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blog.naver.com/kju930706/222491391286
20살이 되어서 신검을 받을 때 였다.
"지금 호명하시는 분들은 정신검사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김 입대, 이 등병, 횡 경막. 지금 호명하신 분들은 정신검사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앵? 나?"
호명을 들은 나는 정신과라고 적힌 문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앞서 호명한 것 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 명은 전신에 문신을 한 조폭같은 사람이었고, 또 한 사람은 매우 말라보이며 멍~ 한 표정을 짖고있는 사람이었다.
설문지 작성에 문제가 있었나? 왜 이 사람들과 같이 정신과 검사를 하란거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설문지 문답 중
-평소 나는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무언가를 듣는다-
라는 항목들이 있는데 거기에 "예"를 체크 한 것이었다.
나는 그게 이명증인지 몰랐다고.. 아니 그 때는 이명증이란 말도 몰랐다고...
내가 앉자 검사하는 선생님이 데카콜마니 그림을 하나 보여주며 말했다.
"이게 뭘로 보이세요? 정답은 없어요."
나는 그림을 유심히 보다 말했다.
"나비요?"
"네~ 나가세요."
신검할 때 느꼈지만 참 불친절하고 재수없는 사람들이었다.
모든 신검을 받고 나온 결과는
"4급 이시네요?"
앵? 나 왜? 그럼 해병대는 당연하고 육군이나 공군, 해군도 못가는 건가?
나는 마지막 결과를 알려준 분 께 물었다.
"제가 4급 이라고요? 왜요?"
"아토피도 너무 심하시고, 시력도 너무 나쁘시고, 설문지 때문인거 같네요."
"저 3급이라도 해주시면 안되나요? 친구들과 해병대 가기로 했는데 3급 부터 갈 수 있다고 들어서요."
"네?"
그 사람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간혹 나 같은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원하면 올려주는 편이라고 들었다.
"3급 되어도 해병대 입대 평가 점수에 가산점이 없어요."
해병대 입대를 위해서는 체력검사, 면접 등 을 통하여 점수를 받아 입대 가능 여부가 정해진다. 하지만 여기에 몇 가지 가산점이 있는데 잘은 모르지만 1급과 2급 현역 등급은 가산점이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3급은 가산점이 없기에 불리한 입장이었다.
"그래도 올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 때 그 사람 표정이 말해줬다. '넌 100% 후회한다."
그 이 후 해병대 테스트 신청을 했는데 두 번이나 떨어졌다.
전역 후, 복학을 생각하면 시간이 없었기에 사람들이 기피하는 "포병"에 직접 지원하여서 입대할 수 있었다.
난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한국을 떠나 중국에서 생활하였다. 당연히 학력은 초졸인 상태.
고등학교 이 후 만난 홈스테이 친구들도 모두 나랑 같은초졸인 상황이었다.
신검 자체가 불가능한 학력 미달 군 면제자였다.
그런데 사람이란게 참 간사하다. 원래는 가기 싫었던 군대가 못 간다고 하니깐 그렇게 가고싶었다.
"야 씨 대한민국 남자가 으? 군대 면제 완전 수치네"
"아 그러니깐 말야.. 가고싶은데 아쉽다야.."
처음엔 이런 장난이 점점 진심이 되었다.
"우리 군대 갈 수 있으면 해병대 가자."
"좋아. 남자면 해병대 아니긋나"
"맞아야. 가믄 나도 해병대 가제"
그렇게 네 명의 친구는 해병대를 꿈꾸게 되었다. 그리고 고3 때 한국의 법이 바뀌면서 해외 학교 졸업도 인정이 되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도 군대를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법이 바뀐지 얼마 안되어서 안갈 방법은 있었지만, 우리는 이미 군대를 가고싶은 상태였다.
"마! 울도 이제 군대 갈 수 있단다."
"기? 그럼 니들 진짜 해병대 갈건?"
*여기서 사투리를 쓰는건 친구들이 살던 지방이 서로 달랐으며, 이상한 중2병들에 걸려서 억지로 더 사투리를 쓰고는 했다. 심지어 사투리가 옮아서 서로 다른 지방의 사투리가 섞여서 나오는 일도 많았다.
여하튼 모두들 그렇게 해병대 가기로 의기투합 하였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는 신검에 4급 판정을 3급으로 올린 엄청난 행동을 한거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는 해병대에 입대하지 못하였고, 102 기갑여단에서 155mm 자주포병으로 637일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하였다.
약 25개월 후
군대에서 서로 일정이 계속 맞지 않아서 모두가 전역 한 후 에서야 고등학교 친구들이 다시 모일 수 있었다.
"야이 개CX놈 들아...."
이미 모인 친구 셋 과, 조금 늦은 한 친구..
조금 늦은 친구가 우리를 보자마자 말했다.
"와..왔어? 박해병(가명)?"
그 친구는 우리 중 유일하게 진짜 해병대를 간 친구였다.
나는 육군, 한 명은 의경.. 나머지 한 명은 상근으로 모두 해병대를 가지 않은것이다.
그리고 우리와 약속을 지킨 해병이 혼자 해병대를 간 것이다.
해병이는 2년간의 분노를 이두에 담아왔는지 입대 전 보다 두 배 이상 커진 이두에 힘을주며 소주 세 병을 시켰고,
우리는 약속을 어긴 대가로 각자 소주 한 병을 원샷 해야했다.(진짜로...)
저 이두에 얼굴이 남북으로 분단되기 싫으면 마셔야지 뭐...
그 날 처음 원샷 한 소주로 인해 세 명 모드 금방 취해버렸지만, 해병이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클럽까지 가서 양주를 시켜주었다.