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하는 분들은 언어를 다루는 연금술사라고 합니다. 언어가 왜곡될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그리고 고의적으로 언어를 왜곡시키는 인간이 목적하는 바는 무엇인지 애해를 돕기 위해서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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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된 언어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맹렬하게 일어났던 공산주의자들의 정권 탈취 전술과 그 현대적 변용에 대하여)
언어는 인간의 생각(사상)을 공유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소통의 도구입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 공산주의자들의 정권 탈취 전술을 살펴보면, 언어는 소통의 도구가 아닌 상대를 무력화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강력한 ‘무기’의 기능을 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사용한 언어는 단순한 수사학적 표현을 넘어, 치밀한 심리전과 정치 언어학의 교범을 따르는 전략적 행동이었지, 진실과 진리를 향한 이해와 깨우침을 위한 언어 본연의 기능인 소통도구가 아니었습니다.
1. 파괴의 도구로서의 언어: 레닌의 유산
공산주의 혁명의 기틀을 마련한 블라디미르 레닌은 언어를 설득의 수단이 아닌 ‘부수고 파괴하는 도구’로 정의했습니다. 그에게 언어가 갖는 목적은 상대방의 논리를 진실에 기반하여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대열을 흩어놓고 섬멸하는 데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핵심 전술이 바로 ‘낙인찍기’입니다. 반대 세력을 ‘반동’, ‘인민의 적’, ‘파시스트’와 같은 극단적인 용어로 규정함으로써 대중이 그들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감정적으로 혐오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폭력적 언어 사용은 상대방을 대화의 주체가 아닌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이른바 ‘미운 오리 새끼 만들기’라는 전략으로 이어집니다.
2. 사고의 개조와 이분법: 마오쩌둥의 선전술
마오쩌둥은 언어를 통해 대중의 사고방식 자체를 개조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모든 인간관계를 적과 아군으로 나누는 계급 용어를 일상화했습니다. 중립적인 태도를 허용하지 않는 이분법적 언어는 대중을 끊임없는 갈등과 투쟁의 장으로 끌어들였고, '대자보'와 같은 매체를 통해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문구를 반복적으로 주입했습니다. 이는 대중의 논리적 사고를 마비시키고 분노를 극대화하여 군중 심리를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3. 현대적 변용: 용어 혼란 전술과 프레임 전쟁
3-1. 안토니오 그람시의 진지전 이론
현대에 이르러 이 전술은 더욱 교묘한 ‘용어 혼란 전술(Terminological Warfare)’로 발전했습니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진지전 이론과 비판 이론을 거치며 고도화된 이 기법은 단어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민주주의’, ‘자유’, ‘인권’과 같이 보편적으로 긍정적인 단어들을 자신들의 이념에 유리하게 재해석하여 사용함으로써 대중에게 혼란을 줍니다. 도덕적 우위를 점하는 단어를 선점하고 반대파에게는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움으로써 논의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것입니다.
3-2. 사울 알렌스키의 '조롱'과 '개인화'
사울 알렌스키는 레닌의 파괴적 언어를 현대 민주주의 시스템에 맞게 최적화했습니다. 그의 저서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에서 제시된 언어 전술은 진실 여부보다는 오직 '승리'와 '굴복'에만 집중합니다.
(1) 조롱의 무기화
알렌스키는 "조롱은 인간을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독이자 무기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상대를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조롱과 비하의 언어는 상대방을 이성적 대화가 불가능한 '바보'로 낙인찍어 방어 기제를 무력화합니다. 이는 건전한 비판을 '멸시'로 치부해버리는 오염된 언어 환경을 조성합니다.
(2) 표적의 개인화
추상적인 대상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인'을 표적으로 삼아 악마화합니다. 정책적 시시비비 대신 특정 인물의 인격과 도덕성을 집요하게 공격하여 대중이 그 인물 자체에 혐오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3) 중도층의 이탈 유도
의도적으로 자극적이고 독한 언어를 살포하여 갈등을 극대화합니다. 이는 합리적인 중도층이 피로감을 느껴 논쟁에서 이탈하게 만들고, 결국 목소리 큰 극단주의자들이 담론의 장을 독점하게 만듭니다.
4. 언어 전술의 주요 특징과 메커니즘
이러한 전략들은 몇 가지 공통된 교범적 요소를 갖습니다.
(1) 반복과 주입
짧고 강렬한 구호를 반복해 비판적 사고를 차단합니다.
(2) 흑백논리
중간 지대를 없애고 극단적인 대립 구조를 만듭니다.
(3) 도덕적 타락화
정책적 비판 대신 인격을 공격해 사회적으로 매장합니다.
(4) 위장 용어
‘평화’, ‘연대’ 등 부드러운 단어 속에 과격한 목적을 숨깁니다.
5. 참 문학인의 자세: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언어의 회복
사울 알렌스키의 전술이나 조지 오웰의 『1984』 속 '신어(Newspeak)' 개념에서 볼 수 있듯이, 언어를 독점하고 오염시키는 행위는 전체주의적 통제의 시작입니다. 공산주의 전략 전술에서 나타나는 독한 언어들은 단순한 감정의 분출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된 파괴의 정치학입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 문단에서도 이러한 언어적 선동과 프레임 전술이 건전한 문학 발전의 장을 오염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알렌스키가 설파한 전술에서 언어는 상대를 파멸(타도대상)시키기 위한 '비수'였으나, 문학인의 언어는 죽어가는 가치를 살리는 '생명'이어야 합니다. 선동 전술에 포섭된 언어는 문학을 정치의 하녀로 전락시킬 뿐입니다. 언어의 독성을 제거하고 단어 본연의 의미를 회복하는 것, 그리고 자극적인 수사 뒤에 숨겨진 의도를 냉철하게 꿰뚫어 보는 것만이 건강한 민주 사회를 지키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 이 반동 종간나세끼"라고 하면 기가 질리는 이유는 소통(숨)이 콱 막히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기가 질리면 죽습니다. (2025.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