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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호
괴산 괴산호
진천 초평저수지
보은 삼가저수지
대청호
진천 초평저수지
초평저수지의 수상방갈로에서 대물을 노리며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
초평저수지는 선뜻 내키지 않은 여행지였다. 낚시꾼들의 성지로 워낙 유명하기 때문이다. 붕어, 잉어, 가물치 등의 대물을 노리는 강태공들이 즐겨 찾는다. 나도 한때는 바다낚시를 즐기던 강태공이었지만, 여전히 민물
낚시와 민물고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28개의 교각이 지네발처럼 펼쳐진 진천 농다리
농다리를 건너 초롱길의 초입에서 만나는 미르숲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평저수지를 선택한 것은 농다리, 초롱길, 하늘다리 때문이었다. 지네발 모양의 28개
교각으로 이루어진 진천 농다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옛 다리 중 하나이다. 고려 초에 처음 놓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동양에서도 가장 오래된 다리라고 한다.
초평저수지 옆의 초롱길을 홀로 걷는 관광객
농다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본격적으로 초롱길 탐방에 나섰다. 초평저수지와 농다리의 첫 글자에서 이름을 따온 초롱길은 농다리에서 초평붕어마을까지 이어진다. 종점까지 갔다가 되돌아와도 총 8km, 약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생거진천 하늘다리 앞의 포토존에서 기념 촬영하는 관광객들
이곳의 대표 별미인 붕어찜을 맛보는 즐거움만으로도 한번쯤 걸어볼 만하다. 농다리에서 1.9km 떨어진 ‘생거진천 하늘다리’를 건너면 ‘아이유’, ‘전지현’ 할머니가 컵라면이나 간식거리를 파는 매점 쉼터에 도착한다.
내 인생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큼 맛있는 컵라면을 맛봤다.
초평저수지를 가로지른 ‘생거진천 하늘다리’. 길이 93m의 이 다리를 건너 1.9km만 걸으면 진천 농다리에 도착한다.
하늘다리에서 초롱길의 종점인 초평붕어마을까지의 거리는 3km쯤 된다. 붕어마을 근처의 저수지 풍경은 매우 이국적이었다. 동남아시아의 수상가옥 같은 방갈로가 물 위에 빼곡하게 떠 있다. 이 수상방갈로는 밤낮없이
손맛을 맛보고 싶은 강태공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가족이나 연인, 부부들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 붕어마을 주변의 초평저수지에 빼곡하게 떠 있는 수상방갈로
아직 민물낚시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우리 부부는 “나중에 꼭 애들과 함께 수상방갈로에서 하룻밤 머물며
낚시 한번 해보자”고 약속했다. 물론 밤새워 낚싯대를 드리워도 손맛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특별한 공간에서 온 가족이 함께 쌓은 추억은 평생토록 잊히지 않을 성싶다.
보은 삼가저수지
속리산 천왕봉(사진 맨 왼쪽의 봉우리) 남쪽의 좁은 골짜기를 가로막은 삼가저수지. 만수계곡에서 흘러든 물이 이곳을 거쳐 서원계곡으로 흘러나간다.
하루 동안 산막이옛길과 초롱길을 모두 걸었다. 잠자리는 보은 삼가저수지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의 속리산사내리야영장(☎043-544-5453)으로 정했다. 법주사 초입의 울창한 솔숲에 자리한 이 야영장은 더없이 훌륭한 캠핑사이트였다.
법주사 입구의 자리 잡은 속리산 사내리 야영장. 울창한 솔숲에 자리 잡고 있어서 쾌적하고 낭만적인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소나무의 그윽한 향기는 온몸을 휘감았고, 새들의 지저귐은 어떤 음악보다 귀를 즐겁게 했다. 참나무 장작이
만들어 놓은 숯불에 소시지를 구워 맥주 안주로 삼았다. 서로에게 미안하고 서운하고 언짢았던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앞으로 더 사랑하겠다고 서로에게 약속했다.
불목이옛길의 풍경
구수한 누룽지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마친 뒤에 삼가저수지로 이동했다. 속리산 남쪽 기슭의 만수계곡에서
흘러든 물을 저장하는 이 저수지는 충북에서 두 번째로 크다고 한다. 하지만 호반도로가 짧아서 저수지 자체는 즐길 거리도 없다. 마땅히 휴식할 데도 없었다.
불목이옛길에서 가장 높은 불목이재 정상(465m)의 이정표와 벤치
삼가저수지 근처의 불목이옛길을 걸었다. 저수지 주변의 속리산면 삼가리, 구병리 주민들이 법주사 초입의
상판리 사이를 오갈 때에 이용했던 산길이다. 한동안 방치되었다가 근래 복원된 길은 퍽 한적했다.
