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자가 선두가 되었고
선두는 곧 최고가 되었다
말이 좀 복잡해 보이는데 그냥 단순히 풀어보면 이렇다. "제일 먼저 스포츠 SUV를 출시했고, 스포츠 SUV의 정석으로 자리 잡았다"라는 말이다.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 '포르쉐 카이엔'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반응은 당연히 좋지 못했다.
평생 스포츠카만 만들던 브랜드에서 재미없는 SUV라니, 반응이 좋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 포르쉐 마니아들뿐 아니라 전 세계 유명 저널리스트와 평론가, 아니 그냥 자동차를 조금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카이엔을 반가워하지 않아 했다. 세계적인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와 'SUV'는 결코 어울릴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포르쉐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카이엔은 실용적이고 럭셔리한 SUV 이자 스포츠카를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드는 포르쉐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장점을 완벽하게 살린 SUV였다. 카이엔은 1차적으로 재무 상태가 어려웠던 포르쉐를 살려냈고, '스포츠'와 'SUV'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합성을 비로소 이뤄냈다. '스포츠 SUV의 정석'하면 모두 카이엔을 떠올린다.
못해서 안 하는 것과 할 수 있지만 굳이 하지 않는 것은 분명 다르다. 스포츠카처럼 달리지 못해 달리지 않는 것과 스포츠카처럼 달릴 수 있으나 굳이 달리지 않는 것, 랭글러처럼 오프로드를 점령할 수 없어 탐험을 가지 않는 것과 랭글러처럼 오프로드를 점령할 수 있으나 굳이 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카이엔은 스포츠카처럼 달릴 수 있고, 오프로드를 달릴 수도 있다.
'카이엔은' 3.0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한다. 엔진은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5.9kg.m을 발휘한다. 제로백은 6.2초,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장착하면 5.9초로 앞당길 수 있다. 최고 속도는 245km/h다.
'카이엔 S'는 3.0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한다. 최고출력 440마력, 최대토크 56.1kg.m을 발휘하고, 제로백 4.9초, 최고 속도는 265km/h를 기록한다. 카이엔은 모든 차체 패널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했고, 리튬 이온 폴리머 스타터 배터리를 채택하는 등의 노력으로 차체 무게가 55kg 가벼워지기도 했다.
올해 국내 출시 예정인 '카이엔 터보'는 진정 스포츠카처럼 달릴 수 있는 SUV이다. 4.0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550마력, 최대토크 78.5kg.m을 기록한다. 신형 8단 팁트로닉 S 변속기, 액티브 사륜구동 시스템과 조화를 이뤄 제로백 4.1초, 최고 속도는 286km/h에 이른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장착하면 제로백을 3.9초대로 앞당길 수 있다. 거구의 SUV 제로백이 'BMW M4 CS'와 같다. SUV인데 어댑티브 루프 스포일러도 갖추고 있다. 다운 포스를 증가시켜주고, 에어브레이크 역할을 하기도 한다. 250km/h에서 급제동하면 제동 거리를 2미터나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카이엔은 SUV이기 때문에 실용적이다. 스포츠카 브랜드에서 만들었다고 뒷자리 머리 공간이 희생되거나, 골프 백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 것도 아니다. 카이엔의 적재공간은 770리터, 전고는 비록 이전 모델보다 9mm 낮아졌지만 여전히 경쟁 모델보다 넉넉하고 쾌적한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카이엔은 포르쉐이기 때문에 잘 달리고, 럭셔리하기까지 하다. 터보 모델은 폭발적인 성능과 사운드를 낸다. 그리고 어떤 SUV보다도 민첩하고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실내에는 12.3인치 대형 터치스크린과 글라스 룩 터치 버튼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포르쉐로서, 그리고 SUV로서 갖춰야 할 모든 조건을 갖췄다.
이런 과시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검증된 과시는 기술의 표현이기도 하다. 포르쉐는 신차 출시 전 프로토타입 차량의 혹독한 테스트 과정을 공개한다. 그게 스포츠 카든, 하이퍼카든, SUV든 상관없다. 카이엔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7년 8월 29일 세계 최초 공개를 앞두고 포르쉐는 카이엔의 엄격한 내구 테스트 과정을 공개했다. 전 세계 각지에서, 그리고 혹독한 기후 조건에서 테스트가 진행됐다. 품질을 입증했고, 신뢰를 높였다.
카이엔 프로토타입 차량은 섭씨 영하 45도, 영상 50도까지의 극한 조건에서 테스트 과정을 거쳤다. 테스트 기간 동안 카이엔 프로토타입 차량이 주행한 거리는 총 440만 km다. 이 테스트를 통해 완전히 새롭게 개발된 카이엔의 품질, 새로운 전용 부품을 포함한 다양한 구성 요소들 간의 완벽한 균형을 입증했다.
포르쉐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카이엔 테스트를 진행했다. SUV라고 포르쉐의 전통적인 테스트 과정 중 하나인 레이스 트랙 시험 과정을 건너뛰지 않았다. 독일에서 호켄하임링 레이스 트랙과 뉘르부르크링 노르트슐라이페 코스, 그리고 이탈리아 나르도 서킷의 12.3km 고속 주행 트랙에서 테스트가 진행됐다.
스포츠카 브랜드다운 성능 테스트와 함께 덥고 습한 중국 도심 내 교통정체 상황 테스트, 스웨덴, 핀란드, 스페인 마스터 테스트 트랙 시험, 남아프리카, 일본, 뉴질랜드에선 온오프로드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스포츠카로서의 검증, 도심형 SUV로서의 검증, 그리고 오프로더로서의 검증을 모두 완료했다.
단순히 그들 스스로 "프리미엄 SUV"라 부르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 고객들이 인정하고 있고, 우리나라 고객들 역시 카이엔을 포르쉐로 인정해준다. 신형 카이엔은 국내에 출시되자마자 한 달 만에 포르쉐 판매량을 두 배로 끌어올렸다. 대안이 없어서 선택한다는 말은 이럴 때 어울린다. 럭셔리하면서도 실용적이고, 스포츠카처럼 달릴 수 있으며, 오프로드 능력까지 갖춘 SUV를 찾고 있다면 카이엔은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