자 방위표시까지 흐릿하다.
일로북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잔매에 녹아난다. 1,044.5m봉을 내리고 잠시 잠잠하
다가 불끈 치솟는다. 먼발치로는 늘씬 뻗어 오른 소나무숲이 보기 드문 장관이었으나 그 속
에 들자 밀림의 긴 오르막이다. 스퍼트 낸다.
육백산 주릉. 펑퍼짐하여 육백산 정상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선두의 수런거리는 말소리를
쫓아 덤불숲을 헤치다보니 정상이다. 일찍이 화전으로 개간되었고 고위평탄면이 넓어 조
600석을 뿌려도 될 만하다고 하여 산 이름으로 육백산이라 하였다. 정상 표지석이 우람한 너
른 공터인데 사방 키 큰 나무숲으로 가려 아무 조망이 없다. 단체기념 사진 찍고 물러난다.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를 향한다.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를 오가는 등로가 잘 났다.
북진하여 평탄한 등로를 잠깐 내리면 오른쪽은 응봉산으로 가는 ┳자 갈림길이다. 잘 난 왼
쪽 길을 가지 않고 직진 직등하여 길 없는 울창한 낙엽송숲을 가도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로
간다. 대간거사 님이 산행 마무리 더덕을 거두기 위해서라도 직진하자고 하는데 무불 님의
하소가 상당한 설득력을 발휘했다. 하소인즉슨, 오진산행이 뜬다기에 이곳 더덕들이 이른 아
침부터 오전 내내 얼마나 긴장했겠느냐며 이때쯤은 그만 그 긴장을 풀도록 놓아주는 것이 좋
지 않겠는가. 즐거운 주말이기도 한데.
좋이 등로 따라 내리다 임도와 만나자 대간거사 님을 비롯한 다수 일행은 산판 길로 능선 마
루금을 잡아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를 향하고 몇몇은 이정표가 안내하는 등로를 따라 내린
다. 잘 난 등로가 도리어 대단한 험로다. 진창이거나 맨땅 진흙길이 미끄럽다. 이윽고 강원대
학교 도계캠퍼스 후문을 지나 금계국이 반기는 교정에 들고 전경이 훤히 트여 비로소 도계의
준봉들을 본다.
산중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가 너무 조용하다. 시간이 멎은 이상한 나라에 온 느낌이다. 학
생은 물론 사람을 도통 볼 수가 없다. 경비실 경비원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들의 무사산행을
자축하는 하이파이브 손바닥 맞부딪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17. 육백산 정상 표지석
18. 육백산 정상에서
19. 일월비비추
20. 일월비비추
21. 응봉산 갈림길 지나 하산 길
22.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전경
23.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전경
첫댓글 18.번 사진 사계님 요염한 찍사 포즈에 모두 빵 터진 사진 잘 나왔네요. 산행 휴유증으로 아직도 몸살 골골입니다.
어제는 더위를 오늘은 주위를. 미소짓는 얼굴로 울고 있었지. 냉온탕 롤러코스터를 오가는 날씨였네요. 그래도 차라리 추운게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무척이나 추웠던 하루였지요?? 기다리다가 비가 그치는 듯하여 빨리 행장을 꾸리고 겨우 1부 산행 맛보기를 하였네요....하여 시포는 아니쥬~~
혹시 거사님 아들 장가간건 아니죠??? 우중에 고생들 하셨네요~ 여긴 쨍했는데
안갔슈. 아무 생각이 없어유.
@대간거사 근데 멕시코는 왜? 신혼여행간 줄~ㅋㅋ
@캐이 출장이래유. 신혼여행 멕시코는 좀 ㅋㅋ
@대간거사 요즘 멕시코도 신혼여행 마이 가요...멕시코 칸쿤 ㅎ
무식한 저는 육백산이 흙산이라는서 ㅋㅋ~ 넓고 평위해서 조600석을 뿌려도 될만한 산이라서 육백산이라 하였다. 이끼폭포는 비가와서 장관이었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