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산업구도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예고됐던 것인 만큼 이를 수용하고 이에 적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일부에서 인위적 거부가 나타나고 있다. 산업발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흐름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 그럴수록 글로벌 경쟁에서 뒤 떨어 질뿐이다. 선진 산업국에서 이미 증명된 것이다. 현대차 중국 베이징 1공장이 다음 달부터 가동을 멈춘다. 예상됐던 것이다. 현대차가 선진 일본차와 후발주자 중국 자동차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결국 중국 토종 자동차 회사에 점유율 3위 자리를 내줬고 4~6위 마저 일본차에 뺏긴 채 지난해 7위로 밀려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대신 세단 중심의 차량 판매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SUV도 경쟁력 있는 신차를 내 놓지 못했다. 잠시 한 눈 판 사이 현대차는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걷어 차였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쳐진다. 세계 조선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현재 한국 조선업의 위치는 어중간한 상태다. 일본ㆍ독일ㆍ이탈리아처럼 고부가가치 선박만 건조하는 것도 아니고 중국처럼 저가의 노동집약적 조선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양측 회사 노조는 한 때 잘 나가던 시절의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받고 있는 임금수준도 모자라 더 내 놓으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두 회사를 합쳐야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 세계 점유율 50%를 그나마 고수할 수 있는데 내부에서 `안 된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말뫼의 눈물`은 언제든지 `울산의 눈물`이 될 수 있다. 배가 팔리지 않으면 조선소가 문을 닫아야 하고 별수 없이 근로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가 그렇게 조업을 중단했고 수천 명이 일자리를 떠나지 않았는가. 한 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던 제너럴 모터스(GM)가 지금은 골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차 발굴은 뒷전이고 기존 차량 판매에만 만족해 세계 흐름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美製차라면 무조건 선호하던 동남아에서조차 일제차에 밀린지 오래다.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를 두고,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때문에 노사가 티격태격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 옥신각신할 때가 좋다. 회사가 문을 닫고 일자리가 없어지면 이런 다툼조차 아예 불가능하다. 때문에 노사 양측은 일단 회사를 유지하는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회사부터 살리고 다툴 때 다퉈야 하는 것이다. 비빌 언덕이 없는데 어디서 싸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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