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면 뭐가 된다는데
내 중등시절엔 집에서 학교까지 10킬로를 걸어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그래도 도시락이 있으니 괜찮았다.
보리밥에 새우젓 몇 가닥일망정..
10킬로 중간쯤에 창이가 살았다.
어느 날 하교길에 자기 집에 들르자 했다.
어머니가 좋은친구 하나 초대해 보라 했다는 거다.
내가 좋은 친구?
공부를 좀 잘했을 뿐, 내가 좋은 친구는 무슨...
같이 하교하면서 창이가 자기 집에 들르자 했다.
나는 내일 들리겠다고 했다.
다음 날 또 자기집에 들르자고 했다.
나는 또 내일 들리겠다고 했다.
집이 멀어 우선 빨리 집에 가고 싶은 심정이기도 했지만
아마도 청하면 한번 빼보는, 그런 심뽀가 아니었을까...?
자만심이 발동했던 거다.
그러다 그러다 한 번도 들리지 못하고 말았는데
먼 훗날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날이 창이네 제사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런저런 차린 음식이 있었을 테니
그걸 나에게 대접하고 싶었던 것,
그게 창이 어머니의 마음이고
창이의 자랑하고싶은 마음이었던 건데
그걸 모르고, 아니 알았어도
나의 얄팍한 자만심 때문이었던 거다.
어제 카톡 한 통이 왔다.
"잘 지내시지요? 열흘 뒤면 뵙겠네요?"
카페 연말정모가 12월 1일이니
그날 보자는 뜻이리라.
"뭘 열흘? 12시에 전철역으로 나와요."
그래서 잠깐 조우했는데
그래봐야 밥 먹고 차 마시며 너스레 떨다 돌아왔지만
미루면 분(糞)이 된다지 않던가.
달걀을 솥에 넣고 불을 가하다가
대충 가하다가 먹어야지
한참 불을 가하면 닭똥이 되고 만다.
그래서 미루면 분(糞)이 된다고 하는 거겠지만
이제 해 다 넘어가는 노딩시절에 미룰 게 무언가..
먹을 게 있으면 먹고
만날 일 있으면 만나고
헤어질 일 있어도 어서 헤어지고 잊자.
그게 돌아오는 송년회의 메시지가 아닐까싶다.
첫댓글 어제 잠깐 조우 했던 분이 창이 친구님 인가요?
아니면 5060의 누구인가요?
그게 궁금합니당
나는 국민학교를 3군데를 다닌것두 이유 이지만
나는 국민학교때 친구가 없습니다
그게 아쉽습니다
중학교 동창 모임에 지금도 참석은 가끔 하여도 중학교 동창 친구도 없습니다
고등학교 동창 친구 한두명 대학교 동창 친구들 두세명
그렇게 친구가 4명 정도 됩니다
중학교 동창 , 전 직장 동료 등 친분이 있는 분들은 있지만
친구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분들입니다
그래도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나이가 드니 친구들이 멀어지는 것두 사실입니다
이미 사망한 친구도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있는 친구들과 여전히 유대를 갖기 위해서 노력 합시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
나도 국민학교 1학년때에 자기와 같이 학교에 가자고
매일 학교에 가는 시간에 우리집에 들리는 친구가 있었는데?
내가 게을러서 인지 ? 아니면 꼴에 왕자병이 있었는지?
빨리 학교에 가려는 성의가 없으니 그 친구는 언제부터 인지 우리집에 안 옵디다
그게 새삼 기억이 납니당 우하하하하하
그게 누구냐고요?
주변의 많은 지인들 중 한사람이죠.ㅎ
그런데 성장기엔 자존심이랄까 자만심이랄까 객기랄까 뭐 그런것들이 많이 작용했던거같습니다.이젠 그런걸 벗어버리거나 숨기게 되고요.
이제 친구라는 말을 진정한 친구란 뜻으로 사용하는건 아닐겁니다만 주변의 지인들을 가급적 친구의 테두리에 넣고 지내는것도 좋으리라고 봅니다. 태평성대님은 좁은의미로 보는거같지만요.ㅎ
초등학교 때, 좋은 친구는
공부 잘한 친구이지요.
친구들이 불러주면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갔을 뿐,
지금 나이에, 좋은 친구는
정말 귀한 친구입니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어도,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그뿐 입니다.
진로가 달라서
서로 다른 학교로 가면서...
새 친구 만나기도 바빠서
이유도 없이 소식이 멀어졌지요.
졸업식에 꽃 들고 찾아 온 친구...
자신의 올케 삼겠다고,
아버지령을 받고 우리 집 찾아 온 친구...
그때는 친구가 늘 내 곁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한 친구는 이미 멀리 떠나 버렸네요.
살면서, 제일 잘못했는 것은
친구를 첫째로 생각지 못한 것입니다.
가정생활에 충실한 것이
자녀들 제대로 키우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생각했으니
친구들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한 번도 내 뱉지 못한 후회스러움이
석촌님의 글로 인하여,
지나간 친구들 생각하는 날이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아끼면, 똥된다는 것도 진실중에 진실입니다.^^
살아가면서 다 챙긴다는것도 쉽지 않지요. 그래서 마음에만 담고 지내다가 앗차,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어쩔수 없기도 하지요. 이래저래 인생은 아쉬움으로 가득한가봅니다.
걸어서 10Km 학교에 다니면서 어떻게 공부를 잘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이제 할 수 있을 때 즉시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땐 그런 지역이 많았죠.
저도 요즘엔 뒤로 미루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미래에 대한 조급함이 있어서 일까요?
궁금한 거 생기면 바로 묻거나 바로
찾아보고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하지요.
그러다보니 속에 남아 있거나 붙잡고
있는 것들이 줄어 속도 많이 편해졌습니다.
그래도 천천히~
드라이버니까.
아끼면 뭐 된다는 말은 들었는데
미뤄도 뭐가 되는군요.
전화 해서 바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지요 .
그럼요.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다
다음 날 가보리라
벼르고 벼르다
이젠 다 자랐소
석촌 님의 글을 읽다보니
문득 지용시인의 '별똥'이란
시가 떠오릅니다.
미루지 말고 해야 할 일들.
마나고 싶은 사람들 만나서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깨달음을 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네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