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언론에서 부동산에 대한 미련이 상당해 아직도 긍정적인 보도를 내고 있지만 누가 봐도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매관련입니다. 지난달인 2024년 3월에 경매로 넘어간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11년만에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택담보 대출 등으로 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한 후 금리인상의 후유증으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자 은행 등 채권자들이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주택을 경매에 넘긴 것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mbc보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의 이른바 강남 숲세권이라고 불리는 1천2백 세대의 아파트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동안 경매로 넘어간 것이 한 건밖에 없었지만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3채나 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근 부동산 중개인은 무리하게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가격이 떨어지자 팔려고 해도 팔리지가 않는다면서 그동안 매매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채권자들이 해당 물건을 경매에 넘긴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지 않을 경우 은행 등 채권자가 담보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임의 경매' 건수는 지난해인 2023년에 월 평균 3,200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올들어 월 평균 5천 건을 넘어서더니 지난달인 3월에는 5,340여 건으로 11년 만에 최대였습니다. 은행 관계자는 금리는 내리지 않고 해당 주택도 팔리지 않으니 대출금 체납은 계속 늘어나게 되는 상황에서 부득이 임의 경매로 넘길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 부동산 시장에 붕괴 조짐이 구체화되면서 외신들도 한국 경제 전반과 금융 시장에 부는 경고음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 기사를 내놓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관련의 유력한 매체인 블룸버그 통신은 부동산 대출 부실 등의 여파로 주택시장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대출이 부실화되고 경제를 잃어버린 30년으로 몰아넣은 케이스를 한국에 빗대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또 각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한국의 증권사와 저축은행 그리고 신용협동조합 등을 통한 PF대출과 관련해 부동산 대출 보증에서 균열이 생기고 있고 그런 균열을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2020년 말 3.3%인 증권사 PF 관련 대출의 연체율이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는 13.7%로 4배이상 급등한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많은 PF 부채 규모가 111조원에 이른다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해당 건설사와 관련 금융권에서 우려할만한 상황이 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저금리와 부동산 가격 상승 시기에 PF대출이 급증했고 증권사들은 PF 대출을 증권화해서 투자자들에게 판매까지 해 온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경제 위기가 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 보증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최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등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국의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해 우려할 만한 것이라며 이런 현상들은 부동산 투기가 일상화되는 시스템속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24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