우람한 자태를 뽐내는 서원리 소나무. 삼가저수지 아래쪽의 속리산면 서원리에 있는 이 노송은 ‘정부인 소나무’(정이품송의 부인 소나무)라고도 불린다.
출발지인 삼가리에서 종점인 속리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앞까지 걷는 동안에 한 사람도 마주치지 못했다.
불목이재 정상과 삼가리 사이에 가파른 계단이 있다는 정보를 파악한 아내는 아예 포기하고 운전사를 자처
했다.
당대 최고의 한옥 건축물로 평가되는 ''보은 우당고택''(보은 선병국 가옥)의 팔도장독대. 삼가저수지에서
자동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다.
충청도 최대의 전통사찰인 법주사의 팔상전(국보 제55호)과 금동미륵대불. 법주사에는 국보 3점, 보물 13점
등의 귀중한 문화재가 소장돼 있다.
홀로 걷는 길이었지만 외롭거나 지루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사색할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가졌다.
내내 실타래처럼 엉켜 있던 생각들도 가닥가닥 추슬러졌다.
대청호
정이품송 앞의 주차장에서 다시 만난 아내와 함께 마지막 여행지인 대청호로 향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점심식사부터 먼저 하기로 했다. 정이품송 주차장에서 31km 떨어진 옥천군 청산면의 찐한식당(☎043-732-3859)이 목적지이다. 제대로 된 생선국수를 먹고 싶다는 아내의 뜻에 따라 선택한 맛집이었다.
옥천읍 청산면 찐한식당의 생선국수와 생선튀김. 때로는 맛있는 음식 한 그릇이 큰 위안을 준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냉면 그릇에 가득 담긴 생선국수는 맛과 양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평소 내 절반도 안 될
만큼 적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던 아내는 생선국의 국물 한 방울 국수 한 가닥도 남기지 않고 말끔히 그릇을
비웠다. 아내는 “이제 어딜 가서 뭘 보든 상관없어. 나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하며 오수를 청했다.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의 대청호 호반길. 오가는 자동차도 많지 않고 풍광도 좋아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다.
대청호는 소양호, 충주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로 큰 인공호수이다. 아무리 바쁘게 쏘다녀도 다 둘러
보려면 사나흘 이상 걸린다. 나는 욕심내지 않고 딱 한군데의 비경만 보기로 미리 작정했다.
대청호에 떠 있는 병풍바위인 부소담악 전경. 충북 호수12경, 옥천9경 중 하나로 꼽히는 비경이다.
부소담악. 충북 호수12경이자 옥천9경에 속하는 비경이다. 일찍이 우암 송시열 선생이 금강산을 축소해 놓은 듯한 절경이라 해서 ‘소금강’이라 이름 붙였던 곳이다. 원래는 금강변의 좁고 길쭉한 산줄기였다. 대청댐이
세워진 뒤로 위쪽의 산등성이만 남기고 모두 물에 잠겼다. 대청호의 수면이 낮아지면 길쭉한 병풍바위가 되고, 물이 가득 차면 위태롭게 점점이 떠 있는 섬들로 탈바꿈한다.
옥천군 군북면의 ‘금강향수100리’ 자전거 길을 달리는 바이커들
부소담악의 절경은 추소정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좁고 거친 벼랑 위로 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게 걸어야 된다. 사실 부소담악의 병풍바위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배를 타는 것이 최상책이다. 추소정 건너편의
호숫가에 위치한 미르정원에서는 입장객들을 배에 태워 부소담악 일대를 둘러보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의 부소담악 가는 길에 늘어선 불두화
부소담악 가는 길은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의 황룡사 앞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거기서 600m쯤 가면 호수 전망대인 추소정에 올라서게 된다. 짧은 그 길에서 꽃구름 타고 두둥실 떠가는 듯한 꽃길도 지난다.
부소담악 근처의 언덕에 세워진 추소정. 호숫가 마을인 추소리 양지말골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배를 타고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부소정 위에서 살짝 훔쳐본 부소담악은 훗날을 기약할 만큼 아름다웠다.
아내도 “행복한 여정이었다”며 환한 낯빛을 보였다. 이 여행의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권태기의 늪에 빠져나온 것만은 틀림없는 듯했다.
글, 사진 : 양영훈 여행작가/여행사진가
양영훈 여행작가/여행사진가
월간 <샘이깊은물> 취재기자, 월간 <디즈니>의 객원사진기자로 일했다.
1993년부터 프리랜서 여행작가의 길을 걸으며 신문·잡지·사보 등의 매체에 여행기사를 기고한다.
여행, 캠핑, 사진촬영 등을 주제로 강연도 진행한다.
(사)한국여행작가협회의 창립 멤버이며 회장을 역임했다.
총 13권의 개인 저서와 20여 권의 공저를 펴냈고, 6종의 교과서에 글과 사진이 수록되기도 했다.
※ 위 정보는 2022년 8월에 갱신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